패배의 쓴 잔을 마실 때면
뱁새 가슴에는 얼마나 많은 회한이 남았을까?

그 중 가장 통탄스러울 때는 이기고 있다가 역전패를 당했을 때였다.

뱁새가 승기를 잡고도 늦추지 않고 달렸는데
적이 신기에 가까운 솜씨로 전세를 뒤집었다면

오히려 감탄과 존경이 생길 뿐 회한은 없을 터.

그러나 어디 그런 역전패가 흔한가.

모름지기 역전패는 방심에서 나온다.

적이 바늘구멍 같은 틈을 비집고 뒤집은 것이 아니라 뱁새가  뒤집힐 빌미를 준 경우가 태반이다.

전반이 끝나고 주머니 가득히 쌓인 지폐를 차마 세어보지도 못하고 그늘집에서 맥주 몇 잔이나 막걸리를 몇 사발 마셔본 적이 있는가.

맥주는 얼마나 시원하고 막걸리는 달디 단지.
'오늘 뽀찌(뱁새같은 천박한 새들이 쓰는 말로 딴 돈 중 돌려주는 일부를 일컫는다)를 줘? 말어?'라고 승리의 쾌재를 떠올리는 것도 잠시.

남은 나인 홀에서 불룩하던 주머니가 납짝해지더니 급기야 민족자본을 꺼내야 했을 때의 그 당혹감이란.

아뿔싸.
너무 봐줬구나.
뒤늦게 고삐를 조여봐도 이미 풀린 마음에 몸까지 늘어져서 될 리가 없다.

뱁새도 지난해에 이런 경험이 있다.
사부와 대학 동기들과 함께 한 친선 내기(흠. 친선이 맞나?)에서

오장을 치면서 전반 나인 홀에 뱁새는 버디 다섯방을 때려내며 3언더파를 쳤다.
주머니에 지폐가 수북했다.
얼만지도 모르게.

전반을 끝내고 막걸리가 돌았다.
술을 잘 안 마시는 뱁새지만 그 날은 승자가 되어가지고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아, 달콤한 막걸리의 유혹이여.

한 잔 더 부었다.
또 한 잔 더.
석잔이 뱁새의 마음을 풀어놓고야 말았다.

후반에는 뱁새가 아무리 애를 써도 무엇도 내 맘대로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었다.

후반 스코어는 48타.
전반 33타와 합치니 81타.
동반자들은 신이 났다.

(썩을 **들. 그 때를 생각하니 갑자기 열이 확. 아차 사부님은 제외하고요!)

뱁새의 동기들이 잃은 돈을 다 찾은 것은 물론이고
급기야 뱁새 지갑을 열어 지폐 몇장을 꺼내갔다.

그리고

"그래도 뱁새가 싱글을 기록한 것이 어디냐"며 놀리기까지 했다.

(뱁새가 81타를 쳤으니 *싱글을 한 것이란다! 미쳐)

 
전반에 부진하던 사부도 후반에 한 타 한 타 따라붙더니 결국 승부를 뒤집었다.

내기 골프에서 승기를 잡았다면 절대 늦추지 마라.

더 잔인하게 얘기하면 가슴에 남을 것 같아 독설을 보탠다.

"목을 조를 때는 흰자가 보일 때까지 풀지 마라!"
(사부님이 한 얘기인데 막상 옮겨 놓고 보니 섬짓하지만 그래도 따금하다)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e.naver.com/satang1

ironsmithkim@gmail.com

 

뱁새 김용준 프로가 맨날 이렇게 희죽희죽 웃고 다니니 다들 만만하게 보는지도 모른다. 모름지기 웃는 얼굴로 볼 잘 치는 *은 드물다.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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