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골프에서 이기는 두 번째 원칙은

바로

 

‘뱅크 롤에 맞는 내기를 하라’이다.

(뱅크 롤은 은행 잔고라는 말인데 주머니 사정이란 말이 더 적당한 번역일 듯)

 

뱁새가 허구한날 사부에게 얻어 터지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이것이다

(설 얻어 맞아서 그런 것 아니고? 허걱)

 

이런 셈을 하며 쳐본 적이 있는가?

 

'이 퍼트가 6만원짜리인데'

(한 타에 2만원짜리 판인가 보다)

 

혹은

'이 티샷이 OB 나면 12만원이 나가는데'

(OB가 나면 두 타 손해가 나니까 한 사람에게 4만원씩 주려면 총 12만원이 든다)

 

1m 조금 넘는 짧은 퍼트를 앞두고 내깃돈을 계산한 적 있는가?

페어웨이가 좁은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서서 실수하면 돈이 얼마나 나가야 하는지 셈해 본 적은?

(머리 속이 하얗게 돼서 어떻게 스윙할 지 생각하지도 못하고)

 

뱁새는 있다.

(뱁새라고 별 수 있겠는가?)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할 때는 멋진 무용담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스타일 구겨도 할 수 없지 뭐. 솔직히 애기할 수 밖에)

 

한참 물이 올라서 내기에서 누구도 뱁새를 얕보지 못하던 시절에도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물론 매번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어떤 내기 때는 마음이 가벼웠다.

어떤 날은 한 타의 의미를 금액으로 따지고

어떤 날은 멋있는 샷을 했는지 여부에서 의미를 찾았을까?

 

왜 그랬을까?

바로 내기 금액 탓이었다.

 

한 타에 1천원짜리 스트로크 게임이었다면 내기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샷에만 전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너무 싱거워서 대충 대충 쳤을 수도 있지만?)

 

한 타에 5천원짜리 경기라도 내기 금액이 샷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을 것이다.

(음식에 적당히 간을 한 정도. 물론 배판이 있을 때 기준이다)

 

한 타에 1만원짜리면 슬슬 진짜 내기가 되기 시작한다.

(물론 배판이 있고 상한가가 없을 때 얘기다)

 

한 타에 2만원짜리 이상이 되면 어떨까?

 

의연한 척 하지만 자주 팀 스코어 카드를 들여다보게 된다.

주머니(혹은 지갑) 사정도 가끔 체크하게 되고.

(‘지금 얼마 잃고 있나?’ 하는 식으로)

 

솔직히 뱁새도 부담이 되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스릴이 있는 것이고.

 

한 타에 5만원짜리 정도 하면 어떨까?
‘한 타 한 타 얼마가 왔다 갔다 하는지 셀 것’ 같다.

 

물론 프로가 된 지금은 뱁새도 예전보다 샷 자체에 더 집중할 줄 안다.

자연스레 가슴이 떨리는(설레는 것인지 가슴이 졸리는 것인지) 것을 덤덤하게 받아들일 줄 알게 되어서다.

(프로가 된 지금은 뱁새는 이런 내기를 절대 하지 않는다. 동반자가 불편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너무 큰 내기를 하면 다 함께 웃을 수가 없다)

 

샷을 앞두고 잠념이 생기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물며 오금이 저린다면?

 

평?소?실?력?

루틴?

언감생심이다.

 

이런 것은 다 어디로 가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샷이 나오기 십상이다.

'쫄리면 뒈지시든지'라는 영화 타자의 대사는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승패를 앞두고 돈이 문제가 되면(금액이 부담이 되면) 절대 실력 발휘할 수 없다.

진검승부에서 진면목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치다.

돈도 아니고 목숨을 걸었는데 제대로 솜씨가 나오겠는가?

 

내기골프에서 이기려면 주머니 사정에 맞게 내기 금액을 정해야 한다.

말못하고 있다가

부담되는 액수에 주눅들어 칼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목이 달아나지 말고.

 

상수에게 한 수 배우는 지도 대국이라면 완곡하게 협상해야 한다.
‘상한가를 정해달라’거나 ‘배판 없이 하자’는 식으로 말이다.

 

솔직히

'아직 큰 내기를 할 실력도 주머니 사정도 안 되니 적당한 금액으로 해달라'고 말하기는 참 어렵다.

 

그래도 말 해야 한다.

협상을 해야 한다.

뱅크롤(은행 잔고)에 맞는 내기를 하는 것이 내기 골프에 이기는(혹은 지지 않는) 길이기 때문이다.

 

혹시 협상에서 밀렸다면?

'돈으로 떼울 수 밖에'

 

협상에 임하는 각오를 더 다져보자.

'중간에 올인을 부르는 것 보다는 애초에 적당한 금액으로 정하는 것이 낫다'는 말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실력도 부족하고 목도 하나 뿐이면 목검으로 겨루는 것이 남는 장사다.

물론 상수에게 제대로 한 수 배울 기회는 사라지겠지만.

 
뱁새가 사부와 숱한 내기를 하면서도 아직 살아남은 것은

그나마 뱁새 주머니 사정에 맞는 내기를 했기 때문이다.

(사부! 말씀 안 하셔도 봐 주신 것 알아요. 감사합니다만 이젠 진짜 늘씬하게 패도 됩니다. 저 조금 더 늘었죠?)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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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onsmithkim@gmail.com

 

뱁새 김용준 프로가 모교인 해남서초등학교(당시는 해남서국민학교) 교정에서 어릴 때도 컸던 나무 옆에 섰다. 내기골프로 잔뼈가 굵은 뱁새지만 이 나무처럼 더 굵어져야겠다고 다짐하면서.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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