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  마~크!”

동반자 가운데 좌장인 남강욱 부사장이 부드럽지만 거역하기 어려운 어투로 뱁새에게 말한다.

(‘마크’란 골프에서 볼이 퍼팅 그린에 올라왔을 때 볼 뒤에 표시를 하고 볼을 집어 드는 행위를 말한다. 그 때 쓰는 동전만한 물건은 ‘마커’다)

 

‘엥? 이 정도 거리면 ‘오케이’ 아닌가?’

뱁새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서도 군소리 없이 마커를 볼 뒤에 놓고 볼을 집어 든다.

(‘오케이’는 ‘컨시드’를 속되게 일컫는 말)

 

오르막에서 퍼팅한 뱁새 볼은 홀을 조금 지나 내리막 옆 경사를 남기긴 했지만 분명 퍼터 손잡이 거리보다 더 가깝게 홀에 붙었다.

이 정도면 팀 룰로는 컨시드를 주기 마련인 거리인 것은 맞다.

(통상 아마추어끼리 친선 시합에서는 퍼터 손잡이 거리 안에 들어가면 컨시드를 준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난다.

 

변해봉 전무가 막 퍼팅을 한 볼은 뱁새 볼보다 홀에서 더 멀다.

 

그런데도 남 부사장은

“오케이!”

라고 외치며 변 전무 볼을 집어 들어 주인에게 건넨다.

 

“아니, 제 것이 더 가까운 데 왜 저는 ‘오케이’ 안 주시고 더 멀리 있는 볼은 ‘오케이’인가요?”

뱁새는 어이가 없어서 따질 수 밖에 없다.

 

“김 기자에게는 ‘오케이’ 주고 싶어도 못 주지!”

남 부사장이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말을 한다.

옆에 서 있던 변 전무를 돌아보니 '씨익' 웃는 폼이 뱁새 편을 들어줄 것 같지 않다.

 

‘전 홀에서는 지금 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고 옆 라이(브레이크가 바른 말인데 흔히 라이라고 말한다. 정확히는 틀린 표현이다)라 고약한 상황인데도 ‘오케이’를 주시지 않았던가?’

뱁새는 전 홀까지 후하던 ‘오케이 인심’이 왜 갑자기 이번 홀부터 박해졌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그것도 왜 자신에게만 엄격한지.

 

“김영란 법 때문에 김 기자에게는 컨시드 계속 줄 수가 없어”

남 부사장이 입을 연다.

 

‘웬 뜬금 없는 김영란법이람?’

뱁새는 남 부사장 말 뜻을 이해해 보려고 하지만 혼란스럽다.

 

“김영란 법 선물 한도가 5만원 아니야!”

남 부사장이 뱁새에게 묻는다.

 

“네. 그렇긴 하지만 그게 이것과 무슨 관계가 있나요?”

궁금증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뱁새가 되묻는다.

 

“아까 평판에서 김 기자에게 오케이를 한 번 주고 직전 홀 배판에서 또 한 번 컨시드를 주지 않았어?”

남 부사장이 하는 얘기는 사실이긴 하다.

그래도 뱁새는 납득이 안 된다.

 

“이번 홀에 김 기자에게 또 컨시드를 주면 김영란법 선물 한도를 초과하니까 내가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어!”

남 부사장이 덤덤하게 말한다.

 

순간 약삭빠른 뱁새 머리가 번개처럼 돌아간다.

그러니까 남 부사장 말은 ‘평판에서 뱁새에게 한 번 오케이를 줬으니 타당 5천원 씩 3명분이면 1만5천원이고 배판에서 한 번 더 오케이를 줬으니 타당 1만원씩 3명이면 3만원이어서 합이 총 4만5천원이니 한도를 거의 다 채웠다’는 것이다.

‘이번 홀은 배판이기 때문에 또 컨시드를 주면 3만원을 더 선물하는 셈이어서 김영란법을 어기는 것이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공직자도 아니고 기자도 아닌 자신들끼리는 컨시드를 주고 받아도 되지만 기자인 뱁새에게는 더 이상 줄 수 없다는 것’ 아닌가?

 

이!럴!수!가!

어안이 벙벙 하지만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니 그럼 남 선배 말고 변 전무님이 주면 되잖아요?”

뱁새가 그 순간에도 재치를 발휘에 곤경을 모면해 보려고 한다.

‘변 전무 선물 한도는 아직 남아 있지 않느냐’는 엄청난 셈법이다.

 

“나도 아까 평판에서 김 기자에게 몰리건 하나 줬잖아!”

변 전무가 난색을 표한다.

 

그의 말은

‘저번 홀에서 뱁새가 OB를 내자 몰리건을 하나 줬으니 1인당 두 타씩 즉, 1만원씩 해서 세 명 어치 총 3만원을 이미 선물(?)했으니 평판이라면 모를까 배판에서는 더 이상 컨시드를 줄 수 없다’는 얘기다.

 

‘허걱!’

조목조목 틀림 없는 변 전무 말에 입이 ‘떠억’ 벌어지는 뱁새.

 

뱁새는 마지막 남은 희망 김대호 이사를 바라본다.

그러나 김 이사도

‘안 됐다’는 표정만 지을 뿐 뱁새를 구제해 줄 처지는 아닌 것 같다.

 

“나는 아까 타이틀리스트 볼 두 줄 줬잖아”

김 이사가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말한다.

 

그랬다.

 

“나는 이런 고급 볼을 쓸 실력이 안 된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김 이사는 이렇게 말하며 볼 한 더즌을 꺼냈다.

남 부사장과 변 전무가 한 줄씩 갖고 남은 두 줄은 뱁새가 냉큼 챙겼다.

(소비자가로 따지면  뱁새가 챙긴 두 줄이면 무조건 3만원이 넘는다)

 

‘이런’

오도가도 못하게 된 뱁새.

꼼짝 없이 퍼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무리 가까워도 빠른 그린에서 내리막 옆 브레이크는 만만치 않다.

이리 저리 살피고 마음을 정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채로 퍼팅을 하는 데…

 

“으악!”

뱁새 볼은 홀을 스치듯 지나더니 속도가 점점 더 붙어 굴러간다.

구르고 구르고 멈추지 않고 또 구르고…

 

‘어! 어! 어째 뭔가 이상한데?’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뱁새.

 

‘아무리 그린이 빨라도 그렇지 볼이 이렇게 멈추지 않고 계속 굴러 내려갈 수 있나?’

‘그리고 내가 기자 그만 두고 프로 골퍼가 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나한테 기자라고 하면서 김영란 법을 적용하지?’

 

‘이!상!하!네!’

 

뱁새는 도리질을 치다 눈을 번쩍 뜬다.

 

‘여기가 어디지?’

주위를 둘러보는 뱁새.

 

이럴 수가!

뱁새 침실이다.

 
악몽을 꾼 것이다.

‘크리스마스 악몽’을.

 

'휴우!'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뱁새...

 

독자 여러분!

사랑해요!

메리 크리스마스!

 

(존경하는 남강욱 부사장님! 그리고 늘 형 같은 변해봉 전무님 김대호 이사님 잘 지내시죠? 보고 싶어요!)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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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onsmithkim@gmail.com

 

 

 

한국경제신문 독자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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