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어떻게 하면 형님처럼 퍼팅을 그렇게 잘 할 수 있을까요?”

돌아오는 차 속에서 뱁새 김용준 프로가 미래의 사부가 될 김중수 프로에게 묻는다.

 

“…”

김중수 프로는 말이 없다.

 

평상시와 다르게 초랭이 방정을 떨지 않고 진득하게 기다리는 뱁새.

 

두 어 시간 전 끝난 이날 경기에서 김중수 프로는 6언더파 66타를 쳤다.

버디 8방을 잡아내고 보기 2개를 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제10회 USGTF 협회장배 골프대회’에서 김중수 프로는 ‘우승’을 거뒀다.

같이 6언더파를 기록한 다른 프로(그 역시 김중수 프로와 마찬가지로 KPGA 프로이기도 했다)와 연장전을 치른 끝에 짜릿한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티칭 프로 대회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USGTF 티칭 프로 중 상당수가 KPGA 프로이기도 한데다가 젊은 KPGA 프로들도 많이 참가해 결코 만만한 대회가 아니다)

시상식 때 벌겋게 달아오른 김중수 프로의 얼굴에서 백전노장인 그도 연장전을 치르느라 긴장했음을 뱁새는 짐작할 수 있었다.

 

미래의 사부가 입을 열기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린다.

그 사이 뱁새가 운전하는 차는 천안을 지나 경부고속도로로 접어든다.

'우승컵'을 싣고 달려서 그런지 차는 매끄럽게 바람을 가른다.

 

“연장전 때 말이야”

드디어 김중수 프로가 입을 뗀다.

 

“제비 뽑기를 해가지고 내가 먼저 티샷을 하게 됐는데 드라이버를 잡지 않았겠니?”

김중수 프로가 연장전 얘기를 먼저 꺼낸다.

 

뱁새 머리에는 연장전을 치른 동코스 9번홀(대회 마지막 홀)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페어웨이가 좁고 오른쪽은 벙커 두 개가 티 샷이 떨어질 만한 자리에서 입을 벌리고 있다.

그 벙커에서 두어 발만 더 나가면 바로 OB다.

왼쪽은 칡넝쿨로 뒤덮인 바위 언덕이 툭 튀어나와 있다.

그 보다 못 미쳐서 왼쪽으로 감기면 나무와 풀로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는 해저드가 있다.

방향성이 나쁜 골퍼에게는 아주 고약한 홀이다.

 

330m도 채 되지 않는데다 티샷은 내리막이니 거리만 따지고 본다면 흔히 말하는 ‘서비스 홀’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좌우가 다 부담스러운 탓에 연장전 홀로 손색이 없다.

 

그 부담스러운 홀에서 김중수 프로는 드라이버로 티샷을 했다는 얘기다.

(뱁새 너는 그 홀에서 뭐 했니? 이것 보세요. 뱁새도 그 홀에서 이판사판으로 쳤는데 얼마나 정통으로 맞았는지 프린지에서 30미터도 안 되는 칩샷 했다구요! 그래서 뭐 했는데? 파요 파! 흑흑)

 

‘배짱도 좋으셔!’

뱁새가 속으로 감탄한다.

“연장전에서는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드라이버를 시원하게 때리기로 했지”

김중수 프로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그 순간을 돌아보니 아랫배에서 뭔가가 확 치밀어 오르는가 보다.

 

“딱 하고 손맛이 전해져 오는 데 이거다 싶더라고!”

이 대목에서 김 프로(뱁새 말고 김중수 프로)가 오른손을 불끈 쥔다.

 

“볼이 기가 막히게 날아가더니 그 좁은 페어웨이 한 가운데 딱 떨어지는 것 있지!”

김 프로가 뱁새를 돌아보며 말을 하는 데 운전을 하느라 마주 보지 못했어도 다시 상기되는 그의 얼굴이 비친다.

 

상대는 우드를 잡았다고 했다.

그런데 당시 김중수 프로와 함께 KPGA 챔피언스 투어(시니어 투어)를 뛰는 그가 김 프로의 티샷에 기가 질렸는지 우드 티샷을 벙커쪽 러프로 보내더란다.

거기서도 세컨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하고 세번째 어프러치로 홀 가까이로 보냈다고 한다.

 

김중수 프로는 70미터도 안 되는 자리에서 웨지 샷으로 가볍게 홀에 바싹 붙였는데 버디 펏이 아슬아슬하게 홀을 스치자 탭인으로 먼저 홀 아웃(파) 하고 기다렸단다.

그런데 상대가 그만 두 발짝짜리 퍼팅을 놓치더란다.

 

그렇게 우승을 확정 짓고 시상식장으로 들어선 김중수 프로는

방해가 될까 봐 차마 연장전을 구경하러 가지 못한 뱁새가

"형님 어떻게 됐습니까?"하고 결과를 묻자

“연장전 갔으면 먹어야지!”라고 한 마디 했다는 것 아닌가.

 

멘토 김중수 프로를 따라잡아보겠다는 일념으로 한 홀 한 홀 스코어를 세면서 쫓아가던 뱁새는 어찌됐냐고?

마지막 네 홀 동안 계속 홀에 붙여 놓고도 단 한 개 버디를 추가하지 못했다나 어쨌다나?

그래도 2언더 파 70타로 공동 6위를 기록했다고 자랑 꽤나 하고 다녔단다.

 

숱한 버디 기회를 놓친 뱁새가 버디를 8개나 잡아낸 김중수 프로에게 ‘퍼팅 비결’을 물어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미래의 사부는 이 대회를 준비한 얘기로 퍼팅 노하우 가르쳐 주는 것을 대신했다.

그 얘기는 다음과 같다.

 

그 시절 김중수 프로는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킴스 골프 클리닉’이라는 실내 연습장에서 아마추어를 주로 가르쳤다.

(물론 가끔 프로 지망생도 가르쳤다. 김 프로 아들도 KPGA프로다고 얘기한 것 기억하시는지. 김경민 프로라고 서울 종로 쪽에서 아마추어를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 요즘 다시 투어에 도전해 볼 욕심이 생겼는지 열심히 연습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프로는 그곳에서 이 대회가 열린 9월14일 전까지 한 달간 집중적으로 퍼팅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근무 시간이 끝나고 연습장 문을 잠근 뒤 볼 한 바구니를 부어 놓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치고 다 치고 나면 다시 저쪽에서 이쪽으로 치기를 되풀이 했다고 한다.

매일 저녁 10번 이상씩.

그러니까 최소한 매일 10바구니씩 퍼팅 연습을 한 셈이다.

한 바구니에 볼이 80개 정도 들어가니 매일 800개 이상씩 한 달간 연습을 한 것이다.

(800 곱하기 30은 얼마인지는 다 아시죠?)

샷을 연마한 것을 별도로 하고 퍼팅만 그랬다는 얘기다.

 

그 해 K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성적이 너무 좋지 않던 차에 열린 USGTF 협회장배 대회여서 ‘한 번 일을 내보자’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멘토로 여기고 가까이 지낸다고 자부하던 뱁새도 김 프로가 그렇게 숨어서 칼을 가는지 낌새조차 채지 못했으니.

(비슷한 얘기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있나요?)

 

하루 종일 레슨 하느라고 지친 몸을 주저 앉히지 않고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렇게 퍼팅을 연마했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뱁새는 갑자기 콧잔등이 시큰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로부터 한 주가 지나고 뱁새는 짐을 싸서 군산으로 과거 시험 아니 KPGA 프로 테스트를 보기 위해 내려간다.

 

"날마다 천 개 가까이 한달간 퍼팅 연습을 하고 나니 오늘 시합 때는 딱 보면 길이 보이더라"

김중수 프로가 남긴 마지막 얘기를 가슴에 담은 채로 말이다.

 

멘토였을 때 사부 김중수 프로가 보여준 그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이 뱁새에게 힘이 된 덕분일까?

 

뱁새는 그 뒤 5주 동안 군산에 머물며 혼자서 칼을 간다.

지독한 외로움을 참아내면서.

 

그리고 독자 여러분도 다 들었다시피 '겨우' '턱걸이로' KPGA 프로 테스트에 합격한다.

 

스승은 가끔 말없이 보여주는 것만으로 가르치기도 한다.

뱁새는 갑자기 베트남에 가 있는 사부가 무척 보고 싶다.

(세상 모든 골퍼 가운데 사부를 제일 사랑합니다. 미쉘 위 하고도 안 바꿀 거에요! 진짜? 흠흠)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é.naver.com/satang1

ironsmithkim@gmail.com

 

 

뱁새의 사부 김중수 프로가 지난 2015년9월14일 한국 프로 골퍼 단체 중 두번째로 권위가 있는 미국골프지도자협회(USGTF) 한국협회장배 골프 대회에서 우승하고 찍은 기념 사진이다. 오른쪽 단단한 사내가 김중수 프로다. 이날 뱁새 김용준 프로도 공동 6위를 기록해 약간의 상금을 챙긴 것을 지금도 자랑한다고 한다.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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