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픈 청춘 영화의 걸작 '바보들의 행진'

입력 2013-08-12 01:21 수정 2014-02-01 01:14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 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허~

간밤에 꾸었던 꿈의 세계는 아침에 일어나면 잊혀지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내 꿈 하나는 조그만 예쁜 고래 한 마리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우리의 사랑이 깨진다 해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는다 해도
모두들 가슴 속에 뚜렷이 있다 한 마리 예쁜 고래 하나가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어느 날 우리 곁에서 사라진 이연실의 신화처럼 송창식이 잡으려 했던 '고래'는 70년대 젊은이들의 목마름을 상징하던 신화였습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가슴 한 켠의 두근거림으로 남아 있는데요. 연이은 긴급조치로 수업보다 휴강이 더 많았던 캠퍼스 시절, 절대 권력의 횡포 아래 만연했던 무력감과 패배주의로부터 탈출하려는 청춘들이 목청 터져라 외치던 '자유와 희망의 아이콘'이었지요.     

'고래사냥'은 '왜불러'와 함께 영화 '바보들의 행진' 삽입곡으로 작곡됐습니다. 75년 개봉된 '바보들의 행진'은 감각적이고 음률적인 문장으로 청년 독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던 최인호가 일간스포츠에 연재했던 소설을 하길종 감독(1941~1979)이 스크린에 옮긴 작품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귀국한 하 감독은 기존 상업 영화의 틀 안에서 작가 정신을 최대한 반영한 새로운 영상 언어를 선보이는데요.


▲ 입영 열차를 탄 병태(윤문섭)와 입대 소식을 뒤늦게 듣고 달려온 영자(이영옥)가
키스하는 장면. 개봉 당시 큰 화제가 됐다.








▲ 송창식 - 왜불러. 영화 주인공들이 장발 단속 경관을 피해 도망가는
장면에 삽입된 노래. 

영화는 당시 서슬이 퍼렇던 검열 과정에서 5번의 퇴짜를 맞았으며 최종 검열에서도 30분 가까이 가위질을 당한 끝에 간판이 걸릴 수 있었습니다. 젊은 층을 자극한다고 해서 휴교 장면은 잘리고 직설적인 대사는 모조리 바뀌어졌습니다. 이때 감독은 "영화는 없다"고 절규했다지요. 그러나 '바보들의 행진'은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적이었습니다. 서울서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요. 통기타, 생맥주, 거리 시위와 방황 등 70년대 청년문화의 상징을 모두 담고 있으면서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장발 단속을 하는 경관의 머리카락이 더 장발인 모순의 시대. 젊은이들은 술 마시고, 당구 치고, 여자를 쫓아다니는 것 이외엔 달리 꿈꿀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들은 건전하고 명랑해야지 절대 우울해서는 안 된다는 경직된 사고의 권력자들로부터 어떻게든 도망쳐야 했습니다. 그 절망은 영철(하재영)이 동해 절벽에서 뛰어내리던 순간 울려퍼지는 송창식의 '고래사냥'과 함께 대폭발합니다.

70년대의 슬픔을 증언하는 가슴 아픈 청춘 영화의 걸작. 신인들이 주연을 맡고 기성 배우들이 단역으로 출연하는 이색 캐스팅도 눈길을 끕니다. 군의관 윤일봉, 일등병 김희라, 교수 박암, 경관 문오장, 술집 주인 이기동, 대학생 최인호 외에 장민호, 주선태, 하명중이 조연을 맡았지요.






▲ '바보들의 행진'. 배경 음악은 김상배 작사 작곡 '날이 갈수록'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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