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 번은 운일 수 있다.

행운이거나 불운이거나.

그러나 허구한 날 반복한다면?

그것은 절대 운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실력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을 행운 덕분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잘한 것은 자신이 노력한 대가이고 실력이 있어서라고 결론 짓기 마련이다.

겉으로야 “아이고! 별 말씀을! 운이 좋아서 그런 겁니다”라고 해도 속마음은 그것이 아니다.

(뱁새 너는 어떠니? KPGA 프로 된 것은 순전히 행운 덕분 아니니? 떼끼! 여보세요!)

 

반면 안좋은 일은 불운 탓으로 돌리는 사례는 널리고 널렸다.

‘짧은 퍼팅이 떨어지지 않아 경기를 망쳤다’며 운수 탓을 하는 따위 말이다.

 

매번 이런 푸념을 한다면

실력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기까지 한 것이다.

 

뱁새가 그랬다.

프로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라운드를 마치면

“에이! 짧은 퍼팅 두어 개만 더 떨어졌어도”

라고 아쉬워하곤 했다.

 

기가 막히게 쳐 놓고도 버디 펏을 놓치거나 어렵사리 붙여 놓고도 파 세이브를 못 한 홀을 떠올리며 혀 끝을 차곤 했던 것이다.

그 ‘쯧!’하는 소리는 자신을 질책하고 반성하는 것이기 보다는

행운의 여신을 원망하는 작은 짜증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복기가 되기는 되는가 보네? 흠흠)

 

그런데 프로가 되고 나서 챌린지투어(2부 투어)를 뛰면서 뱁새 눈높이가 달라졌다.

 

‘웬걸?’

넙죽넙죽 잘도 숏 펏을 집어넣는 선수들을 바로 옆에서 자주 보게 된 것이다.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6피트(1.8미터 남짓)에서 미국 PGA 프로의 평균 퍼팅 성공률이 50%’라는 통계(진짜다)를 자주 써먹는 뱁새 눈 앞에서 그 정도 거리를 거의 다 성공시키는 선수가 이따금 있었다.

뱁새는 그저 부러워서 입맛만 다셨다.

짧은 퍼팅 성공률의 평균을 깎아먹던 뱁새 입장에서 안 부러웠겠는가?

 

급기야 뱁새가 겨~우 이성적 판단을 했는데

'아무래도 이건 행운이나 불운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래서 뱁새는 사부 김중수 프로와 진지하게 상담을 했다.

뱁새가 사부에게 한 말은

“미치겠어요! … 중략 …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을 … 중략 … 짧은 퍼팅 한 두 개만 더 떨어뜨려도 … 중략 …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 후략 …”

였다고 한다.

 

사부가 한참 고민한 끝에 제시한 카드는 페인트 칠을 하는 것이 아닌 새로 짓는 것이었으니 그것은 바로

‘리버스 그립(역그립)’이다.

 

10년 가까이 오른손이 아래로 가는 정통 그립을 잡고 있는 뱁새에게 사부는

“리버스 그립으로 바꾸면 짧은 퍼팅이 확실히 좋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물론 그 말을 들을 때 뱁새는 몰랐다.

‘리버스 그립으로 바꾸면 숏 퍼팅이 좋아지는 것은 맞는 얘기지만 퍼팅 그립을 바꾸면 거리감이 달라져서 새로 거리감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사부는 몰랐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뱁새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을 쌩고생(고생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생고생이 아니고 쌩고생) 시킨 ‘악당’ 사부를 뒤에서 쏘아보곤 한다.

차마 앞에서는 그러지 못하고

 

“어떻게 잡는 건데요”

라고 뱁새가 몸을 사부쪽으로 바싹 당기며 묻자

사부는 리버스 그립 잡는 법을 알려 준다.

 

엥?

'그냥 오른손 그립 잡는 방법을 반대로 손만 바꿔서 하는 것'이란다.

왼손이 아래로 가고 오른손이 위로 오고.

 

“진짜 이게 다인가요?”

뱁새는 믿을 수가 없어 묻는다.

 

“백스윙 할 때 왼쪽 어깨로 한다는 느낌을 더 가져주면 빨리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귀뜸하는 것이 전부다.

 

뱁새가 역그립을 잡는 데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편안해 지기 쩐까지는 실전에서 퍼팅을 할 때 그립을 주물떡거리느라 시간이 조금씩 더 걸렸다.

집에 퍼팅 매트를 놓고 하루에 수 백 개씩 퍼팅 연습을 하며 그립을 풀었다 다시 잡기를 반복하고 나서야  애쓰지 않아도 역그립이 쉽게 만들어졌다.

 

실전 숏 펫에서 잇달아 재미를 보고 입이 벌어진 뱁새는

“역시 사부님 말씀은 진리야!”

라고 흐뭇해하며 카카오톡으로 사부에게 ‘사부님 덕분에 숏 퍼팅 좋아졌습니다’라고 메시지 보내기를 몇 차례나 했다고 한다.

 

그러나 뱁새가 리버스 그립 때문에 피눈물을 흘린 날이 오고야 말았으니

바로 2016년 5월에 열린 KPGA 투어프로선발전(KPGA 프로들끼리 겨뤄서 투어프로를 뽑는 시험) 지역 예선이었다.

예선 첫날 거세게 바람이 불어 제법 좋아진 뱁새의 아이언 샷으로도 핀 근처에 볼이 가지도 못했다.

그린 주변에서 어프러치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고 어쩌다 올라간 것은 홀에서 멀찌감치 떨어졌다.

(열박짝이 다 뭐야 ?스무발짝 이상 떨어진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뱁새는 그날 스리 펏을 대여섯 개나 했다.

참가비 내고 한달 가까이 죽어라고 연습 라운드 돌았는 데 막상 딱 하루 치고 컷 탈락해서 짐을 싸서 집에 온 것이다.

뱁새는 좌절했다.

 

이날 짧은 펏을 놓쳐서 스리 펏을 무더기로 한 것이 절대 아니었다.

열 댓발짝 퍼팅 거리감을 도무지 맞힐 수가 없었다.

리버스 그립으로 말이다.

 

리버스 그립을 잡는다고 롱 퍼팅을 못한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뱁새가 10년 가까이 정통 그립으로 하다가 바꾼 뱁새가 리버스 그립으로 롱 퍼팅을 못하더라는 얘기다.

직진성은 기가막히게 좋아졌는데 감각에 의존하는 거리감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짧은 퍼팅을 잘 하면 뭐하냐고?

홀 가까이 붙어야 짧은 퍼팅을 성공시키든지 말든지 하지!

 

대회 후 뱁새는 고민에 빠졌다.

 

그러자 사부는 노련한 교습가답게

“10미터 넘는 펏은 오른손 그립으로 하면 어떠니?”

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이른바 거리에 따라 퍼팅 그립을 다르게 잡는 방법이었다.

'사부 말이라면 듣는 시늉만 하고 꼭 안 보이는 곳에서는 딴 짓을 일삼는' 뱁새지만

이 솔루션 만큼은 솔깃했는지 곧바로 그렇게 바꿨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뱁새가 당시 여자 골프 세계 1위인 리디아 고(LPGA)와 같은 방법으로 퍼팅을 한다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는 것이었다.

가끔 호기심을 갖고

“리디아 고가 짧은 퍼팅은 리버스 그립으로 하고 롱 퍼팅은 오른손 그립으로 하는 것을 보고 배웠느냐?”

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뱁새는 웃으면서

“그럼요. 가장 과학적 방법이랍니다. 일상 생활에서 주로 쓰는 손이 감각이 더 발달해서 롱 퍼팅 거리감이 좋다고 하네요”

라고 말은 하지만

속으로는

‘리디아 고는 무슨 얼어죽을? 사부 말씀 철석같이 믿고 리버스로 바꿨다가 *망신 당하고 나서 겨우 해결책 찾은 것이구만!’

이라고 말하곤 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 뱁새는 사부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요즘 뱁새와 라운드를 해 본 프로라면 알지만 뱁새가 짧은 퍼팅 하나는 기가막히다.

자꾸 잘 떨어뜨리다 보니 아주 신이 나서 최근에는 서너발짝 짜리도 ‘이건 들어간다’고 자신하며 치는 듯 하다.

 

“짧은 퍼팅을 자꾸 놓친다면 리버스 그립을 잡아보는 것도 검토해 보라”고 뱁새는 조언한다.

'잡으라'고 하는 대신 '검토해 보라'고 하는 이유는 경험 탓이다.

롱 퍼팅 거리감을 익히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짧은 퍼팅은 확실히 좋아지지만 연습을 열심히 할 각오를 해야 그 전만큼 롱퍼팅도 잘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처음 골프를 배우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리버스 그립을 잡으라"

고 가르친다.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든

"무게 중심을 찾아 표시해 퍼팅 개수를 줄여주는 엑스페론 골프볼을 써라"

고 권한다. (진심으로)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é.naver.com/satang1

ironsmithkim@gmail.com

뱁새 김용준 프로도 전에는 사진 속 미녀 골퍼 이민아 프로(KLPGA)처럼 오른손이 아래로 내려가는 정통 퍼팅 그립을 잡았다. 그러나 숏 퍼팅을 너무 자주 놓쳐서 고심한 끝에 사부 김중수 프로의 조언을 받아들여 왼손이 아래로 내려가는 역그립(리버스 그립)으로 바꿔 성공했다. 그래도 롱퍼팅 거리감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려 혼란스러워 하다가 요즘은 많이 좋아져 롱 퍼팅 할 때  느낌에 따라 리버스 그립과 정통그립 중 한가지를 선택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