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 소리와 한숨, 여인의 환희로 채워진 4분 20초

입력 2012-11-24 13:01 수정 2015-03-25 11:34
샹송 가수면서 감독, 배우였던 세르쥬 갱스부르(Serge Gainsbourg, 1928~1991)는 일탈로 유명했습니다. 늘 술에 취한 듯 흐느적거리면서도 거침없는 행동, 복잡한 사생활과 줄담배로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지요. 당시 유행하던 문학적 샹송보다는 폐쇄적인 기성 사회를 신랄하게 꼬집는 노래를 주로 만들고 불렀습니다. 그가 1968년 ‘슬로건’이라는 영화의 음악 작업을 하면서 만난 여자가 바로 영국 태생의 제인 버킨(Jane Birkin)입니다.



▲ 제인 버킨

영화 촬영차 파리에 온 스물 두 살의 버킨은 긴 갈색 머리, 큰 눈, 야성적인 몸매를 가진 60년대 ‘흔들리는 런던(Swinging London)’의 전형적 모델이었습니다. 성대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구강 내 호흡만으로 가냘프게 이어지는 노래도 인상적이었지요. 그녀는 갱스부르의 눈에 띄자마자 노련한 작업(?)에 걸려듭니다. 운명이 이들을 삶과 사랑의 동반자 관계로 엮어버린 게지요. 나아가 두 사람은 파격적인 의성어를 삽입, 노골적으로 섹스를 묘사한 ‘널 사랑해, 나 역시 널 사랑하지 않아(Je T'aime…Moi Non Plus)’를 함께 불러 세상을 뜨겁게 달궈 놓는데요.

사실 이 노래는 갱스부르가 1967년 사랑을 불태웠던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BB)를 위해 작곡했고 녹음까지 마쳤으나 싱글 발표를 못하고 있던 곡이었습니다. 이는 미국의 마릴린 먼로(MM), 이탈리아의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CC)와 더불어 육체파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유부녀 바르도의 부탁 때문이라고 합니다. BB 입장에서는 남편의 분노와 스캔들 확산으로 인한 인기 추락이 염려됐겠지요. 극도로 섭섭해진 갱스부르와 어떻게든 정상을 유지하려는 바르도는 결국 관계가 틀어져 헤어집니다.

▲ 브리지트 바르도

이후 ‘Je T'aime…’는 갱스부르의 책상 속에서 숨 죽이며 햇빛 볼 날만 기다리고 있었고 마침내 제인 버킨의 목소리를 빌려 그간의 허기를 토해낼 수 있었습니다. 중세 이래 에로틱한 연가들은 있었지만 대부분 음지에서 불려졌으며 이처럼 전파를 타고 대중의 귀를 적신 노래는 없었습니다. 신음 소리와 한숨, 여인의 환희로 채워진 4분 20초…. 이 노래는 숱한 외설 시비와 금지곡이라는 수난을 받으면서도 각국 음악 차트를 휩쓰는 등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영원한 성애가(性愛歌)이지요.

*** 제인 버킨은 올해 3월 방한을 포함해 두 번이나 한국을 찾았습니다. 지금 66세라지요. 90편에 달하는 필모그래피를 보유한 관록 있는 배우면서 패션계에도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30년의 역사를 가진 에르메스(Hermes)의 명품 ‘버킨 백 Birkin Bag’은 프렌치 시크(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강조한 파리지엔 패션 스타일)의 대명사인 그녀를 기념해 제작된 것으로서 지금까지 최고의 스테디 셀러 명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화 ‘제인 에어’, ‘멜랑코리아 행성’, ‘더 트리’에 출연했으며 지난 2009년 칸 영화제에서 ‘안티 크라이스트’로 여우 주연상을 받은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세르쥬와 버킨의 딸입니다.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배우, 가수, 패셔니스타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전천후 엔터테이너이지요.

▲ 샤를로트 갱스부르


▲ Jane Birkin & Serge Gainsbourg - Je T'aime…Moi Non Plus(널 사랑해…)
▲ Jane Birkin - Baby Alone in Babylone(바빌론의 외로운 소녀)
▲ Jean Francois Maurice - Monaco(모나코)
▲ Dalida & Alain Delon - Paroles, Paroles(달콤한 속삭임)
▲ Nicoletta - Mamy Blue(마미 블루)
▲ Michel Polnareff - Qui A Tue Grand Maman(누가 할머니를 죽였나, 5월의 노래 원곡)
▲ France Gall - Poupee De Cire, Poupee De Son(꿈꾸는 샹송인형)
▲ Andre Claveau - Viens Danser Avec Papa(아빠와 함께 춤을)
▲ Enrico Macias - L'amour C'est Pour Rien(사랑하는 마음)
▲ Enrico Macias - Pour Toutes Ces Raisons Je T'aime(사랑하는 모든 이유를 위해)
▲ Danielle Licari - Concerto Pour Une Voix(목소리를 위한 협주곡)
▲ Eve Brenner - Le Matin Sur La Riviere(강가의 아침)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109명 35%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199명 65%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