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벌식 한글 자판(키보드)을 아는가?

들어본 것도 같다고?

 

그렇다면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는 어떤가?

귀에 익숙한 독자가 드물지 않을 것이다.

공병우 박사가 개량한 세벌식 한글 자판을 채용한 것인데 두벌식보다 상당히 빠르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글자를 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이후로도 개량이 되어서 지금은 ‘세벌식 최종’ 버전이 나와 있다)

 

당연히 더 합리적이니 세벌식 한글 자판을 쓸 것 같은 데 현실은 다르다.

PC 키보드는 ‘백이면 백’ 두벌식 한글 자판을 달고 있다.

 

굳이 세벌식 자판을 쓰려면 기존 자판 위에 새로 글씨를 붙이고 프로그램에서도 세벌식 자판 옵션을 선택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두벌식을 그대로 두고 자판을 보지 않고 세벌식을 익히는 연습 프로그램도 있다)

 

타자를 평생 처음 배운다면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두벌식이든 세벌식이든 비슷하다.

그런데 두벌식 타자를 계속 치던 사람이 세벌식을 배우려면 어떨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익숙함과 습관을 지우고 새로 버릇을 들여야 하니 말이다.

 

혹시 세벌식을 새로 익히는 사이에 급하게 글 쓸 일이 생긴다면?

두벌식과 세벌식 사이에서 고민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세벌식 익히기를 중단하고 두벌식으로 ‘급한 불’을 끌 수밖에 없을 때도 있을 터.

 

더 합리적이라고 해도 이미 널리 퍼진 ‘사실상 표준’을 버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뱁새도 두벌식 한글 자판에 머물러 있다)

 

갑자기 웬 타자 타령이냐고?

 

지난 2년간 뱁새 김용준 프로의 퍼터 그립이 비슷한 형국이었기 때문이다.

 

독학 골퍼 뱁새는 처음에는 남들이 잡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고 퍼터 그립을 잡았다.

오른손이 아래로 내려가는 지극히 평범한 퍼터 그립 말이다.

 

그리고는 TV나 잡지 골프 교과서 따위에서 퍼팅 그립에 관한 내용을 접할 때마다 조금씩 고쳐서

나름대로 ‘좋은’ 퍼팅 그립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경지에 이르렀을 때였다.

‘눈썰미만으로 정통을 배우기는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 것은.

 

“이것 좀 보세요! 세상에! 뱁새가 퍼터 그립을 잡는 데 그립에 손바닥이 닿는 게 아니라 손가락을 대고 있네요?”

인천 부평에서 제자들을 키우면서 골프 클럽 피팅도 하고 있는 김기종 프로(KPGA 챔피언스 투어 멤버로 프로들 사이에서는 실전을 이해하는 솜씨 좋은 피터로 정평이 나 있다. 아들도 KPGA 김종혁 프로다)가 뱁새 사부 김중수 프로를 돌아보면서 웃는다.

 

뱁새가 겸연쩍은 얼굴로 둘러보니 다른 프로들도 ‘흐흐’ 하며 웃고 있는데 ‘어이 없다’는 표정이다.

 

“아이고! 그런 그립으로 그렇~게 퍼팅을 잘 한단 말이야?”

옆에 있던 골프 이론가 김정식 프로(USGTF 티칭 프로)도 거들고 나선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뱁새에게 버금가는 비거리를 자랑하는 장타자인 그(젊어서는 얼마나 보냈을까 짐작도 안 된다)의 말에는 ‘잘 한다’가 들어갔지만 ‘그립을 그렇게 잡으니 퍼팅을 엉터리로 하지’라는 뜻이 들어있다는 것을 눈치 없는 뱁새조차 느낄 수가 있다.

 

“그럼 퍼팅 그립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데요?”

뱁새가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클럽 무게 밸런스를 조절하느라고 뱁새와 함께 김기종 프로 피팅샵을 찾은 사부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다.

무게추를 넣어 다시 끼운 아이언의 접착제가 굳기를 기다리며 전기난로 앞 의자에 3번부터 피칭까지 가지런히 늘어 두고 기다리던 그다.

 

“손바닥에 생명선 보이지?”

사부가 묻는다.

 

“네!”

뱁새 목소리가 어느새 씩씩하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부끄러워하거나 자존심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게 뱁새의 지론이다.

 

“퍼터 그립을 생명선을 따라 잡아봐!”

사부가 간단히 설명한다.

 

뱁새가 그렇게 쥐어 보니 뭐랄까? 그립을 조금 깊게 잡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손바닥으로 퍼터 그립을 잡아야 손을 쓰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어!”

뱁새가 낯선 손맛에 ‘진짜 이것이 맞나?’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는 찰라 사부가 바로 못을 박는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잡아야 힘이 더 잘 전달돼서 더 작은 백스윙으로도 더 먼 거리를 보낼 수 있어!”

사부가 여기까지 덧붙이고서야 뱁새 눈빛이 공손하게 바뀌는데 수긍하는 눈치다.

 

“그럼 아이언을 잡을 때와 반대인 거네요?”

뱁새가 남은 궁금증을 마저 털어내려는 듯 당연한 얘기를 묻는다.

 

“당연하지! 아이언은 어깨 스윙으로 시작해도 마지막에는 손목 힘을 보태야 하니까 손가락만으로 그립을 잡는 거고, 퍼팅은 손목을 쓰면 안되니까 손바닥을 밀착해서 잡아야 하는 거야!”

사부의 답이 너무 명쾌하다.

 

"김프로 말이 백퍼센트 맞아!"

옆에 있던 프로들이 맞장구를 치자 뱁새 머릿속은 개운하게 정리가 된다.

 

이것이 뱁새가 어깨를 쓰는 것에 이어 두번째 퍼팅에 준 변화다.

간단한 것이라고 단번에 적응한 것은 아니다.

 

‘아차!’ 싶어서 따져보면 손바닥으로 그립 잡는 것을 잊어버리고 옛날 습관이 나오기를 한 참 반복한 뒤에야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머리로는 이해를 했지만 무심결에 다시 손가락으로 퍼터 그립을 잡곤 했다는 얘기다.

 

지금은 누가 뱁새에게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답하곤 한다.

“퍼터 그립은 손바닥으로 잡는다”고.
 

뱁새가 사부에게 배운 퍼팅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으니 그 얘기는 다음 회에 들어볼 수 있으려나?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é.naver.com/satang1

ironsmithkim@gmail.com

 

뱁새 김용준 프로가 셋업을 했는데 그립 속을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손바닥 생명선이 그립과 맞닿아 흔들림 없는 퍼팅 스트로크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소속사 엑스페론골프 모자를 쓰고 있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리는 데 프로가 된 직후 아직 엑스페론골프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 찍은 사진인가 보다.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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