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래퍼 제이지와 7개 부문의 켄드릭 라마, 6개 부문의 브루노 마스. (사진=그래미 홈페이지 화면 캡처)

내년 1월 60주년 행사  '흑인들의 잔치'

제이지, 켄드릭 라마, 브루노 마스 다관왕 유력한 3人

제60회 그래미상 시상식이 내년 1월28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립니다.  최근 후보들이 공개돼 매스컴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음악인들을 보면 60주년 그래미상은 흑인 가수들의 잔치나 다름없습니다. 랩가수 제이지가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 8개로 최다 후보에 올랐고 켄드릭 라마와 브루노 마스는 각각 7개와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습니다.

특히 올해의 앨범상 후보에는 1999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백인 남자 가수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미국의 전통음악인 컨트리 장르의 가수가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도 14년 만입니다.

흑인 가수들이 이번 그래미상의 주요 후보로 이름을 올린 것은 흑인음악이 현재 팝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시대상을 반영합니다. 음반 판매량, 빌보드 차트 성적 등 상업적인 성과 역시 두드러졌다는 것입니다. 데뷔 첫 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가수를 뽑는 최우수 신인상의 후보 5명 가운데서도 백인 여가수 줄리아 마이클스를 빼곤 칼리드, 릴 우지 버트, 시저(SZA), 알레시아 카라 등 나머지 4명이 흑인이거나 흑백 혼혈입니다.

그래미상은 대중음악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상입니다. 가수들에게 그래미상 수상 이력은 그야말로 축복이자 영예의 상징입니다. 1959년 1회 시상식이 열린 이후 세계 대중음악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기준이 됐습니다. 미국 레코딩 예술과학 아카데미(NARAS)가 주관하며 팝,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에서 올해는 총 84개 부문 시상이 이뤄집니다. 이중 음악 애호가들은 본상인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최우수 신인 등 주요 4개 부문에 주목합니다.


(사진=켄드릭 라마의 정규 3집 음반 커버)

그런데 그래미상은 그동안 흑인 가수에게는 꽤나 인색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흑인 음악가들이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가 본상을 받지 못한 적이 많았습니다.

올 2월 열린 59회 그래미상 결과는 흑인 가수에게 인색한 그래미상 심사위원들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비욘세는 지난해 발매한 음반 '레모네이드'로 총 9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지만 아델이 3집 '25'로 올해의 앨범 등 본상 3개를 모두 가져갔습니다. 비욘세는 아델을 위한 그래미 시상식에 초대손님 대접을 받은 것이지요. 58회 그래미상에선 올해의 앨범상을 가져 간 컨트리팝 싱어 테일러 스위프트가 승자였습니다. 켄드릭 라마가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본상은 하나도 받지 못했습니다.
2000년대 고인이 된 여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 힙합스타 카니예 웨스트 등이 그래미상을 받았지만 늘 두각을 드러낸 것은 백인 가수였습니다. 팝 재즈, 록, 포크, 컨트리 장르의 가수들이 본상을 많이 가져갔는데 그래미상 심사위원단의 백인 선호 취향이 온전히 반영된 것입니다. 그 이전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흑인 음악가들이 그래미상 본상을 받은 것은 스티비 원더, 마이클 잭슨, 로린 힐 등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도 백인 중심의 그래미상은 계속됐습니다. 역설적으로 미국 팝 시장은 랩, 리듬앤블루스(R&B) 같은 블랙 뮤직이 빌보드 차트를 석권했는데도 말이죠. 2000년대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받은 흑인 가수의 음반은 힙합 듀오 아웃캐스트의 '스피커박스/러브 빌로우(Speakerboxxx/The Love Below)'(2003년)와 레이 찰스 사후 앨범이 된 '지니어스 러브 컴퍼니(Genius Loves Company)'(2004년) 단 2장 뿐입니다.

60회 그래미상 노미네이트 명단은 그야말로 흑인들의 잔치입니다. 물론 백인 가수들도 본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올해의 앨범상엔 뉴질랜드 출신의 여가수 로드의 '멜로드라마(Melodrama)'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동안의 그래미 취향을 본다면 로드의 수상 가능성이 꽤 높을 것 같습니다. 대중음악지 '롤링스톤'은 2017년을 빛낸 50장의 앨범 순위를 발표하면서 1위에 켄드릭 라마의 '댐(DAMN)', 2위에 로드의 '멜로드라마'를 선정했습니다.

김정훈 lennon@hankyung.com
필자는 한경닷컴 뉴스국에서 자동차 업종을 취재하고 있다. 자동차 드라이브를 무척 좋아하지만 음악과 공연을 더 즐긴다. 글방을 통해 음악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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