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의 재발견, “충격은 신선하다”

입력 2012-11-04 02:33 수정 2012-11-08 09:48



사진을 잘 찍으려면 세상의 질서를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자신만의 언어를 필름에 담을 수 있어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 모두 피사체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현상 뒤편의 진실을 밝혀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수많은 ‘결정적 순간’을 목격했던 프랑스의 앙리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1908~2004)은 마음에 드는 한 컷을 얻기 위해 ‘현장범을 체포하려는 사람처럼 긴장한 채 하루 종일 걸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겠지요. 1999년 그의 자서전을 출간했던 작가 피에르 아술린은 전기를 쓰면서 ‘신화적 인물의 등 뒤에서 타자기를 두드릴 때 드는 묘한 느낌, 전설을 뒤엎는 듯한 기이한 감정, 권위에 도전하는 야릇함, 고전이 되어버린 인물을 비판하는 위험천만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 앙리 브레송 ‘생 라자르 역 뒤에서’, 1932

사진 작가로서는 처음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대받았던 다이앤 아버스(Diane Arbus, 1923~1971) 역시 한 인물의 ‘가면’을 벗기려면 최소 500번은 셔터를 눌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은 특이하게도 기형인, 여장 남자, 동성애자, 정신지체자 등 소수자들에게 집중됐는데요. ‘소수자들은 비록 사진의 테마였지만 내 삶에 엄청난 흥분과 의미를 주었다. 느닷없이 나를 불러 세워 삶의 수수께끼를 풀라고 요구하는 신화 속의 인물과도 같았다. (…) 하지만 그들은 정상인들보다 먼저 삶의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바 있습니다. 1972년 뉴욕근대미술관에서 열린 사후 개인전에는 두 달 만에 20만 명이 몰려 피카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 다이앤 아버스 ‘카니발에서 칼을 삼키는 알비노 여인’, 1970

이들은 모두 자신의 의식과 대상을 하나의 고정된 틀에서 해방시킨 대가들이지요. 피사체의 내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결코 화려하지 않은 대상과도 소통하려는 작가 정신이 뛰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모든 예술의 최대 적이라는 ‘상투성’을 탈피하는 방법론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고전주의자 뿌생(Poussin)은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이렇게 말했지요.

“대상을 보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단순하게 그냥 바라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의깊게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이다. 전자는 다만 눈에 들어오는 대로 자연스럽게 대상의 형태를 받아들이는 것, 후자는 눈에 들어온 형태를 보다 잘 알 수 있는 수단을 탐구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 ‘스트레이트 사진의 완성자’, ‘모더니즘의 대가’로 불리는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 1886~1958)의 누드 사진이 있습니다. 작가의 나이 50세가 되던 해에 찍었다지요. 젊은 여자가 발산하는 관능적인 요소가 생략돼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누드 사진과 차별화됩니다. 예쁜 얼굴과 가는 허리는 물론 통통한 젖가슴이나 풍만한 엉덩이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에로틱한 면을 완전히 배제한 대단히 불친절한(?) 작품인데요.



▲ 에드워드 웨스턴 ‘누드’, 1936

이 사진은 모델이 만들어내는 두 개의 타원이 화면을 지배합니다. 접힌 오른쪽 무릎을 긴 양팔로 감싸 안으며 그리는 큰 타원, 곱게 빗질한 머리가 보여주는 작은 타원이 그것이지요. 육감적인 것이 모두 빠져 있는 상태에서 결국 남은 요체는 ‘구성의 아름다움’입니다. 화면을 절반씩 양분한 명암이 그렇고, 젊음의 관능을 숨기고 있는 두 개의 타원 선(線)이 그렇습니다.

대개의 여성 누드 사진은 남성의 관점에서 제작됩니다. 이때 취하는 모델의 포즈는 ‘남성이 선호하는’ 미의식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에드워드 웨스턴은 주요 부위의 노출 없이 인체의 선과 공간의 배분만으로 새로운 조형미를 창조했습니다. 교과서적인 전통의 답습을 거부한 작가의 신선한 안목이 모더니즘 사진 역사의 한 시절을 대표했던 작품을 태어나게 했습니다.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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