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받은 년, 복도 많은 년, 복 터진 년

입력 2012-10-09 01:10 수정 2012-11-26 17:37



# 옛날 맹인 남편과 벙어리 부인이 있었다. 어느 날 밤 집 밖이 몹시 소란하여 부인이 나가보니 어떤 집에 불이 났다. 궁금해 하는 남편 앞에서 상황을 설명하는 부인의 모습이 가관이었다. 남편의 두 팔을 자기 젖가슴 사이에 대고 사람 인(人)자를 만드니 남편이 ‘오호라, 불이 났구먼’ 하더란다.
‘이봐 마누라, 어디에 불 났는 감?’ 하고 묻자 이번엔 남편 손을 자기의 음부 깊은 곳에 갖다 댔다.
“오호라, 진창골에 불이 났구먼. 저런 어쩌….”
이어 ‘얼마나 불탔냐?’고 묻는 말에 자기 손을 남편의 남근에 갖다 대니
“오호라, 기둥만 남고 다 타버렸구먼. 저런 어쩌….”

# 광주 어느 고을에 금실 좋은 부부가 살았는디, 남편은 늘 사랑방에 앉아 책만 읽고 있는 기라. 하루는 남편이 외출한 사이에 부인이 사랑방으로 들어가 책을 들여다보니 어느 곳엔 붉은 색 줄이 그어져 있고 빗금이 쳐져 있는가 하면 또 어느 곳에는 점이 찍혀 있으며 자그마한 쪽지를 붙여놓은 곳도 있었다.
돌아온 남편이 그 까닭을 소상하게 알려주었다.
“책에다 줄을 친 까닭은 문장이 아름답기 때문이고 그에 버금가는 곳에는 점을 찍었다오. 아름답지는 않으나 그저 보아줄 만한 곳에는 빗금을 그었고 무슨 뜻인지 아리송한 곳에는 쪽지를 붙였다오.”
부인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암요’ 했다.
며칠 뒤 만취한 남편이 귀가해 사랑방에서 큰대자로 잠든 모습을 본 부인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옷을 벗기는 벗었으나 아랫도리가 다 드러난 데다 거시기가 성이 바짝 나 있었던 것.
부인은 ‘어머나, 웬 떡~’ 혀면서도 보는 순간 장난기가 발동하였다. 남편이 쓰던 지필묵을 가져와 붉은 붓을 들어 거시기에 길게 밑줄 좍~, 고환엔 점, 음모 주변엔 빗금, 마지막으로 코에다 쪽지를 오려 붙였다.
이튿날 아침 잠에서 깬 남편이 연유를 물었더니 답이 곧 돌아왔다.
“우선, 서방님의 거시기가 커서 붉은 줄을 그었고 고환은 약물에 딸린 물건인지라 점을 찍은 것입니다. 그리고 음모는 요긴한 것이 아니므로 작대기를 그었답니다.”
“그렇다면 내 코에는 왜 쪽지를 붙인 것이오?”
부인의 대답이 걸작이다.
“옛말에 코가 크면 물건도 크다고 했는데 서방님의 코는 그리 크지도 않으면서 거시기는 크니 어찌 아리송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 아우가 아침부터 형님 집을 찾았다. 대청마루에 올라선 아우가 ‘형님 계십니까’란 소리와 함께 다짜고짜 안방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런 낭패가…. 형님 내외가 한참 정분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난감한 아우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엉거주춤 서 있자 형님이 점잖게 인사하였다.
“아우 왔는가. 보다시피 난 지금 ‘뜨신 음식’ 먹고 있네.”
아우가 얼른 받아 멋지게 대구(對句)하였다.
“아이구 형님! 그럼 계속 드시지요. 전 방금 먹고 왔습니다.”

# 혼인한 지 오래된 부부가 있었는데 남자가 숙맥이라 아이가 없었다. 이웃집 할머니가 여자의 시어머니에게 ‘며느리에게 밑이 없는 홑바지를 입혀 부부를 비탈밭으로 보내라’고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어느 날 남자가 일을 하다가 밭에 앉아 있는 부인을 보고 자기와 다르게 생긴 물건이 무엇에 쓰는 거냐고 물었다. 여자가 ‘한 잔 하는 데 쓰는 것’이라고 대답하니 ‘그럼 한 잔 해 보자’ 해서 ‘그 일’의 묘미를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남자는 시도 때도 없이 아무데서나 한 잔 하자, 한 잔 하자 하였다.

# 옛날에 어떤 노처녀가 있었다. 노처녀는 다시 중매가 들어오면 무조건 시집을 가기로 작정했다. 그에게 한 중매쟁이가 찾아왔다.
“들어 보구려. 한 총각은 문장이 대단한 선비라오. 그 다음 총각은 씩씩한 무인이라오.”
처녀의 낯빛이 별로 밝지 않았다. 중매쟁이가 말을 이었다.
“다음 총각은 부잣집 아들이라오. 맨 마지막은 정력 하나는 대단한 청년이오.”
처녀는 한참 생각하다 노래를 불렀다.
“공부 많이 해 문장 잘 짓는 선비야
뜻만 넓어 아내 고생시킬 게 뻔하고~
또 ~ 또 ~
누가 뭐래도 돌 담은 주머니
머리 위까지 돌리는 억센 총각이
내 마음에 꼭 드오.”


有意雙腰合   유의쌍요합
多情兩脚開   다정양각개
動搖在我心   동요재아심
深淺任君裁   심천임군재

마음이 있어 허리를 합하였고
정이 많아 두 다리를 열었다
흔드는 것은 내 마음이지만
깊고 얕은 것은 그대의 재량
- ‘전도’(剪刀, 가위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오언절구)

앞 남산의 딱따구리는
생 구멍도 뚫는데
우리 집의 저 멍텅구리는
뚫어진 구멍도 못 뚫네.
- 임동권 편『한국민요집』(집문당)에서

“보이시는가? 이게 성이 나니까 제대로 내게 가르침을 주더란 말이오. 본질이 무엇이겠소? 존재의 본질이 무엇이오?
바로 직관이지. 직관은 또 무엇이오? 느낌이지. 그렇다면 그것을 잡아채는 데 이만한 물건이 어디 있겠소?
그런데 그대들은 아니라고 하오. 그 모든 것이 성(性)을 타파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결국에는 이것에서 꽃이 필 터인데…
그대들은 아니라고 하오. 그래서 그대도 태어났고 나도 태어났고 나라님도 태어나 우주를 형성하는데 아니라고 하오.
그럼 무엇이오? 이게 바로 예요, 기요, 도요, 붓인데 그대들은 아니라고 하오.
힘이 있다면 오늘이라도 기방에라도 가보시지 그러우. 거기, 그대가 찾아야 할 것이 있을 것 같은데. 거기, 눈물이 있소.
우리의 가난한 눈물겨운 누이들이 있소. 양반네들이 말처럼 욕정에 날뛰며 달려드는데 심드렁하게 담뱃대를 물고…
천장을 쳐다보는 표정 없는 우리의 누이들이 있소. 그녀들은 어떡하오. 그녀들은 누가 안을 것이오.
그대같이 고고한 병자들이? 어림없는 소리!”
- 춘화(春畵)를 많이 그린 혜원 신윤복이 표암 큰 스승에 의해 문중에서 쫓겨나면서 남긴 일갈(一喝).



조선 시대 육담, 보따리를 풀고 보니 끝이 없는데요. ㅎㅎ. 들으면 들을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킬킬’ 웃음보가 터지면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을 보면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숨기고 체면 운운 하면서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속학자 김선풍 교수는 한국 사람들의 웃음이 육담 속에 농축돼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밝은 대낮 빛을 발한 성리학적 질서 속에서 밤이슬을 머금으며 지금까지 살아남은 웃음의 세계. 인간 성정의 질펀한 유전자가 면면히 계승돼 현대판 육담으로 발전했습니다. 인기도 여전합니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은 여성이 생산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세상을 희롱하듯 당당하게(?) 유통되고 있습니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지요. 많은 ‘21세기판 고금소총’ 가운데 그녀들이 입소문 낸 걸작(?) 몇 편을 소개합니다. 

<얄미운 년 주워섬기기>

10대 : 얼굴도 예쁜데 몸매도 쭉쭉 빵빵 잘 빠진 년
20대 : 연애질만 하고 돌아다니면서 시집은 잘도 가는 년
30대 : 잘 생기고 돈 잘 버는 공처가 남편 거느린 년
40대 : 자기는 할 짓 다하고 돌아다녀도 자식은 일류대학 척척 들어가는 년
50대 : 여전히 직장 다니는 남편과 돈 벌어다 주는 자식 있는 년
60대 : 남편 저 세상 가버려 수십억 유산 받은 년
70대 : 자식한테 손 안 벌려도 통장으로 매달 돈 들어와 풍족하게 쓰는 년
80대 : 인생 엉망으로 살았으면서도 죽어 천당 가려고 교회 다니는 년 

이 중에 하나도 해당 안 되면 쪽박 찬 년,
두 가지 이상 해당되면 복 받은 년,
네 가지 이상 해당되면 복도 많은 년,
여섯 가지 이상 해당되면 복 터진 년,
전부 다 해당되면 괘씸한 년!

<여성 평준화 타령>

40 대 : 배운 년이나 못 배운 년이나(어디다 이력서 넣을 일 없으니까)
50 대 : 얼굴 성형 한 년이나 안 한 년이나(주름살 때문에 거기서 거기니까)
60 대 : 자식 있는 년이나 없는 년이나(하나 둘 결혼하면 나가 버리니까)
70 대 : 영감 있는 년이나 없는 년이나(어차피 밤일 못하긴 마찬가지니까)
80 대 : 돈 있는 년이나 없는 년이나(돈이 있어봤자 멋 내고 갈 데도 없으니까)
90 대 : 살아있는 년이나 죽은 년이나(살아 있은들 죽은 사람과 다를 바 없으니까)

<남자와 불의 상관관계론>

20 대 : 번갯불이라 (무섭도록 세지만 너무나 빠르구나)
30 대 : 장작불이라 (한 번 붙었다 하면 활활 타는구나)
40 대 : 모닥불이라 (그럭저럭 화기가 있고 오래가는구나)
50 대 : 화롯불이라 (뒤적거려보면 온기는 있구나)
60 대 : 담뱃불이라 (불은 불인데 별로 쓸모가 없구나)
70 대 : 반딧불이라 (불도 아닌 것이 불인 척하는구나)
80 대 : 도깨비불이라 (본인은 불이라 우기지만 봤다는 사람이 없구나)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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