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입과 아랫입의 시비

입력 2012-10-05 23:59 수정 2013-02-28 09:22



# 한 과부가 빨래터에 걸터앉아 빨래를 하는데 밑이 따끔했다. 내려다보니 가재가 사타구니 속으로 들어가 ‘그것’을 물어버린 것이었다. 깜짝 놀란 과부가 가재를 잡아떼니 그 놈이 그만 물고 있던 살점을 꽉 쥔 채 떨어지고 말았다. 사타구니에서 피가 흐르고 아파 깡충깡충 뛰던 과부가 가재를 보니 아까운 살점을 쥐고 기어가고 있었다.
화가 난 과부가 가재를 잡아 입으로 깨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놈이 입술 살점을 뚝 떼어버렸다. 과부는 빨래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두 살점을 쥐고 의원에게 달려가 애원했다.
“제발 좀 붙여주세요.”
“이게 뭐요?”
“윗입, 아랫입의 살점이오.”
워낙 유명한 의원이다보니 살점이 잘 붙어 아물게 됐다. 그런데 다 아물고 난 뒤에 문제가 생겼다. 짓궂은 의원이 아랫도리 살점은 입술에 붙이고 입술 살점은 아랫도리에 붙여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 과부에게 맛있는 음식 얘기를 하면 아래가 실룩실룩거리고, 양물 얘기만 하면 입술이 벌름벌름했다고 한다.

# 북한강에 처녀 뱃사공이 있었다. 어느 날 선비 하나가 이 처녀의 나룻배를 타고 가다가 슬쩍 음심을 내비쳤다.
“어허, 좋구나. 처녀 뱃사공의 배 위에 올라타니 그 기분이 찢어질 듯 좋구먼. 배 위에서 배를 타면 더 원이 없겠는데….”
처녀 뱃사공이 그 말을 듣고 있자니 괘씸하기 짝이 없었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노만 저었다. 선비는 다시 한 번 같은 말을 반복하였다.
마침내 배가 뭍에 당도하여 선비가 내리자 아무 말도 없던 처녀가 한 마디 했다.
“어허, 좋구나. 뱃속에서 그렇게 속을 썩이더니 그 놈이 쑤욱 빠져나가니 참 시원하기도 하다.”

# 화창한 봄날, 시골 장터를 어슬렁거리는 한 건달이 있었다. 마침 그때 한 쪽 구석진 곳에서 떡장수 색시가 광주리에 쑥떡을 놓고 팔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기운 속옷 사이로 ‘그것’이 보였다. 떡장수 앞에 떡하니 쭈그려 앉은 건달이 떡을 사먹는데…
“쑥~ 넣었소?”
“네에~ 쑥~ 넣었죠.”
“쑥~ 넣으면 좋소?”
“물론이지요. 쑥~ 넣으면 좋지요.”
“쑥~ 넣으면 맛이 나오?”
“그럼요. 쑥~ 넣으면 맛이 나지요.”
“쑥~ 들어갈수록 맛이 더 좋소?”
“네에~ 쑥~ 들어갈수록 맛이 더 좋지요.”








# 경상도 어느 양반 집의 외동아들이 장가들 때가 되자 이웃 마을의 세 처녀가 서로 다퉈 시집을 오려 했다. 가문이나 바느질 솜씨, 용모, 예절 등이 한결같아 며느릿감 가려내기가 쉽지 않았다. 마침내 양반은 세 처녀를 불러 놓고 문제를 냈다.
“여자는 남자와 달라 입이 둘이로다. 위에 있는 입 말고 아래에 입이 하나 더 붙어 있도다.
내가 묻노니 윗입과 아랫입 중에 어느 것이 어른인가? 사려 깊게 답을 하렸다.”
첫 번째 처녀가 먼저 쾌활하게 대답을 한다.
“예, 윗입이 더 어른입니다. 아랫입은 아직 이가 나지 않았는데, 윗입은 모두 났기 때문에 더 어른입니다.”
그러자 두 번째 처녀가 말했다.
“아닙니다. 아랫입이 더 어른입니다. 윗입은 지금껏 수염이 나지 않았는데, 아랫입은 수염이 무성하게 나 있으니 더 어른입니다.”
세 번째 처녀는 다소곳이 앉아서 얼굴만 붉히고 있었다. 양반이 그 처녀에게 넌지시 눈길을 주며 “너는 어느 쪽이냐?” 물었다.
“둘 다 틀리진 않아도 맞는 답이라곤 할 수 없습니다. 소저의 생각으론 윗입이 더 어른입니다. 왜냐하면 아랫입은 평생 아기처럼 물려주는 젖만 빨아먹는데 윗입은 밥도 먹고 과일도 먹고 못 먹는 게 없으니 어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반이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그럼 그렇지! 네 말이 옳다. 음양의 이치를 제대로 아는 걸 보니 한 지아비의 아내 노릇을 할 자격이 있도다.”



# 나른한 봄날, 낮잠을 자는 여인의 윗입과 아랫입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上 : 아랫입아, 너 때문에 내가 욕을 먹는 수가 있어. 윗입이 크면 아랫입도 크다느니 어쩌구 말이야.
下 : 얼씨구. 때로는 나 덕분에 네 구멍으로 맛있는 음식이 들어가는 줄이나 알아야지.
上 : 모든 입은 가로로 찢어졌는데 네 구멍은 세로로 찢어져서 아주 원시적인 형태라고 모두 욕한다는데?
下 : 가로로 찢어진 너는 잡식성이지만 고상하게 밑으로 째진 나는 항상 크고 단단한 살코기만 먹는단 말이야.
上 : 나한테서는 고담준론이나 즐거운 노래, 상냥한 말 등 아름다운 소리만 나오지. 근데 너는 그게 뭐니. 말도 못하고 ‘쿨쩍쿨쩍’ 소리만 내면서….
下 : 웃기는 소리 그만하셔. 네 노랫소리는 내 속이 꽉 차고 즐거울 때에 가장 아름답게 난다는 것을 모르는구나. 








천생음골 강쇠놈이 여인의 양 다리 번쩍 들고 옥문관을 굽어보며 “이상히도 생겼구나. 맹랑히도 생겼구나. 늙은 중의 입일는지 털은 돋고 이는 없다. 소나기를 맞았는지 언덕 깊게 패였다. 콩밭 팥밭 지났는지 돔부꽃이 비치었다. 도끼날을 맞았는지 금 바르게 터져 있다. 생수처(生水處) 옥답인지 물이 항상 고여 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옴질옴질 하고 있노. 천리행용(멀리 뻗은 산맥) 내려오다 주먹바위 신통하다. 만경창파 조개인지 혀를 삐쭘 빼었으며, 임실 곶감 먹었는지 곶감씨가 장물이요, 만첩산중 으름(으름덩굴의 열매)인지 제가 절로 벌어졌다. 연계탕을 먹었는지 닭의 벼슬 비치었다. 파명당(무덤을 파서 옮김)을 하였는지 더운 김이 그저 난다. 제 무엇이 즐거워서 반쯤 웃어 두었구나. 곶감 있고, 으름 있고, 조개 있고, 연계 있고, 제사상은 걱정 없다.”

저 여인 살짝 웃으며 갚음을 하노라고 강쇠 기물 가리키며 “이상히도 생겼네, 맹랑히도 생겼네. 전배사령(벼슬아치를 인도하는 사령) 서려는지 쌍걸낭(큰 주머니)을 느직하게 달고, 오군문(五軍門) 군뇌(죄인을 다루는 병졸)던가 복덕이(갓)를 붉게 쓰고 냇물가에 물방안지 떨구덩떨구덩 끄덕인다. 송아지 말뚝인지 털고삐를 둘렀구나. 감기를 얻었던지 맑은 코는 무슨 일인고. 성정(性情)도 혹독하다, 화 곧 나면 눈물난다. 어린아이 병일는지 젖은 어찌 게웠으며, 제사에 쓴 숭어인지 꼬챙이 구멍이 그저 있다. 뒷 절 큰 방 노승인지 민대가리 둥글린다. 소년인사 다 배웠다. 꼬박꼬박 절을 하네. 고추 찧던 절굿대인지 검붉기는 무슨 일인고. 칠팔월 알밤인지 두 쪽이 한 데 붙어 있다. 물방아, 질굿대며 쇠고삐, 걸낭 등물 세간살이 걱정 없네.”

- 판소리 ‘변강쇠가’ 기물타령(奇物打令)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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