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말-슬퍼하지 말기를

                                                   존 던


덕 있는 사람들이 온화하게 세상 뜨며,

자신의 영혼에게 가자고, 속삭이고,

그러는 동안 슬퍼하는 친구 몇몇이

이제 운명하나 보다, 혹은 아니라고 말할 때처럼,

 

그처럼 우리도 자연스럽게, 소란스럽지 않게,

눈물의 홍수도, 한숨의 폭풍도 보이지 맙시다,

속인(俗人)들에게 우리의 사랑을 말하는 건

우리의 기쁨을 모독하는 것일 테니.

 

지진은 재해와 공포를 초래하니,

사람들은 그 피해가 어떤 것인지 압니다.

그러나 천체의 움직임은,

훨씬 클지라도,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따분한 지상의 연인들이 나누는 사랑은

(그 정수가 감각이기에) 서로의 부재를

용납할 수 없나니, 부재는 사랑을 이루는

감각들을 지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순한 사랑으로,

부재가 무언지도 모를 정도로,

서로의 마음을 확실히 믿고 있기에,

눈, 입술, 손이 없어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두 영혼은, 하나이기에,

내가 떠난다 하더라도, 그건 다만

끊기는 게 아니라, 늘어나는 것일 뿐입니다,

공기마냥 얇게 펴진 금박(金箔)처럼.

(이하 생략)

 

영국 시인 존 던(1572~1631)의 연애시 중 한 편이다. 영영 이별이 아니라 잠깐 동안의 이별을 노래한 사랑시여서 느낌이 더 애틋하다.

런던의 철물 상인과 극작가의 딸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온갖 고생 끝에 실권자인 토머스 에거턴 경의 비서가 됐다. 이후 에거턴 경의 조카인 앤 모어와 사랑에 빠져 비밀리에 결혼했다. 하지만 비밀결혼이 발각돼 직위를 잃고 감옥신세까지 졌다. 이때 앤에게 보낸 편지가 압권이다.

“John Donne, Anne Donne, Un-done(존 던, 앤 던, 안 끝났어요)!”

어려움 속에서도 둘은 행복한 생활을 이어갔다. 결혼 10년쯤 되던 해 그가 유럽 여행을 떠나면서 짧은 이별을 슬퍼하는 모어에게 준 것이 이 시 ‘이별의 말-슬퍼하지 말기를’이다.

시에도 드러나듯이 그는 지상의 사랑보다 천상의 사랑, 감각적 육체보다 영적인 믿음을 소중히 여겼다. 지진과 육체적 이별, 천체의 움직임과 온전한 사랑을 대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상 연인들의 사랑은 감각적이어서 떨어져 있는 걸 힘들어하지만 ‘부재가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로 승화된 사랑은 잠시 눈과 입술, 손을 못 본다 해도 걱정할 게 없다는 것이다.
6연에서 두 영혼을 ‘끊기는 게 아니라, 늘어나는’ 순금의 사랑으로 표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순금은 변하지 않고 아무리 두드려도 얇아질 뿐 끊어지지 않는 순수의 결정체다. 다음 연에서 그는 ‘우리의 영혼이 굳이 둘이어야 한다면/ 견고하게 붙어 있는 한 쌍의 컴퍼스의 다리’라고 묘사했다.

‘당신의 다리는 중심에 서 있다가도,/ 다른 다리가 멀리 떠나가게 되면,/ 몸을 기울여, 그쪽으로 귀 기울이고,/ 다른 다리가 돌아오면, 바로 곧게 섭니다.’

한 몸에 두 다리를 가진 컴퍼스, 고정된 한 다리가 다른 다리와 조화를 이뤄 완전한 원을 그려내는 ‘움직이는 고정’의 원리가 사랑이라는 얘기다. 시작과 끝이 하나인 원은 영원불변의 완전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그는 형이상학파의 대가답게 이 같은 상징과 비유로 사랑의 위대함을 노래했다. 시뿐만 아니라 산문도 잘 썼다. 헤밍웨이가 소설 제목으로 차용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도 그의 산문에 나오는 명구다.

 
고두현/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와 문화부장 거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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