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
“왜 이게 안 되죠?”

한참 끙끙대던 뱁새는 사부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을 수 밖에 없다.

‘이까짓 것쯤이야’
(‘이까짓 것’으로 띄어 쓰는 게 맞다. ‘이까짓’은 관용어여서 뒤에 오는 명사를 꾸민다. ‘이까짓 일’처럼 말이다. ‘까짓것’이라고 할 때는 붙여 쓰는 게 맞다. 어려워요. 흑흑)

사부가 “이거 이번 해봐!”라고 말할 때만 해도 뱁새는 ‘무슨 이런 시시한 걸 시키나?’하고 생각했다.

별 것 아닌 듯 보이는 일이란 바로
‘퍼터를 공 바로 뒤에 대고(공에 닿거나 닿을락말락 하게 놓고) 백스윙을 하지 않고 바로 스트로크 해서 공을 목표 쪽으로 굴려 보내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는 독자를 위해 설명을 보탠다.

퍼팅을 할 때는 보통 스윙을 한 다음 다운스윙을 하면서 볼을 맞히지 않는가?
그런데 백스윙 없이 공을 앞으로(목표 방향으로) 보내보라는 것이다.
그것도 퍼터를 내려 놓을 때 퍼터와 공 사이에 공간이 아예 없거나 거의 없게 한 채로 말이다.
(한 번 해보기 바란다. 잘 되는 독자는 퍼터 상급자로 인정!)

사부 김중수 프로는 뱁새에게 퍼터를 달라고 하더니 시범을 보인다.

공은 시원하게 굴러가 스무 발짝 남짓한 저쪽 벽에 탁 소리를 내며 부딪힌다.
서너 개쯤 ‘떼구르르’ 잘도 굴려 보내고 나서 뱁새에게 퍼터를 넘겨준다.

“한 번 해봐”
사부가 뱁새에게 말하는 데
어째 뱁새 귀에는 ‘할 수 없을 걸’이라는 뜻으로 들리며 거슬린다.

퍼팅이라면 한가락 한다고 자신하는 뱁새는
약이 살짝 올라(꼴에 ‘저도 프로 골퍼라고 알량한 자존심을 있네’라고 생각하는 독자는 나빠요. 응원은 못할 망정) 냉큼 퍼터를 받아 들고 셋업 한 다음 한 번 해 보는 데...

어럽쇼?
공은 서너 발짝도 가지 못한다.

뱁새는 순간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두 번째 시도를 한다.

이번에는 첫 번째보다도 더 못 굴러간다.

‘왜 이러지?’
뱁새는 눈이 커진 채로 고개를 한 번 갸웃한 다음 다시 한 번 해 본다.
세 번째는 두 번째 보다는 한 걸음 정도 더 나갔지만 신통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뱁새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사부는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짓는 데 뱁새 눈에는 ‘고소하다 이 녀석아’라는 뜻으로 읽힌다.

“왜 이게 안 되죠?”라며
사부를 올려다 보는(뱁새가 키가 한참 큰데도 어쩐 일인지 이 때는 사부가 부처처럼 커 보여서 올려다 본 것이리라) 뱁새.
그의 눈에는 불과 1~2분 전만 해도 가득하던 자신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곤경에 처해 어미에게 구원의 손길을 바라는 새끼 같은 애처로움이 묻어난다.

그러나 어디 맹수가 새끼가 아쉬워 할 때마다 다독여 주던가?

뱁새의 ‘SOS’에도 사부는 그냥 ‘염화미소’만 띄고 저 쪽 테이블로 가버린다.
(발을 헛디뎌 작은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새끼를 못 본 척 하고 터벅터벅 앞서 가는 어미 짐승처럼)

뱁새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뒤돌아서며 사부가 띤('띈'은 틀린 표현) 그 기기묘묘한 미소는
바로 프랑스 파리 르부르 박물관에 걸려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의 그것과 비슷하다.
(원고료 챙긴 것으로 유럽 갔다 온다고 하더니 모나리자도 보고 온 모양이네?)

뱁새가 공 하나를 다시 끌어다 놓고 올려다 봐도 사부는 한 마디 해 줄 기색이 없다.

바로 답을 알려줄 것 같지 않자 뱁새는 혼자 10분 넘게 낑낑댄다.
그 사이 사부는 골프 채널을 보며 이따금 뱁새 쪽을 돌아볼 뿐 말이 없다.

이렇게 해봐도 안 되고
저렇게 해봐도 안 된다.

뱁새 재주로는 백스윙 없이 공을 저쪽 벽까지 보내려면 퍼터를 볼에서 조금이라도 떨어뜨렸다가 도움닫기를 하는 수 밖에 없다.
공 뒤에 퍼터를 바싹 붙이고 시작해서는 할 재간이 없는 것이다.

‘백 스윙 없이 어떻게 힘을 얻는다는 말인가?’
뱁새 머리 속은 혼란스럽다.

뛴 것도 아니고 휘두른 것도 아닌 겨우 10여분 퍼팅 한 일로 뱁새는 땀이 난다.
훌떡증(특별한 이유도 없이 몸에 열이 확 나는 증세로 화를 다스리지 못할 때 생기는 경우가 많다)이 난 것이리라.

‘에고! 환장하겠네’
드디어 뱁새는 인내심이 바닥 나 속으로 자신에게 짜증을 부린다.

“흑흑. 도저히 모르겠어요!”
급기야 백기를 들고 마는 뱁새.

사부는 그제서야 몸을 일으키더니 뱁새 쪽으로 걸어오며 씨익 웃는다.

“어떻게 다른 지 모르겠어?”
뱁새에게 퍼터를 뺏어 든 사부는 다시 한 번 시범을 보이고 나서 말한다.

울트라 된장 독학 골퍼 뱁새가 알 턱이 있나?
평생 처음 해 보는 것인데.

“어깨로 퍼팅을 해야 하는 데 손으로 해서 그래!”
사부가 설명을 해 주지만 뱁새는 여전히 ‘머엉’ 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서 유홍준 교수의 한 말은 지극히 맞는 말이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모르는 것은 아는 척 하지 않고 바로바로 잘도 물어보는 뱁새.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이라고 공자도 제자에게 가르치지 않았는가! 얼씨구! 갖다 붙이기는 잘 한다)

“너는 퍼팅을 때리면서 해서 퍼터를 공에 대고는 공을 굴릴 수가 없는 거야!”
사부의 이 말에 뱁새는 이해를 할둥 말둥 하면서도 고개는 몇 번 끄덕인다.

“퍼팅 스트로크는 어깨를 써서 굴리는 것이지 손을 써서 때리는 것이 아니야!”
사부의 설명이 이어진다.

퍼팅을 할 때 손을 쓰면 볼을 때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손으로는 좁은 가속 구간에서 공을 밀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보니 공을 충분한 속도로 보내려면 자연스럽게 때리게 된다는 얘기다.
더 큰 근육인 어깨를 쓰면(결국 몸통을 쓴다는 얘기) 짧은 가속 구간에서도 힘을 충분히 낼 수 있어서 공을 때리지 않고 굴려도 된다는 설명이다.

퍼팅 스트로크를 할 때 때리는 지 굴리는 지 알아보려면 공에 퍼터을 대고 해보면 된다는 것이다.

“손을 하나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손은 가만히 둔 채로 어깨에만 신경을 써서 목표 쪽으로 회전해 봐!”
사부가 드디어 제대로 하는 요령을 알려준다.

‘사부 말대로 하니 단번에 볼이 저쪽 벽까지 시원하게 굴러갔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다.
(한번에 알아 먹으면 뱁새가 골프영재게? 노력파 뱁새에게 타고난 이해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십 년 가까이 해온 퍼팅 방법을 바꾸려니 아무래도 어색해서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첨부터 제대로 배웠어야지! 제가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독학으로 하더니 고소하다!)

“여전히 손을 쓰네! 어깨를 쓰라니까!”
사부가 ‘버벅거리는’ 뱁새를 나무란다.

뱁새는 이날 삼십 분 가까이 헤맨 끝에야(뱁새보다는 사부 김중수 프로가 인내심을 갖고 가르쳤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퍼팅할 때 어깨를 쓰는 법’이 뭔지 이해한다.

이 어깨(즉 몸통)를 쓰는 퍼팅을 바로 ‘바디 퍼팅’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더 나중 일이다.

이날 뱁새에게는 새로운 숙제가 생겼으니 그것은 이 바디 퍼팅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
과연 뱁새는 얼마나 걸려서 실전에서 이 방법으로 퍼팅을 하게 됐을까?
그 얘기는 후일에 기회가 되면 들어보기로 하자.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é.naver.com/satang1
ironsmithkim@gmail.com

퍼팅할 때 '때려야 하느냐' 아니면'밀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뱁새 김용준 프로는 사부 김중수 프로에게 배운대로 당연히 밀어야 한다고 답을 한다. 말만 그렇지 뱁새도 이따금씩 때릴 때도 있는데 그 때마다 결과는 별로 안 좋다. 젊은 황새 최천호 프로(엑스페론골프)가 퍼팅 연습을 하고 있는 데 스트로크 직후에도 머리가 볼이 있던 자리를 보고 있는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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