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한 판이 허수이’

입력 2012-07-05 23:16 수정 2014-06-14 23:34



하늘 한 판이 허수이

최승자

오늘은 전 아파트 군단이
비에 젖어 있다
하늘조차 젖어 있다

빈, 젖어 있는 저 하늘
나의 아침 창가에서

하늘 한 판이 허수이
무너져 내린다

- 『쓸쓸해서 머나먼』(문학과 지성, 2010)에서

 

여자비

안현미

아마존 사람들은 하루종일 내리는 비를 여자비라고 한다
여자들만이 그렇게 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울지 마 울지 마 하면서
우는 아이보다 더 길게 울던 소리
오래전 동냥젖을 빌어먹던 여자에게서 나던 소리

울지 마 울지 마 하면서
젖 먹는 아이보다 더 길게 우는 소리
오래전 동냥젖을 빌어먹던 여자의 목 메이는 소리

- 『이별의 재구성』(창비, 2009)에서

 

오래된 장마

정끝별

새파란 마음에
구멍이 뚫린다는 것
잠기고 뒤집힌다는 것
눈물 바다가 된다는 것
둥둥
뿌리 뽑힌다는 것
사태지고 두절된다는 것
물벼락 고기들이 창궐한다는 것
어린 낙과들이
바닥을 친다는 것

때로 사랑에 가까워진다는 것

울면, 쏟아질까?

- 계간『내일을 여는 작가』(2001 가을호)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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