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스 ‘Don't Forget To Remember’

입력 2012-05-22 15:29 수정 2013-08-10 19:56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 1977)’. 이 영화는 1976년 ‘뉴욕 매거진’에 실린 르포 ‘새로운 토요일 밤의 집단 제의’에서 힌트를 얻어 제작됐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거대한 디스코 해방구가 되는 뉴욕 브루클린 젊은이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스크린으로 옮겨 놓았지요. 사운드 트랙을 맡은 3형제 그룹 비지스(Bee Gees)는 탈고도 안 된 시나리오 초안만으로 일주일 만에 다섯 곡을 만들었는데요. 주인공 존 트래볼타가 ‘쭉쭉 빵빵한’ 여자들에게 연신 눈길을 던지며 뉴욕 거리를 걷는 영화 도입부 삽입곡 ‘Staying Alive’도 그 중 하나입니다.







‘도시에서 살아남기’를 얘기하는 이 노래는 영화의 ‘핵심’이자 침체기를 가졌던 비지스의 생존법과 변신 의지를 드러낸 곡입니다. 원래 ‘I Started A Joke’, ‘Don't Forget To Remember’, ‘Holiday’, ‘First Of May’ 같은 서정적인 발라드 계열의 화음을 선사하던 비지스가 공백기 이후 갑자기 디스코로 전향해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게지요. 펑크 비트를 강조한 그들의 힘찬 디스코는 기존 흑인들이 연주하는 디스코와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전에 없던 가성(Falsetto) 창법도 독특했지요.




 ▲ 왼쪽부터 로빈, 배리, 모리스 깁.

어쨌든 상업적으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Night Fever’, ‘How Deep Is Your Love’, ‘You Should Be Dancing’ 등이 수록된 동명 앨범은 4천만 장 이상 팔려나간 ‘사상 최대 판매 OST’이고요. 빌보드 24주 톱은 영화 음반으로는 아직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라지요. 싱글도 네 곡이나 빌보드 정상에 올라 ‘최다곡 1위 등극’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그룹의 맏형인 배리 깁의 4연속 넘버원 히트, 레코드를 발매한 RSO사의 5연속 1위 등 사운드 트랙의 새 역사를 썼지요. 음악과 영화의 결합이 업계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정착된 순간이었습니다.

























그것은 ‘춤추면 누구라도 주목받을 수 있다’는 흑인들의 보편주의 정신으로 탄생했던 디스코가 백인들에 의해 스타 산실의 상업 음악으로 완전 변질된 ‘일대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많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했어도 이 앨범을 명반으로 인정하는 데 주저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때문에 평론가들에 의해 ‘오리지널리티를 희생시킨 음반’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니지요. 개인적으로도 ‘디스코의 초특급 스타 비지스’보다는 이전의 ‘6070 비지스’ 취향입니다. 추억의 음악 앨범 먼지를 털어내며 가슴 아련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봅니다.



















































그런데요. 헉! 소년처럼 해맑은 표정과 미성의 소유자인 둘째 로빈 깁이 20일(현지 시각) 런던에서 암으로 타계했다는 소식이네요. 향년 62세. ‘당신은 휴일처럼 편안한 사람’이라고 노래한 ‘Holiday’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자신은 영원한 휴가를 떠난 건가요. 한 쪽 손으로 귀를 덮고 맞은 편 손으로 마이크를 잡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AP통신 같은 외신들은 불과 며칠 전 도나 서머의 영면에 이어 로빈까지 눈을 감자 많은 팬들이 안타까워 한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소니뮤직은 ‘편히 잠드소서. 당신의 음악에 감사 드립니다’라는 추모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독자적 솔로 활동을 통해 ‘I Just Want To Be Your Everything’, ‘Shadow Dancing’ 등의 히트곡을 남긴 막내 앤디 깁이 1988년, 로빈의 쌍둥이 동생 모리스 깁이 2003년, 그리고 이번엔 로빈까지…. 홀로 남은 맏형 배리 깁의 상심이 크겠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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