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냐, 감옥이냐, 다를 바 없다

입력 2008-11-19 09:56 수정 2008-11-19 09:56
역지사지 모르는 럭비공 원성만 난무

요즘 세상 사는게 가장 힘들고 재미없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중소기업사장’이라는 답이 압도적일 것 같다.

3개월째 월급을 밀리고 있는 사장을 만났더니 죽고 싶은데 죽지도 못하고 괴롭다고 했다.
월급 2~3개월 못주는 게 예사롭지 않은 현상일텐데 그런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어떤 사장은 6개월쯤 밀릴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고도 견딜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고사냐, 감옥이냐가 다를 바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어려워지니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원성들이 터져 나온다. 나라 정책이 개판이라느니, 죽일 놈의 은행이라느니, 심지어는 사장은 사원을, 사원은 사장을 원망하기도 한다.

사원들은 사장이 우리에게 잘해준게 뭐 있느냐고 칼날을 세우고 사장은 사원들이 회사의 고민이나 어려움을 사장 입장에서 제대로 한번 생각이나 해봤느나며 반박한다.
6개월 쯤 월급을 미룰 생각이라는 사장은 사원들이 눈곱만큼도 회사의 입장과 사장의 어려움을 헤아려주지 않는다며 무척 서운해 했다.

미국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한 금융 토네이도가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은행과 기업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 같다.
은행에 대한 불만은 미국계일수록 더욱 심하다.

‘씨티은행에 무담보로 한 300억 쓰고 있었다. 만기가 안 되는 것까지 합쳐 200억원을 일시에 갚으라고 해서 곤욕을 치뤘다. 자신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사정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기업윤리상 이럴 수는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씨티은행 같은 곳과는 앞으로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며 300억원 다 갚았다’고 했다.
무척 튼튼한  이런 기업까지도 돈 준비가 안됐다면 브랜드를 접어야 했을 것이니 흑자도산으로 몰리고 있는 기업들을 생각하면 큰 바위덩어리에 깔린 듯한 기분은 웬만하면 누구든 느낄 수 있음직하다.

외국계 은행에 비해 한국의 은행들이 인정을 쓰는 것은 좀 나은 편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게중에 일부 은행은 한꺼번에 3~4%씩 이자를 올려 기업들의 한숨을 자아낸다고 한다.
‘기업은행은 기업을 위한 은행이 아니며 우리은행은 우리가 아닌 나만의 은행이고 국민은행은 국민을 외면하는 은행이 되고 있다’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은행평이다.
은행의 속성이라는게 워낙 정확하고 감탄고토(甘呑苦吐)에 익숙하며 비인간적인 것이어서 위기땐 비수처럼 사람마음을 찔러오게 돼 있음을 아는 것도 경영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게 대기업이나 재벌의 자금담당중역들의 얘기다.

어러움을 겪고 있는 많은 중소기업 사장들은 자녀들에게 자신의 기업을 절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심정을 토로한다.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자신들의 처지만큼 불쌍한 사람이 또 있을까보냐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청와대의 정책이나 여·야 국회의원의 기싸움이나, 패거리 조성에나 신경 쓰며 파티(모임)나 일삼는 정치가들이야말로 이 땅에서 사라져야할 쓰레기와 같은 브랜드라고 목청을 돋운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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