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의 길동무 ‘러시아 로망스’

입력 2012-02-08 17:02 수정 2013-01-27 02:22



며칠 동안 푸근하던 날씨가 다시 추워졌습니다. 24절기의 시작이면서 진짜 띠가 바뀌는 입춘이 지난 주말이었는데요. 오늘 대낮 기온이 영하 10도라니 이번 겨울 한파도 만만하게 물러서지는 않을 듯 싶습니다. 창문을 여니 순식간에 옷깃을 파고드는 칼바람에 막연한 상념들이 혼비백산합니다. ‘그래, 이 미망을 어떻게 떨쳐낼 거나. 어디 나들이라도….’ 마음은 벌써 엉겅퀴 솜털처럼 자유롭습니다. 주섬주섬 겨울 길동무들을 챙겨봅니다. 옳거니, 러시아 로망스가 제격이겠네요.

일반적으로 ‘동토’라고 불리는 나라의 음악에는 추위를 감싸 안는 온기가 서려 있습니다. 때문에 기계음이 아닌,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러시아 로망스는 기존의 전통 음악 어법에 새로 유입된 서구, 특히 프랑스의 음악 형식이 결합된 세련된 성악곡입니다. 클래시컬한 멜로디와 시적인 가사가 특징이고요. 인간미 넘치는 깊은 정취는 언어의 장벽을 단번에 초월하게 만듭니다. 대부분 작자 미상인 민요와 달리 원작자가 비교적 자세히 알려져 있습니다.

‘안개 속에서 담 길이 빛나네요
조용한 밤이네요. 공허함은 신에게 귀 기울이고
별들이 속삭이네요
하늘에는 경이로움과 아름다움
대지는 파란 하늘 속에 잠들었는데
나는 왜 이리 마음이 아프고 힘든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무엇을 후회하고 있는가
내 삶에서 더 이상의 기대는 없어
과거는 아무 것도 후회할 것이 없는데
나는 자유와 평안을 찾고 있을 뿐!
모든 걸 잊고 잠들고 싶었는데
모든 걸 잊고 잠들고 싶었는데…’
- 나 홀로 길을 걷네(부분)

‘나 홀로 길을 걷네’는 위대한 서정 시인이라는 레르몬또프(Lermontov)의 시에 곡조를 붙인 노래입니다. 가수 안나 게르만의 탁월한 가창력으로 러시아 로망스의 진수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녀는 1936년 우즈베키스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가수로서 원숙기라 할 수 있는 46세에 지병으로 타계했습니다. 물처럼 흐르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쇼팽에게 보내는 편지’ ‘봄’ ‘가을의 노래’ 등도 유명하지요.



















루드밀라 센치나(Ludmila Senchina). 1948년 우크라이나 출생.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림스키 코르사코프 음악원에서 성악을 전공한 뒤 안나 게르만과 함께 활동한 공훈가수입니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꾸밈없이 청아한 목소리가 일품인 로망스계의 신데렐라지요. 낮엔 밭을 일구고 저녁을 준비하며 밤에 무대에 설 정도로 순박하다고 합니다. 원숙하고 유려한 멋을 풍기는 안나 게르만이 한국의 패티 김이라면 루드밀라는 양희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렌치나 빠나마료바(Valentina Ponomareva). 러시아의 집시 로망스를 부르는 보컬리스트이자 배우입니다. 1991년 도쿄 공연을 가지는 등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고요. 우리에게는 ‘라리사의 로망스’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삶의 고통과 가슴 아픈 사랑의 기억을 노래한 스베틀라나(Svetlana). 프랑스에서 태어나 성장했습니다. ‘수양버들의 꿈’ ‘국화’ ‘나 홀로 길을 걷네’ 등의 레퍼토리는 듣는 이의 가슴을 적십니다. 포근한 감성의 목소리와 발라라이카, 기타, 아코디언, 콘트라베이스, 퍼커션으로 짜여진 아련한 선율의 앨범 ‘Chansons Russes’는 국내에서도 주목 받았습니다.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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