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잊은 그대에게’

입력 2012-01-03 14:48 수정 2016-07-27 15:24
 

빨간 야외전축. 1960~70년대 청소년들에겐 단연 재산목록 1호였습니다. 70년 전후 가격이 1만원 정도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울리 불리’나 ‘상하이 트위스트’를 틀어놓고 바지 아랫단이 넓은 일명 ‘나팔 바지’로 폼을 잡은 친구들과 개다리 춤을 추곤 했지요. 당시 유명한 행락지로 일영 딸기밭이라는 곳이 있었는데요. 어렵게 타낸 용돈을 갹출해 딸기 한 박스 사면 서너 명이 배 터지게 먹었습니다. 어쩌다 재수 좋으면 의기 투합(?)하는 여학생들을 만날 수도 있었지요. 야외전축은 이런 곳에서 특별한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빠트릴 수 없는 보물이 하나 더 있지요. 바로 트랜지스터입니다. 자기 몸만한 밧데리와 함께 고무줄에 친친 감긴 소형 라디오. 이 ‘거부하기 힘든 필수품’은 황량했던 시대 상황과 맞물려 소년 소녀들을 음악에 심취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특히 ‘영시의 다이얼’ ‘별이 빛나는 밤에’ ‘밤을 잊은 그대에게’ 등의 심야 방송은 영원한 단골을 확보한 프로그램으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는데요. 지금의 50~60대는 트랜지스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사춘기의 고독, 이성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달래곤 했지요.

청취율이라는 패권을 놓고 치열한 대결을 벌였던 DJ 1세대, 그리고 바통을 이어받은 후발 진행자들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날에는 왠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요.” 다소 식상한 멘트이긴 하지만 살가움과 정겨움은 외면할 방도가 없지요? ㅋㅋ…. 새해 첫 주, 이들이 진행했던 프로그램의 시그널 뮤직을 들으며 올해의 칼럼을 시작할까 합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 The Chantays의 ‘Pipeline’(동아방송 최동욱의 ‘탑튠쇼’ 시그널 뮤직)
▲ Louis Prima의 ‘I Want Some Loving’(문화방송 임국희의 ‘한밤의 음악편지’)
▲ Mason Williams의 ‘Classical Gas’ (기독교방송 최경식의 ‘Young 840’)
▲ Bert Kaempfert의 ‘That Happy Feeling’(동아방송 최동욱 ‘3시의 다이얼’)
▲ Frank Pourcel의 ‘Merci Cherie’( MBC 이종환, 이문세 등 ‘별이빛나는 밤에’)
▲ Frank Pourcel의 ‘In The Year 2525’(동아방송 최동욱, 윤형주의 ‘영시의 다이얼’)
▲ Frank Pourcel의 ‘Adieu, Jolie Candy’(이종환 ‘밤의 디스크 쇼’)

▲ Dave Brubeck의 ‘Take Five’(MBC FM ‘박원웅과 함께’)

▲ Danielle Licari의 ‘Emmanulle’(‘두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
▲ Bill Douglas의 ‘Hymn’(KBS1 FM ‘당신의 밤과 음악’. 현재 방송 중.)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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