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의 진실… “건강도 알아야 챙긴다”

입력 2011-11-26 17:48 수정 2011-11-28 21:30



“콜록콜록~ 훌쩍훌쩍~”

초겨울,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지요. 독감. 올해도 어김이 없습니다. 대책 없이 줄줄 흘러 내리는 콧물과 함께 목이 따가우면서 기침이 시작됩니다. 내과 처방을 받은 이틀치 약 중 절반 이상을 먹었지만 차도가 없습니다. 코를 푼 휴지 더미와 허리가 잘려나간 약 봉투가 책상 위에 나뒹굽니다. 졸린 듯 나른해집니다. 이 증상은 감기약 속에 포함된 항 히스타민 성분 때문이라는데요.

미국, 유럽 등 외국에서는 초기 감기 환자에게 약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떤 약도 효과가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미 50년 전부터 수많은 나라에서 ‘보통 감기(Common Cold) 약’을 개발하는 연구소를 설립했지만 하나같이 문을 닫고 말았다지요. 이게 무슨 말일까요. 감기 바이러스는 변이가 너무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치료약을 개발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해열제, 항 히스타민제, 진통 소염제, 진해 거담제, 항생제, 소화제가 들어 있는 감기약을 처방하고 판매합니다. 이 중 특히 주목해야 하는 성분이 바로 항생제인데요. 이는 페니실린이라는 푸른곰팡이 주변의 세균이 없어지는 것을 이용하여 만든 물질로 ‘살균 작용’을 하는데 반해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라 서로 관련이 없다고 합니다. 결국 일반 감기에는 효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말이 되겠지요.

3년 전 모 방송에서 이를 취재하면서 한 외국 전문가의 멘트를 땄습니다. ‘한국의 감기약에 항생제가 들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요. 항생제에 의지하면 할수록 그 다음에는 더 강도 높은 제품을 투여해야 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 제제는 우리 몸에 이로운 세균까지 죽이는 역할을 하므로 감기 환자의 면역력을 더 약하게 만든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한국의 감기약 시장이 어마어마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고 했습니다.

감기약은 소수인 불치병 환자가 아닌 전 세계 9억 명의 ‘건강한’ 사람들에게 파는 약이기 때문에 가장 큰 돈이 된다는 ‘슬픈’ 진실. 한국 의사의 처방전을 본 외국 의사가 ‘내 딸에게는 여기 적힌 어떤 약도 먹이지 않겠다’는 말이 충격적입니다. 한국의 의료진들은 감기약을 먹든 안 먹든 회복 속도가 같다는 외국 기관의 조사와 검증 결과를 모르는 걸까요. 아니면 애써 무시하는 걸까요. 콧물 난다며 무턱대고 병원부터 찾았던 나 자신이 바보스럽습니다.



열흘 전에도 비슷한 심경이었습니다. 회사 정기검진에 포함된 대장 내시경 검사 때문인데요. 집에서 병원까지 한 시간 반 거리, 검사 전날 밤과 당일 새벽에 먹어야 하는 4천㏄ 약물로 인한 설사가 아무래도 부담스러워 하루 입원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곧 후회하게 될 줄이야. 밤 8시경 찾아온 담당 의사의 말이 피 검사니, 심전도니 해서 모두 5~6개의 사전 검사를 해야 한다는 건데요. ‘한 달 전 정기 검진때 이 병원서 했던 검사를 왜 다시 받느냐’고 물었더니 입원 규정이 그렇게 돼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입원하지 않고 내일 집에서 바로 오면 그런 검사를 안 받아도 되지 않느냐 물었더니 그건 그렇다는 이상한(?) 설명이었습니다.

도대체 납득할 수 없었지요. 모든 사전 검사를 거부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냥 돌아간다고 맞섰습니다. 간호사와 의사가 어딘가 전화를 넣고 서로 분주히 왔다갔다 하는 등 20분이 지나자 ‘모두가 환자를 위한 조치인데… 뜻대로 하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매우 꺼림칙하고 불쾌했던 밤이 지나 새벽 5시나 됐을까요. 어제의 그 의사가 선배인 듯한 사람과 함께 나타나 그럼 최소 두 가지 검사나 받자는 제의를 했지만 그마저 거부했습니다. 두 의사는 ‘모든 책임은 환자에게 있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기고 휑하니 사라졌는데요.

오전 9시 20분에 하기로 한 내시경 검사를 한 시간 이상 늦게 시작하지를 않나, 병원비를 물경 28만여 원을 청구하지를 않나(6인실 하루 입원비 1만여 원, 대장 검사비는 회사 부담인데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물론 입원 규정에 대한 사전 정보를 몰랐던 내 탓도 있지만 수요자에 대한 공급자의 일방적이고 무례한 태도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위, 대장이 깨끗하기 다행이었지 만약 용종이라도 나왔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청구됐을지도 모르지요. 명색이 대학 부설이라는 병원 문을 나서며 중얼거렸습니다. “아프지 말자, 입원할 정도로는.”

님들도 건강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 한국 의료계의 현주소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하얀 정글’이 내달 1일 개봉합니다. 현직 의사인 송윤희씨가 직접 메가폰을 잡아 과잉 진료와 부조리를 폭로한다고 해서 벌써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인데요. 의사들의 수입 순위를 파워 포인트로 매겨 실시간 문자로 보내는 병원, 멀쩡한 위를 생체검사해 한달 수백만 원의 추가이익을 올리는 의사 등 그동안 소문으로만 전해져온 일부 의료계의 ‘생존 양식’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숨겨온 ‘불편한 진실’의 수위는 어느 정도인지, 이를 본 우리 사회의 반응이 어떨지 자못 궁금해지네요.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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