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의 카바레 송 가수와 가을여행을

입력 2011-11-03 13:32 수정 2013-09-28 01:14






무대 장치라곤 의자 한 개와 가로등 두 개뿐인 어두운 공연장. 막이 오르면 조각 같은 얼굴의 팔등신 미녀가 등장합니다. 입고 있던 검은 외투를 벗고 피아노에 기대어 샹송을 읊조리는 그녀의 이름은 우테 렘퍼(Ute Lemper). 1963년 독일 뮌스터 출생입니다. 지적이면서도 몸 전체에서 풍기는 관능미, 자연스런 무대 매너가 원숙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고혹적 장면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1930~40년대 파리 시내의 카바레 분위기를 물씬 떠올리게 합니다.

지금도 유럽에서는 상류층 클럽을 중심으로 세계대전 당시의 암울했던 분위기를 재현하는 소위 ‘카바레 송’이 인기라고 하는데요. 현재 이러한 음악 세계를 둘로 나눈다면 ‘하나는 우테 렘퍼 그리고 나머지’라고 말할 정도로 그녀의 존재감은 독보적입니다. ‘장미빛 인생’, ‘릴리 마를렌’ 등의 친숙한 레퍼터리를 영어, 불어, 독어로 자유롭게 구사하는 모습에서 ‘퇴폐와 비극의 미학을 완벽하게 노래한다’는 평까지 받고 있습니다.





그녀는 ‘서푼짜리 오페라’ 등의 작품으로 인간성 상실의 현대 사회를 고발한 작곡가 쿠르트 바일(Kurt Weill)의 오페라 가수로 일약 유럽 정상에 올라섰는데요. 그물 망사스타킹을 신은 매혹적인 각선미를 앞세운 목소리는 성적 매력과 지성미가 어우러진 강렬한 흡인력을 자랑합니다. 세계적 안무가인 모리스 베자르의 작품을 초연한 발레리나인 동시에 다수의 작가주의 영화에도 출연했습니다. 그림도 그리고 디벨트, 가디언 지에 논설도 쓰고…. 전천후 엔터테이너라 할 만하네요. 

대표곡으로는 영화 ‘사랑과 슬픔의 여로(원제 Voyager)’에 삽입된 ‘Careless love blues’와 뮤지컬 넘버인 ‘All that jazz’ 등이 있습니다. 뮤지컬 ‘시카고’에서의 연기로 최우수 여배우에게 주는 로렌스올리비에 상, ‘카바레’의 주인공 역을 맡아 최고 연극인에게 주는 몰리에르 상을 받았습니다. 임신한 상태에서 누드로 공연할 정도로 열정적인 여인이라 합니다. 실연의 아픔을 노래한 ‘Living without you’는 유럽의 연인들을 울린 바 있습니다.

1993년 한국에서 발매된 비디오 ‘일루전(Illusions)’을 보면 파리의 세느 강변에서 ‘고엽’을 열창하는 젊은 우테 렘퍼를 만날 수 있습니다. 서정적인 화면을 따라 가노라면 그간 잊고 살았던 옛 정취와 노스탤지어가 되살아나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게 된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함께 수록된 콘서트 영상 ‘Elle frequentait la rue Pigalle(그녀는 삐갈 거리에 자주 들러요)’ & ‘Les feuilles mortes(고엽)’을 통해 아름다운 그녀와의 음악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런지요. 시간이 짧아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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