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경이로운 한 인간을 잃었다

입력 2011-10-06 15:37 수정 2011-10-07 10:24



스티브 잡스가 타계했습니다. 향년 56세, 사인은 췌장암이라고 하네요. 지난 8월 CEO에서 사임한 지 두 달도 안 돼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애플은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창의력과 예지력 있는 한 천재를 잃었고 세상은 경이로운 한 인간을 잃었다’며 ‘그의 정신은 영원히 애플의 기반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의 사망을 미리 예측하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 듯한 징후가 곳곳서 발견됩니다.

홈피 메인화면은 흑백으로 처리된 얼굴 사진을 싣고 ‘1955-2011’ 이라는 문구를 삽입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의 커다란 존재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잡스 사진에 마우스를 대고 오른쪽 버튼을 눌러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면 파일명이 ‘t_hero.PNG’로 뜨게 돼 있어 사후의 그를 ‘영웅’으로 추모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파일명을 본 누리꾼들은 ‘파란만장한 삶, 혁신적 업무역량 등 면면이 그렇게 불릴 만하다’면서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는 애플의 정성’에 감동하는 표정들입니다. 그간 잡스가 추구해 온 '심플 디자인'을 마지막까지 존중해 준다는 느낌도 물씬 듭니다. 

지구촌 사람들의 추모 물결이 대단합니다. 빌 게이츠 MS 전 회장은 ‘잡스와 30년 전에 만나 경쟁자 겸 친구, 동료로서 살아왔는데 그와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행운’이라며 영원히 그리워할 것이라고 아쉬워했습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늘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사용자의 경험을 중시하라는 그의 메시지는 내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밝히고 있지요. 마이클 델은 ‘오늘은 비전을 줬던 리더를 잃은 날’이라며 애도합니다.


‘다르게 생각하기’라는 그의 복음에 열광했던 많은 네티즌들은 트위트를 통해 이렇게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고요.

“세상을 바꾼 3개의 사과가 있다. 아담과 이브의 사과, 아이작 뉴튼의 사과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잡스의 사과.”
“자신의 사망 소식을 자신이 만든 수많은 창조물로 접하게 만든 최초의 사나이.”
“그대는 갔어도 내 책상 위에 맥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가 남긴 많은 말들도 새삼 화제가 되고 있지요. ‘무덤에서 가장 부자가 되는 일 따윈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마다 우리는 정말 놀랄 만한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혁신은 아니오 라고 말하는 데서 나온다’ ‘돈은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 중 가장 통찰력 있는 일도 아니고 가치 있는 일도 아니다’ 등 메시지가 강렬합니다.

20년 넘게 고수한 그의 패션은 일종의 전략에 가까웠습니다. 검은색 니트웨어와 리바이스 청바지, 그리고 뉴발란스의 스니커즈…. ‘잡스’하면 전 세계인들이 ‘아하, 그 스타일!’ 할 정도로 일관성이 있었는데요. 그럼으로써 자신이 소개하는 애플 제품의 혁신성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미술비평가인 정준모씨는 ‘세상 사람의 취향을 장식을 좋아하는 쪽과 모든 걸 덜어낸 걸 좋아하는 쪽으로 나눈다면 잡스는 후자 쪽이다. 절반은 포기하고 절반만 선택한 것’이라며 ‘뼛속까지 단순함을 추구한 미니멀리스트가 오늘날 애플을 종교로 만들었다’고 분석합니다.

그럼 잡스 없는 애플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문제는 과거처럼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는 건데요. 그만큼 비전을 제시할 인물이 없고 집단지도체제인 이른바 ‘잡스의 아이들’이 여전히 회사에 남아 있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역사를 봐도 천재 리더가 떠난 뒤 내리막 길을 걸은 미국 기업들의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리 아이아코카가 이끌던 자동차업체 크라이슬러, 잭 에커드가 세운 약국 체인 에커드, 헨리 싱글턴의 정보기술기업 텔레단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물론 정반대의 경우로 나아갈 수도 있겠지만요.

Good-Bye, Jobs!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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