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담당자의 후회
HR담당자는 행운아이다.
인사업무는 회사를 이끄는 중요한 3축 중의 하나이다.
인사, 전략, 재무업무는 각각 그 중요성이 높기 때문에 임원인사 시 항상 어느 파트에서 누가 임원이 되는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인사는 조직과 사람을 키우는 업무이다. 사업과 연계하여 조직, 사람, 제도, 문화의 방향을 정하고, 현상을 진단하여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경쟁력을 높여 주는 일이다. 회사가 존재하는 한, 이 업무는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기초부터 탄탄히 업무역량을 키운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일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조직과 사람을 다루기 때문에 내부 구성원을 전부 알아야만 하고, 언제든지 CEO부터 현장 사원까지 만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인간관계 역량도 높아지게 된다. 또한, 퇴직 후에도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강의, 자문, 컨설팅, 기고, 멘토링이나 코칭을 할 수 있기에 HR담당자는 행운아이다.

이런 가장 멋진 일을 31년 동안 수행하면서 HR담당자가 후회할 일 몇 가지를 살펴 본다.
첫째, 길고 멀리 보지 못하고 지금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감이다.
외부 경력으로 입사한 A팀장은 회사의 평가와 보상제도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이 회사 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인데, 같은 직급 같은 입사의 A과장은 올 해 회사에 큰 성과를 올려 평가 S를 받았다. 반면 B과장은 집과 개인문제가 심각하여 일에 몰두할 수 없어 50%도 목표달성 하지 못했고 팀에 큰 부담이 되어 평가 D를 받았다. 이 둘의 연봉이 0.5%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생각하는가? A팀장은 회사의 관행과 구성원의 생각보다는 불합리하다고 판단하여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논리로 1차년도 3%에서 시작하여 점차 확대하여 5년 안에 10%까지 차등하는 안을 제출했다.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노조의 반발과 긴장한 경영층의 우려를 뛰어넘지 못했다. 결국 A팀장은 경영층으로부터 회사의 정서를 모르고 무리하게 일을 추진한다고 질책을 받았다. 열정만 있다고, 내가 옳다고 지금 당장 다 할 수는 없다. 지향하는 모습과 목표가 명확하다면 단계를 두고 신중하게 중요 부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HR업무는 절대 혼자 할 수 없다. 길고 멀리 보면서 회사와 임직원이 다 함께 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획을 하면 다 실행된다는 착각이다.
HR담당자의 조직, 사람, 문화에 대한 업무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은 듯 하다. 조직설계를 인사부서가 하고 있는 곳이 몇 곳인가? 사람을 외부 시장에서 경쟁력 있게 키우기 위해 인사부서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좋은 전통을 계승하고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새로운 가치를 도입하여 일하는 사고와 방식을 개선하는데 인사부서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대부분의 일이 채용, 평가, 보상, 승진, 노무, 직무이동, 퇴직 등의 제도를 기획하고 개선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문제는 회사에 맞는 제도를 기획하기 위해 현장을 뛰며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맞춤형 제도가 설계되어야 하는데, 성공한 회사의 제도를 도입하면 잘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수많은 벤치마킹을 하고, 해외 사례나 외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제도를 설계해 현장에 그대로 하라고 공문을 보낸다. 새로운 제도에 대한 설명회와 실행 점검도 하지 않는 HR부서도 있다. 업무도 바쁘지만, 자신들이 자세하게 설명했으니까 다 할 수 있고 이제는 현장의 몫이라고 한다. 오만의 극치이다. 이런 회사의 현장 관리자와 직원들은 자신의 몸과 맞지 않는 옷을 입혔으므로 불만이 많고, 인사부서에서 무엇을 했다고 하면 우려하는 수준이 된다. 신뢰를 쌓아야 하는데 불신을 낳는다. HR은 통일된 인사 가치체계 하에서 회사의 사업과 현장의 의견을 명확하게 파악하여 현장에서 어떻게 수용되며 운용될 것인가를 고민한 후 회사에 맞는 성과 높은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셋째, HR정보의 사전 누출이다.
HR의 모든 업무는 개인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특히, 채용, 이동, 승진, 보상, 퇴직업무 등은 매우 민감하다. 12월이면 임원인사이다. CEO가 12. 5일 조직개편안과 임원인사안을 승인하고 전사 공지를 12. 7일 하라고 지시하였다. 3명의 임원이 퇴직하고 10명의 임원이 자리를 이동했고, 4명의 팀장이 신임임원이 되었다. 여러분이 HR팀장이고, 이 자료는 CEO와 여러분만 알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12.7일 승진담당자를 불러 이대로 전사공지하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중간에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인사팀장인 A팀장은 12. 5일 신규임원이 된 홍길동 팀장에게 전화를 해 축하한다고 전했다. 홍팀장은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 알려줘서 고맙다며 조만간 술 한 잔 사겠다고 했다. 12. 6일 CEO가 A팀장을 불러 어제 임원인사를 수정할 것이 있다며 홍길동 이사를 빼고 김철수 팀장을 신임임원으로 선정했다. 역시 7일 전사공지하라고 한다. A팀장에게 어떤 상황이 발생하겠는가?
만약 A팀장이 퇴임, 이동, 신임임원 모두에게 생색을 냈는데, CEO가 원점에서 다시 보겠다고 없었던 일로 알고 이전 것은 폐기하라고 했다면 A팀장은 곤경에 빠질 것이다.
HR담당자는 개인과 연관된 그 어떠한 이야기를 사전에 누설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 이외에도 HR담당자가 후회할 일들이 많다. 업무역량을 키우지 못한 것, 폭넓게 외부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한 것, 회사의 중요 직무를 경험하지 못한 것 등등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후회보다는 자신의 철학과 원칙을 갖고 지금 이 순간 회사와 자신의 바람직한 모습을 생각하며 악착 같이 자신을 성장시켜 가며 HR업무를 즐기는 모습이 보다 현명하지 않겠는가?
저는 행운아이며, HR전문가입니다. 삼성/LG/ GS/KT&G에서 31년동안 HR부서에서 근무했습니다. HR 담당자는 CEO를 보완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사업과 연계하여 조직, 사람, 제도, 문화의 경쟁력을 높이며 가치를 창출하여 회사가 지속성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는 인사의 전략적 측면뿐 아니라 여러 상황 속에서 인사담당자뿐 아니라 경영자가 어떠한 판단과 실행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던질 것입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