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3월, 요즘 이렇게 삽니다

입력 2011-03-09 16:29 수정 2013-08-30 11:42



다시 3월입니다. 정년퇴직 이후 두 번째 맞는 봄. 꽃샘추위가 겨울의 발목을 잡고 있기는 하지만 절기는 춘분을 향해 내처 달립니다. 여의도 윤중로 벚나무들도 두런두런 꽃 피울 일정을 짜고 있습니다. 이곳의 개화 시점은 일반적으로 국회 북문 건너편의 관리번호 118~120번 벚나무가 각각 3송이 이상 완전히 피었을 때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하는데요. 올해는 작년보다 일 주일 정도 빨라질 전망이랍니다.

국회의사당과 윤중로, 샛강이 한 눈에 보이는 사무실에서 일한 지 딱 1년이 지났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새 얼굴들을 만나는 일은 나름 신선했고요. 문단쪽 사람 몇몇과는 ‘형, 아우’ 할 정도로 가까워졌습니다. 정형화된 공식을 버리고 자연스럽게 산다는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으나 사람과 자연의 동선을 오래 들여다보고 깊이 이해하기로 한 자세만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이사를 했습니다. 축령산과 천마산이 지척인 경기도 화도에서 예전에 살던 불암산 자락으로 옮겼는데요. 유달리 많은 짐을 풀어놓고 퍼질러 앉아 마누라에게 버릴 건 버리라고 ‘쎄게’ 한 마디 했다가 ‘더 쎄게’ 당하고 말았습니다. 당신 보지도 않는 책부터 버리면 나도 버린다는….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게지요. ‘에잇, 내 마음도 비우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하는 참담함이 시 한 편을 태어나게 했습니다.


이삿짐을 풀었다 연체동물같이 흐느적거리는 옷가지의 꺾인 허리와
손때를 타지 못한 채 미운 털 박힌 책들과 딱히 제 자리를 낙점 받지
못한 가재도구들의 스산한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달려든다

이제 와서 쓸모없는 짐짝 딱지 붙여 강추위 속에 내몰지 말아달라
고, 버리지는 말아달라고, 모딜리아니의 초상처럼 저마다 길게 목을
빼고 있다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는’ 어쭙잖은 나의 로망에 설 자리
잃은 동반자여, 식솔이여 나야말로 남의 짐 지기 싫어하는 버려야 할
짐짝이로소이다

                 - 졸시「근황」전문 (문학무크『시에티카』제4호, 2011)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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