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로고는 천재 수학자가 베어 문 독사과?

입력 2011-02-01 17:17 수정 2011-02-02 09:43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은 독일의 전차부대와 U보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습니다. 전혀 예상 못했던 시간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전광석화처럼 치고 빠지는 적군의 공격에 육지와 바다에서 판판이 깨지고 있었는데요. 뭐가 됐든 상황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절실한 때였습니다. 화급을 다투는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한 천재가 등장해 공수를 교대하게 만듭니다.

앨런 튜링. 1912년 6월 23일 런던 출생. 흔히 영국을 구한 수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도 풀지 못했던 독일군의 암호 체계 ‘에니그마(수수께끼)’를 해독했을 뿐 아니라 역정보를 흘려보내 적을 혼란에 빠뜨립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한 것도 그의 거짓정보 유출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후 연합군은 전세를 역전시키고 곳곳에서 승전보를 울리게 되지요.

세계 최초의 컴퓨터라 할 수 있는 연산장치 ‘콜로서스’도 튜링의 작품입니다. 이 기계의 탄생 배경이랄 수 있는 일화가 있는데요. 어느 날 자신의 가정부에게 수학 문제 하나를 내주며 풀이 단계를 잘게 쪼개서 하나씩 해결해 보라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처음엔 끙끙대던 그녀가 곧 정답을 내놨으며 이후에도 그런 방식으로 어려운 문제들을 곧잘 풀었다고 합니다. 그가 창안한 현대 컴퓨터의 알고리즘은 이때 힌트를 얻었다는 군요.

그러나 콜로서스는 ‘세계 최초의 컴퓨터’로 공인받지 못했습니다. 2년이나 늦게 탄생한 미국의 ‘애니악’이 영예의 권좌에 앉아 있지요. 무슨 사연이 있을까요.

비극은 튜링의 커밍아웃으로 시작됩니다.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게지요. 지금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동성애는 당시엔 거의 저주와 박멸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보수적 통치 이념을 지향하던 권력자들에게도 눈엣가시처럼 비춰졌을 것이고요. 갑자기 중범죄자가 돼버린 전쟁영웅의 과거 공적은 하나씩 지워지기 시작합니다. 콜로서스도 함께 퇴장하지요.

법원은 그에게 두 가지를 제안하며 택일을 강요합니다. 투옥될 것이냐, 여성호르몬을 투여받을 것이냐? 튜링은 후자를 선택합니다. 남성은 거세되고 가슴은 여자의 것으로 변해갑니다. 중추신경이 마비되고 의식은 갈수록 희미해집니다. ‘품위를 유지하지 못한 죄’는 조국을 구한 천재에게 극도의 모멸감을 안깁니다. 스스로 죄 없는 자가 죽을 법한 방식으로 죽겠노라고 결심합니다. 백설공주가 살해된 방식을 좇아 사과에 청산가리를 주입하고 한 입 베어 먹습니다. 1954년 6월 7일, 그의 나이 42세였습니다.

어느 역술가가 풀이한 튜링의 사주도 완벽하게 고독하고 불행했던 일생과 일치합니다. ‘1912년 6월 23일생. 임자(壬子)년 병오(丙午)월 경오(庚午)일에 해당. 살(殺)이 많고 일간이 약하다. 불 구덩이 속에서 녹기 직전의 삶. 자살한 1954년 6월 7일 또한 갑오(甲午)년 경오(庚午)월 갑오(甲午)일로 불이 줄 서는 날. 어떤 의지로도 살 수 없는 용광로 같은 운’이라나요.

영국 정부는 튜링의 사후 21년에야 콜로서스 사진을 공개합니다. 2009년엔 브라운 총리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고요. 꾸준히 명예 회복이 이루어지고는 있다지만 만시지탄이 없지 않습니다. 눈길 끄는 대목 하나. 스티브 잡스의 애플사 로고가 ‘튜링의 사과’라는 설(說), 꽤 설득력 있지 않나요?
  
         


             ▲ 애플 로고와 앨런 튜링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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