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에 바람들면 썩돌보다 못하다

입력 2008-09-30 09:32 수정 2009-04-03 11:03
-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의 그린북 통치 대역사의 현장엔 대우·동아가 있었다”

귀청을 찢는 듯한 음향, 어지럽게 휘번득이는 조명아래 미친 듯 춤추는 군상들은 플로어에서 퍼득이고 무대 맨 앞쪽에 자리 잡은 동양인 한사람, 튀는 행동으로 눈길을 잡아끈다.

한국인인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대머리에는 기름인지 땀인지 범벅인체 손가락 사이에는 담배를 끼우고 침을 튀겨가며 떠들고 있다.
<얼마 전까지 일본 오토바이 회사의 이곳 지점장이었다. 오토바이를 팔아서 회사에 입금하지 않고 오로지 술과 도박, 계집으로 탕진해 버렸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채 늪에 빠진 인생이 돼 가라앉고 있었다>
차돌에 바람 들면 썩은 돌보다 못하다고 했던가? 대단한 모범생이었던 그가 접대차 디스코 클럽에 드나들다가 밤의 향연에 물들기 시작, 회사돈을 조금씩 축내던 끝에 아예 통째로 거덜 내 버린 것이다.
<이제는 구제불능이다. 본인도 알고 이곳 사람들도 안다. 케쎄라세라, 그 외에 아무런 대안이 없다>

세계적 휴양도시, 카사블랑카에는 인생을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의 기이한 사연들이 난무한다. 돈 많은 바람둥이들이 미녀들의 치마폭에 돈을 쏟아 붓고 유럽, 중동, 동양 등 세계각국사람들이 뿌린 씨앗은 이리저리 뒤섞이면서 혼혈에 혼혈을 만들어 내는 곳.
원래 이집트, 이디오피아, 튀니지, 모로코 등의 북부 아프리카에는 미인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서로 시바의 여왕이나 클레오파트라의 후예라고 우긴다.
라스팔마스해변은 유럽인들의 전용이라고 할만 했지만 카사블랑카에는 지중해 연안의 부호들, 특히 아랍권 공주들의 별장이 많기로 유명하다.

한국인 삶이 있는 곳엔 대개는 아리랑식당이 있고 태권도가 위력을 떨친다. 카사블랑카에도 불고기, 된장찌개, 김치가 나오는 아리랑식당이 있어서 향수를 달래려는 한국 사람들의 집합 장소가 되고 있었다. 카사블랑카의 흥청대는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아프리카의 맹주를 꿈꾸며 전국민을 혁명의 장으로 이끈 카다피.

근검, 절제의 생활화로 일만 있는 곳. 사치나 향락은 꿈도 꾸지 못하는 곳.
미국이 악의 축으로 몰아붙였던 리비아. 그곳에도 한국의 노다지현장이 있었다. 대우가 가리니우스 의과대학을 지었을 때(1979년) 의자 1개당 500만 원 이상 들었고 총 공사비는 1억 달러가 넘는다고 했다. 사하라 사막 밑으로 흐르는 대수로 공사를 통해 지상 낙원으로 만든다는 카다피의 그린북은 ‘생명의 서’ 이상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카다피는 당시 수십 개의 안가를 밤중에 열 번 이상 옮겨 다니며 미국 인공위성의 추적을 피해 다녔는데 그 와중에 대우는 계약을 하고 공사를 진행시켜 나갔던 것이다. 카다피가 지나간 곳엔 어김없이 폭탄이 터졌다고 했는데 매일밤 전쟁을 치르며 사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수로 공사에는 미국 회사도 입찰에 참여(독일과 컨소시움을 형성하여)했다.

이 엄청난 공사를 몇 년 뒤 동아건설이 따냈고 성공적으로 일을 마쳤으며 여세를 몰아 2차 공사도 따냈다. 엄청난 대역사를 일궈낸 대우나 동아건설의 주인이 바뀌었지만 그 현장의 영원한 증인은 그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쉽게도 정치가는 현장을 가보지도 않았고 잘 모른다. 그러면서 너무 쉽게 잘라 없앤다. 그들이 어찌 피땀 어린 역사를 알 수 있을까?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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