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스윙에 골프 스윙의 핵심이 다 담겨 있다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인다면 이미 상당한 실력자임에 틀림 없다.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다'면 마음을 열고(실은 눈과 귀를 더 열고) 뱁새와 함께 골프를 더 공부하면 좋을 것이다.

(실은 뱁새도 아직 다 알지는 못하는 눈치다)

 

하프 스윙에 골프 스윙의 핵심이 다 담겨 있다는 말이 감이 안 오면 아직 골프라는 게 말이지라는 말로 자기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왕초보에게 선생질(늘 하는 얘기지만 절대 교육자를 비하하는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을 하기에는 무리다.

 

실은 뱁새는 KPGA 프로 테스트에 합격하고서도 이 말의 참 뜻을 몰랐다고 봐야 한다.

하긴 뱁새는 프로 테스트를 보기 전까지 하프 스윙을 연습해 본 적도 없다.

하프 스윙을 연습해 본 적도 없는 데 알 턱이 있겠는가?

(에이, 설마? 그런데 진짜다)

 

뱁새가 하프 스윙을 제대로 배운 것은 놀랍게도 프로가 되고 나서다.

 

프로 테스트에 합격하고 난 뒤 뱁새는 한 주 넘게 앓았다.

몸은 지칠 대로 지쳐서 진이 다 빠졌고 합격의 기쁨은 잠시 뿐이고 허탈감으로 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다.

 

시험에 붙은 사흘쯤 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아내를 레슨하다가 갑자기 '악!' 하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3층에서 저 아래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뱁새도 자신이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아이를 낳고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이해가 안 되었는데 이제서야 어떤 마음인지 조금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일 주일간 하루에 한 번 겨우 외출하고(사회 생활은 전혀 못하고 가끔 가족과 뭐 좀 사러 동네 마트에 들르거나 애완견 똘망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정도) 나머지 시간은 중병 환자처럼 기운을 못 차리고 누워있다시피 했다.

 

그렇게 열흘쯤 지나서 뱁새가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리고 맨 먼저 한 사회활동은 멘토인 김중수 프로에게 식사를 대접하러 간 것이다.

대단한 것을 모실 형편도 아니어서(1년 반 동안 직업도 없이 프로 시험 준비한다고 쓴 게 얼만데 집에서 안 쫓겨난 게 다행이다. 만약 저번 테스트 때도 또 떨어졌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 생각하기도 싫다) 서울 신대방동 보라매 공원 근처 뒷골목에 있는 나주곰탕집에 모셨다.

 

나주곰탕 하면 전라도 나주에 있는 하얀집인데 뱁새가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함께 갔을 때도 이미 오래된 집이라고 했으니 지금은 역사가 백 년 넘었을 것이다.

보라매 공원 뒷골목 나주곰탕집은 그 하얀집과 맛이 비슷해서 뱁새가 무척 좋아했고 김중수 프로도 즐겼다.

(인기가 있어서인지 처음 갈 때보다 값이 제법 올랐다. 흠흠)

 

힘을 실어준 멘토와 그 힘을 받아 얼핏 보기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한 뱁새가 곰탕 한 그릇씩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마음 같아서야 어딘들 안 모셔가고 싶겠는가? 그런데 말뿐 의리 없는 뱁새는 저 혼자만 을 시켰는데 말할 것도 없이 에는 보통보다 고기가 여러 점 더 들어간다)

 

음식을 먹으면서 둘이 나눈 의례적 인사는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형님. 저 이제 골프 좀 가르쳐 주세요!”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쪼옥 따라 마신 뱁새가 추접스럽게 끄윽하고 트림을 주위에 다 들리게 하며 곰탕에 함께 들어간 파 냄새를 허공에 내뿜고 나서는 대뜸 김중수 프로에게 하는 말이다.

 

그래! 궁금한 것은 뭐든지 물어봐!”

겨우 곰탕 한 그릇에 감동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닌 느낌으로 김 프로가 답한다.

 

사실 제가 골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골프를 처음 시작한다고 생각하시고 기초부터 가르쳐 주세요.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빼지도 보태지도 않고 뱁새가 한 말 그대로다.

 

명색이 KPGA 프로가 된 사람 입에서 나오는 얘기가 골프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느니 기초부터 가르쳐 달라느니 하는 것이니 듣는 이도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형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독학이다 보니 스윙이고 뭐고 완전 야전 스타일 아닙니까. 이제 프로 골퍼답게 멋진 스윙도 갖고 싶고 실력도 더 쌓아서 투어프로도 되고 싶습니다

뱁새는 속뜻을 밝힌다.

 

그래. 같이 한 번 해보자!”

그제서야 김 프로는 뱁새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신도 진심으로 답을 한다.

 

오리지널 독학 된장 골퍼 뱁새는 이렇게 사부가 생겼다.

멘토가 사부가 되어 준 것이다.

(말 안 해도 아시겠지만. 사부님 사랑합니다! 저는 최경주 프로님보다 사부님을 더 존경해요!)

 

이튿날 킴스 골프 클리닉’(김중수 프로가 당시에 하고 있던 골프 아카데미 이름)을 찾은 뱁새에게사부가 맨 처음 가르친 것이 무엇이냐고?

 

바로 하프 스윙이다.

백스윙 때는 왼팔이 지면과 평행할 때까지만 가고 다운스윙 때는 오른팔이 지면과 평행할 때까지만 가는 그 스윙.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KPGA 프로에게 하프 스윙부터 가르쳐? 뻥이지?)

 

뻥이면 좋겠는데 창피하게도 사실이다.

뱁새는 이날 하프 스윙을 평생 처음 배웠다.

 

골프를 시작할 때 어느 실내 연습장에서 똑딱이’(백스윙 때 클럽을 뒤로 사오십 센티미터만 뺐다가 볼을 치는 것으로 스윙을 배울 때 가장 기초 단계라고 보면 된다)만 사나흘쯤 배우다 못 견디고 혼자 막무가내로 휘둘러 댄 뱁새 아닌가?

 

사부 김중수 프로는 말한다.

백 스윙 끝에서는 왼팔은 지면과 수평을 이뤄야 한다.

 



이 때 샤프트는 지면과 직각을 이뤄야 한다

 

그리고

그립 끝은 비구선을 가리켜야 한다.

비구선이 볼과 목표를 잇는 선으로 볼 뒤 후방까지도 연장하는 것이라는 점도 뱁새는 이날 처음 알았다.

(이렇게 일자무식 곺러 뱁새가 어떻게 프로 시험에 붙었담? 신통할 따름이다)

 

뱁새는 왼팔이 지면과 수평이 되야 한다는 것이나 하프 스윙 끝에서 샤프트가 지면과 직각을 이뤄야 한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를 한다.

그러나 '그립 끝이 비구선을 가리켜야 하는 이유'는 알 턱이 없다.

 

그렇다고 첫날부터 '꼬박 꼬박 물어보는' 초랭이 방정을 떨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궁금해도 꾹 참고 시키는대로 연습만 한다.

 

이날 뱁새는 두 시간 동안 하프 스윙을 한다.

볼도 없이 빈 스윙으로 말이다.

눈치 없이 풀 스윙을 해 보다가 사부에게 걸리면 눈총을 받는다.

"하프 스윙을 제대로 익힐 때까지 풀 스윙을 하지도 마라"는 엄명이다.

 

다음날 일어나니 뱁새는 목과 등이 뻐근하다.

프로 테스트의 여독이 도졌나?

그래도 점심 무렵 떨치고 일어나 사부를 찾는 뱁새가 기특하다.

 

사부는 십 여분 동안 어제 알려준 것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지 체크하더니

드디어 볼을 놓고 쳐보라고 한다.

 

풀 스윙 말고 하프 스윙으로 말이다.

 

'전날 두 시간이나 연습을 해서 그런지 하프 스윙으로 기가 막히게 볼을 맞혔다'고 말하고 싶지만 천만의 말씀.

도무지 볼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

(환장하겠네! 왜 이러지?)

 

백 스윙을 반만 해서 볼을 강하게 치려고 하니 리듬감도 없고 템포는 급하고 타이밍도 엉터리다.

 

그 동안 팔로만 볼을 쳐서 그래

사부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다른 사람이 키득거렸다면 마음이 상했을 터지만 사부가 그러니 입을 삐쭉 내밀고 사부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주기를 기다리는 뱁새.

 

하프 스윙에서 풀 스윙 스피드를 얻으려고 하면 안 되지. 당분간 꾹 참고 팔과 몸통을 함께 써서 스윙해 봐힘은 나중에 저절로 붙게 돼 있어!”

사부가 뱁새 속 마음을 꿰뚫어 보고 말한다.

 

이날도 뱁새는 두 시간 가까이 하프 스윙을 한다.

볼을 놓고도 하다가 잘 안 맞으면 다시 볼 없이 빈 스윙을 해 보고 또 볼을 놓고 하기를 되풀이 한다.

 

첨에는 투박하게 겨우 겨우 맞던 볼이 막바지에는 몇 개쯤 시원하게 날아가 소리를 내며 그물 앞 커튼(실내 연습장 그물 앞에 쳐 놓은 천막으로 보통 그린과 깃발 심볼이 그려져 있으며 볼이 강하게 맞으면 빨래줄에 널어놓은 이불을 야구방망이로 때릴 때와 비슷한 소리가 난다)을 강타한다.

 

백스윙을 할 때는 팔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어깨가 회전해야 한다

사부는 뱁새 어깨에 샤프트를 가로로 걸치고 어깨를 돌리는 길을 알려준다.

 

지금까지 뱁새가 하던 백스윙과는 많이 다르다.

뱁새는 팔을 높게 들어서 그 반동으로 내려치는 스윙을 해 왔다.

 

그런데 사부는 손과 팔은 클럽 헤드를 막 움직일 때(테이크 어웨이 할 때)만 쓰고 그 이후에는 어깨만 돌리라고 가르친다.

그렇게 해 보니 생각보다 왼팔이 높게 올라가지 않는다.

 

이게 맞는건가하고 고개를 갸웃하자 마자 바로 뒤에서

 

거기까지 올라가면 다 간 거야!”

라는 답이 날아온다.

 

뱁새가 하는 짓을 다 보고 있다는 얘기다.

 

사부가 확신을 갖고 얘기하는 데 뱁새는 '믿기지 않지만 믿는 척 하는 눈치'다.

10년 가까이 친 스윙 방법과 다른 것을 한 두 시간 만에 받아들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나저나 하프 스윙 끝에서 그립이 비구선의 후방 연장선을 가리켜야 한다는 건 왜일까?

보아 하니 오늘도 사부에게 못 물어보고 넘어가나 보다.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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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김용준 프로가 사부 김중수 프로에게 배운 '하프 스윙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의 말과  다르게 하프 스윙의 백 스윙이 끝난 이 시점에서 샤프트 끝이 어깨와 수직 보다는 약간 더 많이 올라가 있다. 해묵은 습관을 고치기는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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