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지뜨면 진다’ 바둑격언 만고의 진리

입력 2008-09-03 09:00 수정 2009-04-03 11:02
쌍용 건설 아프리카 가봉 리브레빌 백화점
한 교민 드라마틱한 절망과 희망의 반전

‘쌈지뜨면 진다’는 바둑 격언은 동양학에도 그대로 통한다. 사방이 둘러 막혀 기운이 잘 안통하고 숨쉬기 힘든 형국의 지형에 건물을 지으면 좋지 못할 건 당연한 이치. 이런 건물에서 사업을 할 경우 잘 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돈을 번다면 아픈 사람이 생기기 쉽고 중병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죽는 경우도 생긴다.
가봉의 수도 리브레빌에는 쌍용에서 지은 백화점이 있는데 마치 쌈지 속에 있는 듯 했다. 한국인 점포가 몇 군데 있었지만 다들 후회하는 듯 했다.
‘길어야 10일이다. 한 달 중 20일이상은 개점휴업 상태다. 돌아 갈 형편이 안 되고 그런대로 밥은 먹는다. 신관은 편하니까 눌러 산다’고 했다.
백화점의 2층은 탁자와 의자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전층을 빌려 호화판 한식점을 열었다가 ‘기가 막힌 사연’을 만든 채 이미 정리돼 버린 흔적이었다.
희망이 크면 절망은 더욱 큰 법이다. 절망이 너무 크면 삶을 포기하는 경우도 흔히 생긴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면서 빚어진 기가 막힌 사연의 주인공은 鄭0男.
아들을 원했지만 딸이 나오자 사내남을 넣어 서운함을 달랬다는 주인공을 저녁에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서울에서 샹송 가수로 데뷔, 뜨기 시작할 무렵, 돈 많은 오빠의 권유로 오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백화점 2층의 흉물은 그녀와 오빠가 희망을 걸었지만 실패로 끝났고 절망하면서 내팽개친 현장이었던 것.

‘리블레빌에 가자, 돈 벌수 있을거야. 거기는 불어(佛語) 쓴다. 파리에 데뷔시켜 줄게. 돈 많이 벌면 호텔도 짓고 프랑스 사교계에 진출 할 수도 있어.’
1년도 안 돼 빈털터리가 되면서 수십억 까먹고 오빠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정리하고 남은 돈 천만 원 정도를 남겨 줬지만 그녀는 너무 큰 실망으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하고 카지노에서 게임과 술로 지새는 세월을 보내게 됐다. 자포자기의 상태로 이어지면서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잘 수 있을만큼 망가지면서 돈도 다 날렸다.
몸과 마음은 황폐해져 ‘죽고 싶다’가 ‘죽어야겠다’로 변했고 드디어 수면제를 대량 복용, 죽음에의 여행길을 택했다. 그랬던 그녀가 깨어나고 통나무 맥주집을 차려 소생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교민들의 도움 때문이었다.
철저하게 백인 위주의 회원제로 운영했고 한국원양어선의 선원들과 교민들이 적극적으로 도와 얼마 안 돼 시내의 큰 건물 쪽으로 옮길 수 있었다.

미모에다 불어를 하고 샹송을 부르는 그녀는 단숨에 리브레블 사교계의 여왕으로 자리 잡게 됐다. 드디어 1980년 크리스마스 때 그녀는 프랑스 방송국 초청으로 무대에 서는 성공을 거두면서 대통령, 국방장관, 은행 총재들이 찾는 거물로 변신하기에 이르렀다.
가봉은 불어권이어서 화폐도 세파프랑(프랑화와 50:1로 교환)을 쓰고 기술자, 사업가, 프랑스 관리들이 많이 찾았기 때문에 그녀는 날이 갈수록 유명해지고 있었다.
매일 저녁 그녀의 레스토랑은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붐볐다. 예약이 밀려 터져 나갈 정도로 되자 한국에서 여동생도 불러왔다.

‘교민들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다. 한국인인 것도 자랑스럽게 여기고 대한민국, 영원한 내 조국을 위해 헌신할 방법을 찾아보겠다.’
그녀는 절망 끝에 진정한 한국인으로 새로 태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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