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이라고 하면 흔히 '배짱'이나 '뱃심'을 들먹인다.

물론 그것도 멘탈은 멘탈이다.

다만 멘탈은 그 밖에 다른 것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게 뱁새의 생각이다.

배짱이나 뱃심이 멘탈의 전부라면 뱁새는 멘탈이 상당히 강한 축에 들 것이다.

 

그렇다.

골프에서 배짱 하면 지지 않는 것이 뱁새니까 말이다.

100돌이 때부터 단련했으니.

 

무슨 소리냐고?

 

뱁새는 골프를 첨 배울 때부터 내기 골프를 시작해 프로가 되기 전까지 내기로 잔뼈가 굵었다.

(프로가 되고 나서는 내기 골프 안 칩니다. 믿어주세요! 흠흠)

 

핸디캡이 얼마냐?고 동반자들이 물으면 “98개 놓습니다라고 뱁새가 답하던 시절 뱁새의 동반자들은 뱁새 고객사 오너들이 대부분이었다.

재력도 넉넉한 그들이라 골프 실력뿐 아니라 '빠따'도 셌다('빠따'는 내기나 도박 따위를 할 때 주저없이 한 번에 거는 금액이 크다는 뜻으로 뱁새처럼 천박한 새들끼리나 쓰는 용어이니 점잖은 독자들은 그 뜻만 알고 넘어가기 바란다).

 

당시 핸디캡 26을 놓던(뱁새가 내기를 할 때도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차마 백돌이라고는 못하고 98개 친다고 실력보다 더 핸디캡을 낮춰서 말한 것이다) 뱁새에게 그들은

음! 우리 핸디가 12개 정도 되니까 대충 열 개 정도 주면 되겠네!라고 말하며 뭉치돈(?)을 건넸다.

(해석을 하자면 자신들은 평균 84타 정도 치니 98타인 뱁새와는 평균 14타 차이가 나고 그 차이의 70 퍼센트인 9.8타에 가까운 열 타를 덤으로 주고 내기를 하자는 뜻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배판도 있고 버디 땡값 아니 보너스도 있으니 사실상 덤을 다섯타도 안 준 것이나 다름 없다)

 

그렇게 동반자 세 사람에게 받은 돈은 채 전반 나인 홀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동반자들 주머니로 들어갔고(어떤 날은 시작하자 마자 파5 배판 홀에서 동반자는 버디를 기록하고 뱁새가 더블 파를 쳐서 홀라당 벗겨지는 경우도 있었다) 후반 나인 홀에는 뱁새가 민족자본(내기 또는 도박에서 순수한 자기 돈을 일컫는 말)으로 막아야 했다

.

경기가 끝날 무렵이면 뱁새의 민족자본은 동반자의 수중으로 들어가거나 동반자가 버디를 한 기념으로 캐디에게 두둑한 보너스로 지급됐다.

(동반자가 그 골프장 회원인 경우 버디를 할 때마다 캐디에게 팁을 주는 경우도 당해봤다. 거덜난 뱁새에게 몇 푼이라도 돌려줄 것이지 나쁜 분들 같으니라고! 흑흑. 그 때 생각을 하면 뱁새는 지금도 이가 저절로 갈린다고 한다)

 

그리고 원래는 뱁새 지갑에 있던 돈(실은 너무 많아서 지갑에 안 들어가니 봉투에 담아 갔다)으로 뱁새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제 자식에게도 못 사주던 '한우 특A플러스 등심'을 뱁새에게 사주곤 했다.

뱁새 자네 골프 더 연습해야겠어라는 놀림과 함께.

뱁새는 입에서 살살 녹는 한우고기를 '제 돈으로 얻어 먹고' 집으로 돌아온 날이면 이불을 덮고 누워 피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그러다가 울화가 치밀면 벌떡 일어나 신새벽에 칼을 갈러 나선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하니 오늘의 뱁새를 만든 것은 내기였다고 볼 수도 있겠다.(사장님들!강하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흐흐)

 

무슨 얘기를 하다 이렇게 됐더라?

아참 그렇지.

멘탈 얘기를 하는 중이었지.

 

뱁새는 배짱 하나는 두둑 했어도(적어도 골프에서는 그랬다) 멘탈이 강한 것은 아니었다.

멘탈은 배짱 외에도 경기를 끌어가면서 승부처마다 가져야 할 평정심

일이 뜻대로 잘 안 풀리더라도 꾹 참고 처음 세운 작전을 갖고 갈 줄 아는 인내심같은 것도 포함하고 있다고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 것이 순수 된장 독학 골퍼 뱁새에게는 부족했다.

배짱만으로는 뱁새가 놀던 동네에서 하수들에게 행패를 부릴 때(?)나 먹혔지 엘리트 골퍼가 수두룩한 프로 선발전에선 어림도 없었다.

테스트를 통과하는 데 필요한 것은 인내심과 평정심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정신적인 강인함 같은 것이다.

 

그런데 뱁새는 오늘 생각이 너무 많다.

 

타임머신을 탄 우리에게 비친 것만 해도 

1. 괜히 동반자들한테 잘해주고 후회를 하며

(한 타도 도움이 되지 않을 미련을 끝까지 못 버리고 미간을 찌뿌리면서 후회를 곱씹고)

2. 한 타 한 타 타수를 셈하며

경기에 임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 네 홀을 남기고 들른 스타트 하우스 화장실에서 이런 미련한 생각을 시원하게 버리고 왔어야 하는데 과연 뱁새가 그랬을까?

(. 저기 화장실에서 뱁새가 나오는데 어디 보자 그 정신에 지퍼는 잘 올리고 나오는지? ! 어딜 보시는 거에요?)

 

우리의 안타까운 바람과는 다르게 뱁새는 옷차림만 여미었지 정신까지 추스르진(추스리다는 틀린 말이에요 추스르다가 맞는 말. 저도 헷갈렸어요) 못한 것 같다.

 

어떻게 아느냐고?

눈빛을 보면 안다.

 

레이크 코스 1번홀로 이동하는 카트에 앉은 뱁새의 눈빛은 샛별처럼 초롱초롱 빛나도 시원찮을 이 판국에 물 간 생선처럼(차마 썩은 동태처럼이라는 진실을 그대로 말할 수는 없음을 이해해 달라) 멍하다.

 

다 까먹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남은 네 홀을 올 파로 막을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겠어?’라고 뱁새는 생각한다.

 

425미터나 되는 가장 긴 파4인 레이크 코스 1번홀은 티잉 그라운드(티 박스는 틀린 말이라고 이미 말씀드렸죠?) 왼쪽부터 페이웨이 140미터 지점까지가 길고 넓은 벙커다.

그린까지 지름길이라고 왼쪽으로 쳐서는 어마어마한 장타자가 아니면 벙커에 빠진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오른쪽 페어웨이를 노렸다간?

남는 거리가 장난이 아니다.

 
뱁새는 어땠을까?

물어보나 마나 부정적 생각은 몸을 굳게 한다.

뱁새는 맞바람에 맞서겠다고 그런 것도 아니고

지름길을 노려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도 아닌

그저 패배감에 젖은마음으로 티샷을 거칠게 당겼다.

 

그 통에도 볼은 정통으로 맞아 제법 힘있게 날아갔으나 맞바람에 지가(‘제가라는 뜻인 전라도 사투리인데 급하면 튀어 나온다는 건도 알고 계시죠?) 무슨 수로 300야드를 때리겠는가?

낙담한 뱁새가 클럽을 잔뜩 들고(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몰라서 롱아이언과 하이브리 두 개를 갖고 갔다)  가슴을 졸이며 카트 도로에서 50미터도 넘게 떨어진 벙커쪽으로 걸어 가보니 가관이다.

벙커턱에서 그리 멀지 않아 긴 채로 쳤다가는 턱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은 것만 문제라면 뱁새가 춤을 출 판이다.

 

'어떤 썩을*이 벙커 정리를 저 따위로 하고 지나갔는지'(지금 뱁새 머리 속을 타임머신을 탄 우리는 볼 수 있는 데 정확히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볼이 고무래 자국이 깊이 파여서 발자국이나 거의 마찬가지인 곳에 놓여있는 것이다.

 

뱁새는 뜨거운 탄식이 식도를 거쳐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것을 이빨 사이로 하악하고 내뱉으며 클럽으로 모래를 내려치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아낸다.

(화가 난다고 벙커에서 클럽으로 모래를 내려치면 모래를 테스트 한 것으로 간주되어서 2벌타를 받습니다. 독자 여러분 절대 하지 마세요! 보기에도 안 좋아요)

 

롱 아이언으로는 도저히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한 뱁새는 170미터 남짓한 거리에서 하이브리드를 잡는다.

넉넉하게 잡는다는 전략이기도 하지만 밑바닥이 평평한 하이브리드를 클럽 페이스를 오픈하고(채 끝을 살짝 열어서 친다는 얘기임) 쳐야 그나마 볼이 떠서 턱을 넘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습 스윙을 유난히 많이 해보는 모양이 영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볼에 다가서서 발을 파묻고 클럽을 짧게 잡고 볼은 평소 하이브리드를 칠 때보다 조금 더 몸 가운데 쪽으로 놓고 스윙을 하는 뱁새.

'피니쉬가 안정적인 것이 나름대로 괜찮은 샷이었나' 하는 우리의 판단이 맞았는지 볼은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핀쪽으로 날아간다.

 

굿 샷!이라며 여전히 젊은 동반자들은 뱁새를 응원하는 데 그 소리를 볼은 못 들었나 보다.

마지막 1미터를 넘지 못하고 그린 왼쪽 벙커턱을 맞고 모래 구덩이로 굴러 떨어진다.

'터억'하고 턱에 맞는 소리에 뱁새 가슴은 무너져 내린다.

 

그런데 이 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낙담해서 벙커에 주저앉기라도 할 줄 알았던 뱁새가 아무렇지 않은 듯(속으로든 겉으로는 욕을 안 했다는 얘기겠죠? 흐흐) 떨치고 나오더니 클럽들을 벙커 밖 풀밭에 내려놓고 고무래를 들고 다시 들어가 발자국과 공 자국을 차분히 정리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뱁새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로 나온 선동렬 선수가 안타를 두 개 연속으로 맞아 1사에 주자 1,2루가 됐어도 글러브를 들어서 포수에게 걱정마라고 하면서 고개를 계속 끄덕이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여서 '혹시나'하는 희망을 우리는 품어볼 수 밖에 없다.

 

과연 뱁새는 내야 땅볼을 유도해 병살로 처리하고 승리를 지켜내는 선동렬 선수처럼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얘기는 다음 편에 듣기로 하자고 말 했다가는



어지간히 우려먹으라며 애독자들의 원망이 거셀 것을 우려해 한 장면만 더 보기로 한다.

 

핀은 앞핀.

그린 사이드 벙커에 빠진 뱁새의 볼에서 홀까지는 14발짝 남은 상황.

뱁새의 전가의 보도와도 같은 웨지를 또 꺼내 든다.

몇 도짜리겠는가?

그렇다.

62도 짜리다.

 

아까 곯아가는 생선 눈은 어디 가고 갑자기 매의 눈을 이식한 뱁새.

머뭇거리지 않고 모래 한 밥그릇을 볼과 함께 그린 위로 튕겨 올리는 데 볼은 멋지게 떠오르더니 두 번 튀어서 핀 옆 두 발짝에 선다.

파 세이브 할 수 있는 찬스다.

(벙커 샷 하나는 대한민국에서 세번째로 잘한다고 하더니 진짜인가 보네요? 흠흠)

 

홀 주변에 흩어져 있던 동반자들의 볼이 하나씩 홀 아웃 하고 이제 뱁새가 마무리 펏을 해야 하는 상황.

살짝 오른쪽이 높아 보여서 홀 우측 볼 한 개 정도를 보고 부드럽게 스트로크 하는 뱁새.

스트로크가 아주 만족스러웠는지 뱁새의 눈빛이 순간 반짝거리고 볼은 홀로 굴러 떨어질 것 같더니 어쩐 일인지 브레이크를 전혀 먹지 않고 그대로 홀 우측으로 지나치고 만다.

 

착시에 속은 것일까?

아니면 스트로크를 잘못해서 열린 것일까?

 

뱁새는 안타까워하며 퍼터를 든 채로 두 무릎이 거의 그린 바닥에 닿기 직전까지 주저앉아 보지만 그렇다고 홀을 지나친 볼이 다시 뒤로 굴러내려와 홀인 될 리는 만무하다.

 

또 보기.

오늘만 8개 오버이고 이틀 합계 15오버파다.

뱁새 계산으로는 이대로라면 프로 테스트 합격으로 직행하는 것은 물 건너갔고 잘 해야 연장전에 나갈 수 있을까 말까다.

 

과연 다음 회에는 뱁새가 내년에 프로 선발전을 또 봐야 하는지 아니면 합격인지 알 수 있게 될까?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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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스가 다 끝나도록 머리를 전혀 들지 않는 멋진 시범을 보여주는 뱁새 김용준 프로인데 시범 보일 때야 누가 못하나 실전에서 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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