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안되는 이유를 찾으시나요?

입력 2017-10-11 17:53 수정 2017-10-11 18:14
골프는 어렵다. 어느 코스냐, 어떤 날씨냐, 어떤 컨디션이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싱글 고수가 평소보다 10타 이상을 더치는 것은 흔하다. “내가 이렇게 쳐서는 안되는데!”하지만 80타대, 90타대를 적어내고는 머리를 떨구는 게 골프다.
프로라고 다르지 않다. 언더파를 치다가도 어이없는 오버파로 거슬러 올라가는 황당 사고가 허다하다.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강자 로스 피셔를 보자. 투어 상금 랭킹 6위인 그는 올해 19개 대회에 출전해 6번 컷 탈락했다. 그중 하나가 지난 5월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이다. 그는 이 대회 1라운드에서 78타를 쳤다. 그러고도 지난 8일 알프레드 던힐 링스챔피언십 4라운드에서는 61타를 적어냈다. 그것도 ‘골프의 발상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다. 까다롭기로 악명높은 이 역사의 현장에서 스스로 역사가 됐다. 코스 최저타 기록이다. 그의 시즌 한 라운드 최저-최고 타수 차가 17타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세 이정은6(21)의 경우다. 시즌 4승의 파죽지세인 이정은은 지난 9월 OK저축은행박세리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12언더파 60타를 쳤다. KLPGA의 새 역사(18홀 최소타)를 쓴 그의 이름 뒤에 ‘미스 식스티(60)’가 붙었다. 하지만 그도 올 시즌 세 번이나 76타를 쳤다. 최저-최고 타수 차가 16타다.
샷마다 스윙이 다른 아마추어 골퍼들이라면 어떨까. 냉정히 말하면 20타를 넘나드는 게 정상이다. 좋아하고,자주 가는 코스라도 안심할 수 없다.
그런데도 아마추어 골퍼들은 자신의 최저타(라이프 베스트) 기억에 열광한다. 일종의 의도적 퇴행이다. 이 심리는 곧 족쇄다. 곤두박질치는 스코어를 더 망치는 것은 물론이고, 멀쩡한 동반자들의 샷까지 뒤흔든다. 골프의 적,핑계가 이 퇴행의 한 갈래다.
간밤에 마신 술에서 시작한 핑계는 궂은 날씨를 거쳐 새로 바꾼 클럽 탓으로, 실험 중인 스윙 때문으로 이어진다. ‘내 탓’이라는 자학성 핑계 정도라면 애교 급이다. 하지만 동반자를 걸고 넘어지던 핑계가 굼뜬 앞 팀 탓, 압박해오는 뒷 팀탓으로, 급기야 애먼 캐디를 잡을 기세에까지 이르고 나면 그야말로 ‘막장급’ 남탓 타령이다. 이쯤 되면 멀쩡하던 동반자들까지 사고를 치는 ‘전염사태'를 경계해야 할 수도 있다.
잘 쳐야 한다는 욕심은 강박을 낳는다. 근육 경직과 불필요한 힘의 사용이 그 다음 단계다. 예상치 못한 샷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 이치다. 꽤나 큰 판돈이 걸려 있는 내기 골프라면, 돈도 잃고 명예도 잃는 참사다. ‘이상하게 안되는’게 골프다.
한국경제신문 레저스포츠산업부 골프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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