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주고 더 주는 것이 서비스다

입력 2017-09-29 01:16 수정 2017-09-29 09:22
< 다 주고 더 주는 것이 서비스다>

우리나라에 서비스 문화가 들어 온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는 서비스고 뭐고 그저 먹을 것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고 돈이 있어 그나마 조금 더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면 감사할 일이었다. 생활 형편이 나아지고 경제 수준이 올라가면서 만연되어 버린 일상은 더 나은 삶을 추구하게 만들었다. 서비스! 이제 우리는 그저 먹는 것 좀 더 나은 것을 갖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인간다운 삶이란 존중받는 삶이다. 인간의 궁극적 삶의 가치가 자아실현에 있다는 것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쳐 보임으로써 타인으로 하여금 존중을 받고자 하는 심리의 발현이다.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긍정 혹은 부정적으로 활용할 의도로 만들어 낸 것이 ‘서비스’라는 단어다. 서비스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제일 먼저 기분이 좋아 진다. 받고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인간심리는 생활 전반에 걸쳐 여러 분야에서 적극 활용될 가치는 충분하며 욕구를 극대화하고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는 절대적이다. 그것을 부정하거나 소외 시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것은 분명히 악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우리가 자주 ‘저가’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이용하고 있는 김밥전문점이 있다. 이런 음식점에 이제는 대부분 당연하듯이 붙여놓은 “물은 셀프” 라는 문구다.

10여 년 전에 이 문구는 많이도 낯설었지만 이제는 으레 당연한 인식이 되어 누구도 이 문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네 스스로 물을 가져다 먹는 대신 우리도 인건비 절감 비용만큼 음식비용을 줄여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분명 고객입장에서도 가격파괴를 기대하면서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무언의 합의를 본 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행초기에는 가격이 조금 내려간 듯 보인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물은 셀프를 실행하는 가게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지만 고객이 생각하는 가격의 차별성은 느끼지 못하고 심지어는 더 비싸다. 재수 없으면 돈은 더 주고 맛없는 음식을 먹으면서 노동까지 하는 지경이 되는 것이다. ‘고객이 봉이냐?’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는 비단 음식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불과 몇 달 전 일이다. 정비공장에서 10년 된 차의 에어컨부품을 중고부품으로 교체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교체한 중고부품에 하자가 생겨 다시 정비공장을 찾게 되었다. 교체가 끝나고 나오려는데 직원이 “오늘 부품 교환 비용은 받지 않습니다. 서비스예요”라고 하는 거였다. 서비스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 참고 나오는 사람에게 차라리 아무 말이나 말지. ‘서비스라니요? 저는 이 정비공장에서 불량부품을 장착한 이유로 들이지 않아도 되는 시간과 교통경비와 심리적 불편함에 대한 배상을 청구해야할 상황이구요, 이 정비소는 제게 이러한 손해배상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더는 참지 못하고 한 마디 내 뱉었다. 이런 인식이 비단 그 직원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로 본다면 다소 미안한 부분이 있었지만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마인드를 재수정할 필요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서비스는 다 주고 더 주는 것이다.’ 잘못된 것을 바꿔주고 비용을 받지 않는 것이 서비스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받을 돈 보다 더 많은 돈을 받고도 고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물과 반찬을 가져다 먹게 하는 것이 ‘셀프서비스(이 말도 안 되는 문구는 누가 만들었을까?)’가 아니라 오히려 고객이 업주에게 베푸는 말도 안 되는 억지스러운 행동이 서비스인 것이다.

이런 예들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많이 자행되고 있다. 또 하나의 예로 보험을 봐도 그렇다. 수년 혹은 수십 년 꼬박꼬박 돈을 내어 돈 놀이 할 수 있도록 빌려 준 자기 돈을 필요할 때 청구하면 마치 그들이 자신의 돈을 주는 양, 가입자는 못 받을 돈을 거저 받는 양 이상한 태도가 만들어 진다. 이런 맥락에서 1+1 마케팅도 그러하고 상품 판매에 있어서도 ’공짜’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쓰면서도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불편한 전략들이 언제부터 정당성을 갖게 되었는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제품 값에 미래비용까지 더해 판매하면서도 고객에게 엄청난 혜택을 드린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것을 마치 모범적인 마케팅전략인 것처럼 교육하고 모두가 앞 다투어 각계각처에서 전혀 죄책감 없이 활용하는 것을 묵인해 주는 이 사회가 진정 문제가 없는 것인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각종 가전, 전자기기들의 수리 점에 ‘서비스센터’라는 양심 없는 간판은 내려져야 한다. 그저 ‘수리 점’이라는 과거 선조들의 문구가 가장 양심적이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장사치들의 연가시 같은 횡포를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하는 현실이 슬프다. 상거래가 정당성을 회복하면 사회는 분명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양심 있는 정치, 올바른 상거래, 적정한 대가와 그에 따른 기분 좋은 서비스비용 지불이 현실화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미경사람연구소(구.정신분석연구소.사람과삶) 대표로 집단상담 및 개인심리상담치료가 및 작가로 노인문제, 가정폭력문제, 성희롱 및 성폭력 상담과 교육. 인성교육 및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남자요리99]의 작가로 남자의 심리를 예리하게 파헤친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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