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뱁새도 했는 데 나는 왜 못해! 7

입력 2017-09-25 13:46 수정 2017-10-14 16:53
우리 새들 아니 사람들은 실패한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을 때가 많다.

그 엉뚱한 이유를 '핑계'라고 한다.

핑계 중에 단연 으뜸은 ‘남의 탓’이다.

 

뱁새도 전에는 그랬다.

시합 결과가 안 좋으면 남의 탓을 하기 일쑤였다.

(물론 결과가 좋을 때는 제가 잘난 덕분이고?)

실은 뱁새가 남의 탓을 하지 않을 때가 거의 없었는지도 모른다.

 

‘동반자가 말이 너무 많아서 집중할 수가 없었다’라든지

(우리가 짐작하기엔 틀림 없이 뱁새가 제일 말이 많겠구만! 네? 뭐라구요?)

‘나이도 어린 게 예의가 없어서 기분이 상했다’라든지

‘동반자의 룰 위반을 지적할 수도 없고 눈감아 줄 수도 없어서 고민하다 경기가 꼬였다’는 따위로 말이다.

 

프로가 되고 나서 뱁새가 고친 버릇 중 하나가 바로 남의 탓을 안 하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자면, 지금은 아예 안 하지는 못하고 여간 해선 남의 탓을 하지 않는다.

(아직도 그 버릇 못 버리고 가끔 남의 탓 하기는 한다는 얘긴가? 흠흠)

 

그나저나 여기까지 읽으면서도 이상한 낌새를 전혀 못 챈다면 애독자는 절대 아니다.

그렇다.

뱁새가 보고 있던 두번째 프로 테스트 결과가 어찌 됐는지 궁금해야 당연한 것 아닌가?

 

서둘러 타임머신 다이얼을 2015년 7월 그날로 맞추자.

(타임머신 작동 소리가 어떻게 난다고요? 네 맞습니다)

‘@#$%^&*’

 

거실 PC 앞에 앉은 뱁새의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다.

오후 내내 평소보다 약간 벌어졌던 그의 입도 점차 다물어진다.

뒷목에서는 싸늘한 무언가가 머리 쪽으로 올라오는지 왼손으로 뒷목을 감싸 쥐고 주무르는 뱁새.

아까 이른 오후에 사우나를 나서며 행복감으로 나른해 하던 그는 어디로 갔을까?

지금은 아랫배로부터 치밀어 오르는 화를 다스리느라 가끔 주먹을 불끈 쥐고 어쩔 줄 모르는 뱁새만 보인다.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직전 화면으로 가는 화살표 아이콘을 눌러서 게시판 목록을 몇 번이고 다시 보는 뱁새.

여전히 그가 보고 있는 것은 ‘2015년 제2차 KPGA 프로 선발전 지역 예선 통과자 명단’이 맞다.

 

그렇다.

1지역 스카이72 A조 합격자 명단 28명 안에 뱁새 이름은 없다.

 

‘이럴수가?’라고 뇌까리는 뱁새.

저 아랫배에서 올라오는 한숨을 내뱉는 동안 그의 눈이 잠시 감겼다가 열리더니 문득 턱걸이로 합격한 28등 선수 이름에 가서 꽂힌다.

그는 바로 마지막 홀에서 5미터 가량 되는 파 퍼팅을 집어 넣어 뱁새가 “나이스 펏”이라고 축하를 해 줬던 선수 아닌가.

 

그렇다면 뱁새는?

그랬다.

1지역 A조 136명 가운데 29등이었다.

 

마지막 홀 버디 퍼팅을 성공했지만 커트 라인은 뱁새 바로 앞에서 잘린 것이다.

커트라인이 한 타만 더 높았다면 마지막 홀 버디를 한 뱁새가 백 카운트(동점자가 나올 때 승자를 정하는 방식. 뭔지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한다면 직전 회를 읽어보시기를)로 통과할 판이었다.

 

“삘릴리. 삘릴리”

뱁새 휴대 전화가 벨 소리를 토해낸다.

화면을 쳐다보니 ‘김중수프로 광산김’이라고 뜬다.

멘토인 김중수 프로(나중에 뱁새의 사부가 되는)가 건 전화다.

분명 테스트 결과를 보고 어찌된 일인지 물어보려고 전화를 건 것이리라.

전화를 받을 기운도 없는지 뱁새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고 사이 전화 벨은 열댓 번쯤 울리다 끊어진다.

(서너 번 울렸는데 안 받으면 끊으실 줄 알았는데, 지독하십디다!)

 

뱁새가 한숨을 연거푸 쉬는 데 ‘땅이 꺼져라고 한숨을 쉰다’는 표현은 이래서 나온 것인 줄 알겠다.

날숨을 깊게 뱉을 때마다 축 가라앉는 뱁새의 어깨가 애처롭기 그지없다.

 

뱁새 머리 속에는 지난 이틀간 치른 경기가 주마등(달리는 말 위에서 보는 주변 풍경이라는 뜻인데 당연히 한자 서비스는 불가하다. 주마등에서 '등'도 한자인가요? 진짜 몰라서 물어보는 거여요)처럼 지나간다.

아쉬워서 잠시 정지시켰다가 천천히 보는 장면은 모두 짧은 퍼팅을 놓친 것들이다.

 

첫날 16번홀에서 1미터도 안 되는(실은 50센티미터도 안 됐다) 퍼팅을 놓친 것을 제일 아쉬워하는 뱁새.

‘그림 같은 굴리는 어프러치로 홀에 바싹 붙여놓고도 왜 넣지 못했던가?’

태풍이 부는데도 진행이 느리다고 경기위원이 독촉을 하자 뱁새가 마무리 퍼팅을 하려는 데 동반자들이 모두 다음 홀로 걸어가는 바람에 뱁새도 서두르다 망한 장면이 떠오른다.

 

‘동반자가 홀 아웃 할 때까지 그린 주변에 머물러 있어야지, 매너 없는 것들’이라는 생각을 뱁새가 한다.

‘오늘은 또 동반자 중 형편 없는 녀석 하나가 제 차례가 되면 바로 퍼팅을 하겠다고 내가 퍼팅 할 때 뒤에서 걸리적 거리는 바람에 집중력이 흐트러져 1미터 남짓한 짧은 퍼팅을 놓치지 않았던가’

‘아! 그 썩을*만 아니었다면’

(*이 뭔지 밝힐 수는 없지만 좋은 의미로는 안 쓰이네요? 그렇죠?)

주로 이런 생각이 뱁새의 머리에 스쳐 지나간다.

 

없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런 것을 보면 뱁새는 아직 프로가 되기에는 실력뿐 아니라 멘탈도 한참 부족한 것이 틀림 없다.

 

‘선수는 소란에 대처해야 한다’고 엄연히 골프 규칙 책에 나와 있다.

(진짜로!)

고의로 방해했다면 룰에 따라 응징하면 되지만 실수로 한 것은 플레이어가 감수해야 할 경기 조건일 뿐이다.

 

그리고 짧은 퍼팅을 과감하게 뒷벽치기를 하지 못하고 슬슬 흘려 보내다가 잔디결 따라 흐른 것을 누구 탓을 한단 말인가.

 

결국 뱁새가 새가슴이라는 말이다.

(흠. 쓰고 보니 당연한 말이네요!)

 

뱁새의 두번째 KPGA 프로 도전은 이렇게 끝나고 말았다.

첫번째 도전보다는 한걸음 더 나갔으나 아직 턱 없이 부족한 기량만 확인한 채로.

 

뱁새가 딱 하나 건진 게 있다면 프로 세계에선 피도 눈물도 없어야 한다는 것을 느낀 점이다.

그렇지 않은가?

누군가 기가 막히게 퍼팅을 성공시켜서 턱걸이로 붙으며 바로 그 뒤에 있는 선수는 떨어져야 한다.

 

과연 두 번이나 실패한 뱁새는 아무렇지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나 도전을 계속할까?

애독자들의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 함께 소리쳐 주세요.

힘내라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é.naver.com/satang1

 

김용준 프로가 아마추어 시절 짧은 퍼팅이 성공하면 어퍼컷 세레머니를 할 작정으로 볼을 바라보고 있다. 이 퍼팅이 들어갔을까요? 당시에는 밸런스 찾은 엑스페론 골프볼을 쓰지 않을 때인데!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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