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예쁜 여자> 독점공개
⑥'위대한 개츠비' 작가, 예쁜 여자에 목숨걸다 - 2탄



스콧 피츠제럴드의 '예쁜 여자', 젤다 세이어(Zelda Sayre)에 대한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젤다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바로 이 특별함이 남자들의 환심을 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의 다음 한 마디는 아름다움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예쁜 여자의 단면을 잘 보여줍니다.
“연지와 분은 여자들이 스스로의 운명을 선택하는 방법, 그러니까 삶이라는 거대한 게임에서 경쟁하여 승리하는 한 방법이다.”

현대인들조차 ‘화장발’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을 갖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참으로 전위적인 주장이라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말 속에는 예쁜 여자인 젤다의 세계관이 드러나 있기도 합니다. 삶을 하나의 게임으로 바라보는 그녀는 사랑 역시 승패가 존재하는 게임으로 해석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녀는 살색 수영복을 입고 풀에 등장해 사람들을 경악시킨 에피소드로도 유명했는데요. 어쩌면 그건 그렇게라도 해서 관심의 중심을 자신에게 머무르도록 하려는 처절한 시도는 아니었을까요?

허나 이 시도마저 궁극적으로는 파탄의 몸부림, 파괴의 춤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피츠제럴드는 젤다와 백년해로하지 않았으며 결국 다른 여자를 찾아 나섰거든요. 젤다는 당당한 여자니까 피츠제럴드의 변심 따위에는 아랑곳없이 꿋꿋하게 살아나갈 수 있었을까요?

대공황 직전의 예쁜 여자답게 젤다에게서 돈에 대한 숭배의식과 약간의 속물근성이 엿보인 것은 사실입니다. 바로 이 점이 피츠제럴드의 삶을 고단하게 만든 부분이죠. 하지만 속물이라고 해서 인간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에게 거절당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당당한 여자라 해도 한때 그토록 절실했던 피츠제럴드의 변심이 통렬하지 않았을 리는 없겠죠. 그녀의 절망적 감정은 (비록 픽션이지만) 질 르루아의 소설 <앨라배마 송>을 통해서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피츠제럴드와 젤다의 사랑이야기에서 더 행복한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겉으로만 보면 둘의 러브스토리는 콧대 높은 예쁜 여자 젤다에게 피츠제럴드가 고생한 얘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젤다의 지나치리만치 솔직한 반응이 있었기에 피츠제럴드는 더욱 분발할 수 있었고 역사적인 작가가 될 수도 있었겠죠.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열심히 뛰고 분발하는 과정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는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가 에서 밝혔듯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달리고 경쟁하는 과정은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죠. 피츠제럴드 역시 한 번뿐인 인생을 남김없이 불태운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토록 갈구하던 젤다의 사랑을 얻었고, 그 사랑이 식은 뒤에는 아마도 젤다 이상으로 예뻤을 다른 여자를 향해 달려나가기도 했으니까요.

젤다와의 사랑이 고단하고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피츠제럴드가 당한 파괴는 자신이 이룩한 성취로 상쇄할 수 있습니다. 젤다의 경우는 그렇지 않죠. 나름대로 순간순간 올바른 판단을 내리려 노력했겠지만 어쨌든 자신을 원했던 피츠제럴드는 사랑의 끝과 함께 떠나갔습니다.

젤다는 피츠제럴드와 헤어지기 7년 전부터 신경쇠약 증세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피츠제럴드와의 이별 10여년 후에 병원에서 화재로 사망했습니다. 아무리 너그럽게 봐줘도 피츠제럴드보다는 불행한 인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모든 사례의 끝에서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한 가지로 수렴됩니다. 예쁜 여자를 향한 파괴적인 추종은 결국 예쁜 여자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비극적 기제라는 점이죠.

아무리 예쁜 여자가 세상 모든 부귀영화를 다 가진 것처럼 보여도 끝에 가서 패배하는 건 그녀들 자신이라는 불편한 진실. 예쁜 여자의 범주에 포함된 순간 주사위는 던져진 셈이기 때문에 어떤 예쁜 여자도 이 비극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예쁜 여자의 삶은 비극이다!
이원우 신간 <예쁜 여자> 2013년 7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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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에 출생한 자칭 “서른 살의 자유주의자”.
'유니크', '연애의 뒷면' 등 두 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
'미래한국', 'StoryK'를 포함한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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