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뱁새도 했는 데 나는 왜 못해! 6

입력 2017-09-21 11:00 수정 2017-09-25 10:43

더 멀리 날아가는 골프볼을 만들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본 가운데 볼을 더 정확히 날아가고 굴러가게 하려는 노력이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 현재까지는 그 정점에 있는 것이 엑스페론의 골프볼이다.



“나이스 펏!”

다섯 발짝은 족히 되는 동반자의 파 퍼팅이 시원하게 홀에 떨어지자 뱁새는 ‘진심’으로 축하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도 그 보다 먼저 한 내리막 여덟 발짝짜리 버디 퍼팅을 멋지게 성공시키면서 갤러리(KPGA 프로 테스트 때는 학부모들이 마지막 홀에서 자식들을 기다리며 옹기종기 서 있는 것이 보통이다)로부터 박수 세례를 받고 입이 귀에 걸려 있으니 말이다.

 

뱁새가 반팔 티 셔츠를 입은 것을 보고 ‘응?’하며 타임머신 다이얼을 보니 어느 새 2015년 7월 어느 날에 맞춰져 있다.

KPGA 프로 테스트에 두 번째 나온 뱁새는 전날 당당히 지역 예선 첫날 커트 라인을 통과하고 이틀째 라운드의 마지막 홀에 서 있다.

여기는 지난번과 같은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클래식 코스의 9번 홀(뱁새에게는 오늘 마지막 홀) 파5다.

 

뱁새의 이날 스코어는 2오버파 74타.

경기위원에게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는 뱁새 손길이 경쾌하다.

 

“잘 쳤어?”

이제 제법 낯이 익어서 그런지 아니면 늦깎이 선수가 안쓰러운지 예의 그 경기위원(천철호 위원)이 스코어 카드를 받아 들며 살갑게 인사를 한다.

 

“열심히 쳤는데 어떨까요?”

지역 예선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뱁새의 대답도 저번 첫 대회 때와는 다르게 힘이 있다.

 

전날 스코어와 합산해서 지역 예선 통과자를 가리는 데 뱁새의 이틀 합계는 7오버파 151타.

보통 때 같으면 어림 없는 점수이지만 전날 상황을 본 사람이라면 뱁새가 가슴이 설레는 이유를 알 것이다.

 

우리도 막간을 이용해 전날 경기를 보고 오자.

@#$%^%&*

(아시죠? 무슨 소린지)

 

내일(?)과는 다르게 바람막이를 입은 뱁새가 10번홀(오늘 뱁새는 10번홀부터 출발하나 보다) 근처에 서서 앞 팀이 티샷 하는 모습을 기웃거리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태풍이 불고 있다.

그냥 바람이 세다는 얘기가 아니라 ‘진짜’ 태풍이 분다.

이른 새벽인데도 여기저기 찢겨져 나뒹구는 잔가지가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태풍이 불어 닥친지 벌써 몇 시간 된 것 같다.

저만치 학부모로 보이는 사람이 벌러덩 뒤집어진 우산과 씨름하는 모습이 보인다.

 

첫 홀 뒤에서 앞 팀 티샷을 지켜보는 뱁새는 입이 살짝 벌어지고 눈빛은 총기를 잃은 것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훅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데 한 선수가 페어웨이 우측을 겨냥하고 날린 샷이 바람에 날리더니 왼쪽으로 OB가 나면서 제자리에서 다시 티 샷을 하는 장면을 본 것이다.

‘바람이 이렇게 세게 부는 데 대회를 하나?’라고 생각을 하는 데 경험이 적은 뱁새만 그런 의문을 품은 것 같고 다른 선수들은 당연하다는 듯 채비를 하고 있다.

(번개가 안 치고 코스가 떠내려갈 정도로 비가 내리지 않으면 프로 대회는 계속한다는 사실을 뱁새는 이 때만 해도 몰랐다)

 

뱁새 팀 차례가 되어 첫 타자로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선 뱁새는 도대체 얼마나 우측을 겨눠야 볼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릴 수 있을지 가늠을 못하고 연신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렇다고 아예 우측 해저드를 보고 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뱁새.

그래도 최대한 우측을 겨눠서(차마 해저드까지 보지는 못하고) 티 샷을 날리는데 잘 맞아서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듯 하던 볼은 이내 바람에 덜미를 잡혀 왼쪽으로 왼쪽으로 흘러간다.

 

‘앗. 첫 홀부터 OB인가?’하는 걱정이 내장을 찔러 복통이 느껴지는 찰라 “살아 있데요!”라고 포어 캐디(플레이어와 동반하는 캐디가 아니라 홀 여기 저기서 지키고 서 있으면서 진행을 도와주는 캐디)의 무전을 받은 캐디가 들려주는 말에 ‘휴우’하고 한숨을 내쉬는 뱁새.

가서 보니 볼은 OB선상에서 채 한 발짝도 떨어져 있지 않다.

러프에서 넉넉하게 8번 아이언을 잡고 그린 우측 끝을 보고 세컨 샷을 하는데 이것 역시 왼쪽으로 크게 밀리더니 그린 왼쪽 프린지에 떨어진다.

그나마 어프러치를 잘 해서 홀에 갖다 붙여서 파.

바람은 거세도 비는 잦아들어 퍼팅 그린이 흠뻑 젖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느낀다.

 

‘이거, 띄워 치다가는 오늘 망하겠구나!’하는 생각으로 뱁새는 두번째 홀부터 특공작전에 돌입한다.

그것은 바로 낮게 깔아 치기다.

티샷이든 세컨샷이든 그린 주변 어프러치든 모든 샷을 ‘낮게 낮게’ 치겠다는 작전을 세운 것이다.

 

티샷을 낮게 치려면 티를 낮게 꽂고 사이드 블로우로 때려야 한다.

아이언 샷을 낮게 치려면 보통 때보다 볼은 더 우측에 놓고 로프트를 죽여서(클럽 페이스를 더 세워서) 쳐야 한다.

어프러치도 마찬가지 원리인데 되도록 웨지보다는 8번 아이언 따위를 쓰는 것이 낫다.

 

이 작전은 기가 막히게 먹혀 든다.

티 샷을 거의 뱀 샷(거의 바닥에 붙어서 굴러가듯 날아가는 샷) 수준이 되게 낮게 치니 바람을 덜 타서 죽을 일이 없다.

한 클럽 넉넉히 잡고 낮게 치니 범핑 앤 런(그린 주변에 떨어진 뒤에 튕겨서 굴러 올라가게 치는 샷)이 되니 온 그린도 그럭 저럭 된다.

아쉬운 것은 퍼팅이다.

굴러서 그린에 올라가니 홀에 가까이 간 것이 거의 없다.

대부분 열 댓 발짝 떨어져 있고 운 좋게 붙은 것은 겨우 한 두 개 뿐.

그래도 뱁새는 착실히 파 세이브를 해 가는데 1미터도 안 되는 짧은 파 퍼팅 2개를 놓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렇게 노련한(늙을 노자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플레이로 첫날 경기를 마감한 뱁새의 점수는 5오버파 77타.

태풍을 뚫고 일궈낸 소중한 점수로 첫날 136명 가운데 30등을 기록한다.

 

본선 진출은 28등까지니 내일 두 명만 제치면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내일(지역 예선 최종일) 뱁새가 2오버파를 친 데다 마지막 홀 버디까지 했으니 혹시 공동 28등을 하더라도 백 카운트(동점이 발생할 경우 이틀째 잘 친 사람이 이기는 방식으로 이틀째도 점수가 같으면 마지막 9홀을 비교한다. 그것도 같으면 마지막 6홀, 이어서 마지막 3홀, 마지막 홀 순으로 스코어 비교해 더 잘 친 사람이 이긴다. 뱁새는 마지막 홀 버디를 했으니 여간하면 백 카운트에서 뱁새가 유리한 상황)가 유리해 기대를 해 볼만 하다.

(이제 내일 뱁새가 스코어 카드 제출하면서 신이 난 이유를 알겠죠?)

 

그렇다면 우리도 서둘러 내일로 가서 결과를 볼 일이다.

@#$%^%&*

 

다시 내일 아니 오늘(2015년 7월 KPGA 프로 테스트 지역 예선 이틀째 날)로 온 타임머신.

우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뱁새는 스코어 카드 제출처를 떠났나 보다.

어디 있나 둘러보니 ‘에그머니!’ 망측스러워라!

뱁새는 어느 틈에 사우나에 들어가 있다.

온탕에 몸을 담근 뱁새는 ‘이곳은 강호의 협객들이 검을 내려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 (진짜로 스카이72 바다코스 사우나에 써 있는 문구에요)이라고 쓰인 글귀를 올려다 보며 빙긋 미소를 짓고 있다.

누가 금방 탕에서 나갔는지 잔물결이 일고 있어 뱁새의 특수부위(?)가 가려지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잠시 후 몸을 일으킨 뱁새는(어머나 어떻게 해! 얼레리 꼴레리) 샤워 부스 위에 ‘백돌이 전용’과 ‘싱글 전용’이라고 적힌 팻말을 보고 ‘씨익’ 웃더니 의기양양하게 ‘싱글 전용’으로 들어가 몸을 헹군다.

(으이그. 프로 테스트 나온 선수가 싱글 핸디캡퍼인 게 자랑이냐?)

 

지난 몇 달간 고된 연습으로 쌓인 피로를 사우나로 풀고 흐뭇함에 쌓여 집에 돌아온 뱁새는 최종 성적이 협회 사이트에 공지되기를 기다리며 PC를 켜놓은 채로 있다가 가끔 마우스를 눌러댄다.

 

첫날 성적은 지역별로 바로 공지하더니 지역 예선 최종 통과자는 다 모아서 하는가 보다.

오후 5시쯤이 되어서야 공지사항에 ‘2015년 제2차 KPGA 프로 테스트 지역예선 최종합격자’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온다.

화들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겁지겁 마우스를 잡는 뱁새의 가슴은 쿵쾅쿵쾅 뛴다.

 

드디어 뱁새는 지역 예선을 통과하고 270명이 겨뤄 90명(경쟁률이 15대 1에서 드디어 3대1로 줄어드는 것)이 프로가 되는 본선에 나가는 것일까?

(추석 연휴도 멀지 않았는데 뜸들이다가 늦가을 다 되어서 결과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e.naver.com/satang1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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