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뱁새도 했는 데 나는 왜 못해! 5

입력 2017-09-18 11:00 수정 2017-09-25 10:43
힘은 질량 곱하기 속도다.

(경제학과 나왔다고 하더니 물리학도 배웠나? 공식을 쓰지 못하는 것을 보면 겉핥기로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더 무거운 클럽을 같은 속도로 스트로크 하면 힘이 더 크다.

당연히 맞은 볼은 더 많이 굴러가거나 더 멀리 날아간다.

같은 무게를 더 빠른 속도로 스트로크 해도 마찬가지다.

힘이 더 세다.

그렇다면 더 무거운 클럽을 더 빠른 속도로 스트로크 하면 어떻게 될까?

불문가지다.

(‘물어보나 마나’라는 뜻을 가진 한자성어인데 뱁새가 어디서 들은 것은 있어서 쓰긴 쓰지만 한자를 알려주는 서비스는 결국 검색엔진에 기댈 수 밖에)

 

내친 걸음 다른 과목(무슨 과목인지는 확신이 없다. 생물학? 생화학?)도 짚어보자.

우리 몸에서 아드레날린은 언제 분비되는가?

흥분하거나 긴장했을 때다.

쉽게 말하면 신났을 때나 가슴 졸일 때 나온다는 얘기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생각지도 않은 힘이 난다.

(이 대목에서 외할머니 ‘율동댁’에게 혼이 나서 화풀이로 작은 조약돌 하나를 장독대에 던졌을 뿐인데 돌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 장독을 박살 내서 간장이 흘러 넘친 것을 떠올리곤 진저리를 치는 뱁새)

 

KPGA 프로 테스트에 처음 출전한 뱁새가 첫 홀에서 한 그린 사이드 롱 퍼팅은 바로 아드레날린 효과와 무게의 증가가 조화를 이룰 때 발생하는 일을 보여준다.

(드디어 2주 가까이 굴러가고 있는 그 볼 얘기를 하는 중이다. 무슨 얘긴지 모른다면 최소한 ‘뱁새도 했는데 나는 왜 못해! 1편'부터는 보고 오기 바란다)

가슴을 잔뜩 졸인 상태에서 여태 쓰던 ‘조강지퍼터’보다 더 무거운 퍼터로 롱 퍼팅을 했으니 보통 때와 비슷한 크기로 백스윙을 했다고 해도 힘은 훨씬 클 것이다.

볼은 아직 빠르지 않은 봄 그린에서도 데굴데굴 잘도 굴러가더니 홀을 여섯 걸음이나 지나친다.

(여론에 밀려 타임머신 다이얼은 드디어 2015년 4월에 다시 맞춰졌고 우리는 인천 영종도 스카이 72 클래식 코스에서 뱁새의 KPGA 프로 테스트 첫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앗차’ 싶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저 거리에서도 넣을 수 있어’라고 자신을 다독이는 뱁새.

아직 정신줄을 붙들고 있다.

 

이어지는 파 퍼팅.

뱁새는 오른쪽이 살짝 높다고 보고 홀 가장자리에서 볼 한 개 정도 우측을 보고 스트로크 한다.

(그 때만 해도 뱁새는 손가락을 들어서 겨눌 자리를 가늠해보는 에임 포인트 익스프레스 기법 따위는 몰랐다. 오리지널 김치 독학 골퍼 뱁새가 어디서 그런 걸 보기나 했겠는가?)

 

묵직한 새 퍼터는 에이밍 하기가 좋았는데 그냥 내려놓기만 해도 짧은 거리에서는 겨눈 대로 볼이 굴러갈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얘기는 몇 회 전에 이미 했다.

 

볼은 별로 매끄럽지 못한 그린을 굴러가는 데 뱁새가 마음 먹은 대로 홀 우측을 향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브레이크가 하나도 먹지 않는다.

분명 오른쪽이 높은데 말이다.

 

첫 홀을 보기로 마치고 홀에서 볼을 꺼내 주머니에 담은 다음 퍼터 커버를 주워 들어 씌우며 카트로 걸어오는 뱁새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있다.

‘하악’하는 애잔한 한숨을 내뱉는 그가 조금 애처롭기도 하다.

 

티 샷을 잘 치고 세컨 샷도 무리한 투 온 시도 안 하고 끊어왔는데 디봇에 빠진 볼이라니.

그 뒤에도 어쩌면 파로 마무리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스리 퍼팅을 해 보기를 했으니 아쉬움이 남을 만도 하다.

 

더구나 이 경기가 어떤 경기인가.

지인들끼리 하는 내기라면 두 당 얼마씩 후딱 꺼내 주고 한두 번 혀끝을 차면 그만일 것을.

 

2번 홀 파3에서 맨 마지막으로 티 샷을 하는 뱁새.

전 홀에서 한 선수는 버디를 하고 두 선수는 파를 해서 뱁새는 ‘말구’(전 홀 점수가 가장 나빠 한 팀에서 맨 마지막으로 티 샷 하는 선수를 말하는 속어로 말구를 도맡아 하면 성적도 꼴찌인 것은 당연하다)가 됐다.

왼쪽 백핀이라 볼이 감기면 볼을 떨어뜨릴 공간이 없어 어프러치 하기가 고약하다는 것을 생각하곤 안전하게 그린 센터를 노려 티샷을 한다.

맞바람이라 140미터 남짓한 거리에서 8번 대신 7번 아이언으로 한 클럽 더 길게 잡았는데도 볼은 그린 입구를 가로 막은 키 높이 깊은 벙커를 아슬아슬하게 넘어 그린 가운데보다 살짝 우측에 떨어진다.

(역시 스카이72 클래식 코스 같은 ‘링크스 코스’에서는 맞바람이 미치는 영향이 소나무 숲 속 같은 곳보다는 크기 마련이다. 링크스 코스란 바닷가 등에서 자연 그대로를 최대한 살린 코스를 말한다)

 

‘휴우’하는 안도의 한숨도 잠시.

가서 보니 핀까지 거리가 열댓 발짝이나 된다.

온 그린에 실패한 다른 선수가 그린 왼쪽에서 어프러치를 준비하는 동안 연습 스트로크를 연거푸 해보는 뱁새.

서너 번 빈 스윙을 할 때마다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리며 ‘쓰으’하고 숨을 빨아들이는 모양이 얼마나 크게 스트로크를 해야 할 지 판단이 서지 않는 눈치다.

별안간 ‘퍼터를 괜히 바꿔 가지고 나왔다’는 후회가 뱁새를 휘감는다.

 

진정한 골퍼라면 ‘ㅊ’으로 시작하는 것 중에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은 함부로 바꾸면 안된다는 골프계의 오랜 유머는 절대 우스개 소리만은 아닌가 보다.

 

여기서 문제.

다음 보기 가운데 ‘ㅊ’으로 시작하는 것 중 골퍼가 함부로 바꾸면 ‘가장’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

1. 차(자동차)

2. 처(아내)

3. 채(골프 클럽)

 

정답은?

 

이 문제만큼은 독자가 쉽게 맞힐 것이라고 장담한다.

답을 공개할 수 없음을 한탄할 따름이다.

(절대 여성을 비하할 의도로 낸 문제가 아님을 밝혀 둔다. 골프를 즐길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옮겨온 문제라고 믿어 주시기를)

 

고심한 덕분인지 오르막 열다섯 발짝짜리 뱁새의 첫 퍼팅은 그래도 홀 두 발짝쯤에 붙는다.

문제는 마무리 퍼팅.

역시 홀 오른쪽이 높은 자리다.

첫 홀에서 브레이크가 덜 먹은 것이 떠오르는지 이번에는 아까보다 조금 덜 봐서 볼 반 개 정도 우측을 보고 스트로크 한다.

당연히 왼쪽으로 휘면서 홀에 떨어질 것이라는 뱁새의 기대와는 달리 볼은 그대로 굴러 홀 옆을 지나친다.

뱁새가 턱을 앞으로 내밀며 ‘허억’ 소리를 내는데 입도 떡 벌어진다.

(새 아니 사람 입이 좋을 때만 떡 벌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 데 두 홀 연속 보기.

 

카트가 다리 하나를 지나 3번홀까지 가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동반자 가운데 나이가 제일 많아서(실은 나머지 선수는 다 자식뻘이다)인지 카트 앞자리에 앉은 뱁새의 얼굴은 볼 수 없으나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는지 어깨가 들썩인다.

 

이어지는 짧은 파4 3번 홀.

캐리(볼이 순수하게 날아간 거리. 굴러간 거리는 ‘런’이라고 말한다)로 230미터 이상만 치면 왼쪽에 줄지어 있는 벙커들을 모두 넘기고 100미터도 남지 않는다.

넓은 오른쪽으로 3우드 티샷을 하면 쉽게 페어웨이를 지킬 수 있다.

연습 라운드 때 겪어 보고 이 홀에서는 3우드 티샷을 하자고 야디지 북에 써 오기까지 한 뱁새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숏 티를 뽑고 롱 티를 꺼내 꽂은 다음 볼을 티업 한다.

3우드를 집어 넣고 드라이버를 꺼내는 뱁새.

‘어! 어! 저래도 괜찮을까?’라는 우리의 걱정은 뱁새가 두 번 연습 스윙을 하고 웨글링 한 뒤 휘두르는 루틴을 지키고 백스윙 할 때까지만 해도 기우인 것 같다.

 

그러나 샷은 마음이 반 아닌가?

속이 상한 뱁새가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무는 것을 보고 ‘앗차’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다운 스윙 때 힘이 안 들어갈 수가 없다.

볼은 왼쪽으로 확 감기더니 벙커는 둘째 치고 좌측 러프인지 해저드인지 분간할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간다.

못 찾으면 로스트 볼이 될 수도 있는 상황.

뱁새가 “악! 해저드네”라고 외치며 논란에 미리 못을 박는데 자기 경기 하기 바빠선 지 이의를 제기하는 선수도 없다.

(이미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가서 보니 해저드 처리를 해도 무방한 자리다.

그렇게 스리 온 투 퍼트로 또 보기를 하고 마는 뱁새.

 

과거 기록으로 볼 때 이 코스에서 날씨가 무난한 날 이틀 합계 5~6오버파를 쳐도 지역예선을 통과할 수 있을까 말까 하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세 홀에서 3오버 파라니.

그렇다고 대회 티에서 버디를 몇 개씩 잡아낼 실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은 뱁새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뱁새는 그만 기가 꺾이고 만다.

 

이날 뱁새의 경기는 나머지 홀에서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어서 우리는 타임머신 다이얼 속도를 16배속에 맞추고 달리는 버스 창가에 스쳐가는 풍경을 보듯 관람하다가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는 시점에서 다시 1배속 제 속도로 돌릴 수밖에 없다.

 

마커(다른 선수의 경기를 감시하는 동반자)가 사인한 스코어 카드에 뱁새도 서명을 하고 경기위원에게 제출하자 나이가 지긋한 경기위원(천철호 경기위원인데 누구인지는 나중에 알게 된다)이 “김뱁새 선수”라고 부른다.

 

“네”

뱁새는 책상 바닥을 보며 답한다.

 

“전반 41, 후반 42 맞습니까?”

 

“네”

경기위원이 스코어를 확인하는 데 동반자 말고도 스코어카드를 내러 온 다른 팀 선수들도 주변에 여럿 서 있어 더 창피하다고 생각하는지 뱁새는 풀 죽은 목소리로 답한다.

 

스코어 카드에는 홀별 점수 말고도 홀별 퍼팅 개수도 적혀 있는데 뱁새 것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가관이다.

퍼팅 개수가 ‘3’이라고 적힌 홀이 어디 보자!

무려 일곱 개나 된다.

스리 퍼팅을 일곱 개나 했다는 얘기다.

그럼 원 펏으로 막은 홀은 몇 개나 될까.

한 홀도 없다.

총 퍼팅 개수가 43개다.

(주말 골퍼 독자 여러분, 혹시 최근 라운드 때 퍼팅 몇 개 하셨나요? 설마 43개 하신 분 있으신지요?)

최종 스코어는 83타.

스리 펏 한 홀 말고도 레귤러 온(투 펏을 하면 파를 할 수 있는 타수에 온 그린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파4라면 두 번만에 그린에 올리는 것이 레귤러 온이다)을 하지 못한 홀이 4홀이나 된다는 얘기다.

뱁새의 성적은 이날 1지구(당시에는 스카이 72가 1지역 대회장이다) 해당 코스 참가자 136명 중 3분2 안에도 들지 못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1,350명 정도가 참가해 첫날 870명이 살아남는데 그 안에도 못 들었다.

 

테스트 참가비만 55만원을 내고 연습 라운드 한다고 몇 차례나 코스 돌고 딱 하루 치고 떨어진 뱁새.

‘스리 퍼팅만 안 했어도 첫 날 컷 오프되는 불상사는 면했을 것’이라고 생각한 뱁새는 분통이 나지만 누구 탓을 하랴.

‘스리 펏 7개를 빼면 76타로 4오버파니까 이튿날 잘만 하면 지역 예선은 통과할 수도 있었다’라는 말도 안 되는 계산을 해 내는 뱁새.

실력은 엉터리면서도 자존감만은 쉽게 잃지 않는 뱁새에게 뭔가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하여간 셈 하나는 빨라!)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서 프로가 됐다면서 떨어진 얘기를 하고 있으니 언제 붙었다는 얘기인지는 다음 회에 들을 수 있을지 기다려 볼 일이다.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é.naver.com/satang1

 

김용준 프로가 쓰는 엑스페론 골프볼에는 라인이 두 개 그어져 있다. 하나는 퍼팅할 때 완벽한 밸런스를 표시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티 샷을 할 때 최선의 밸런스를 찾아낸 것이다. 세계 최초의 듀얼 라인 밸런스 볼이 엑스페론이다. 타수를 줄여준다고 김용준 프로가 장담한다.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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