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뱁새도 했는데 나는 왜 못해? 4

입력 2017-09-13 20:03 수정 2017-09-25 10:43
“뱁새, 당신 오늘 14번 홀에서 몇 가지 실수했는지 알겠어?”

충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김중수 프로가 묻는다.

(분명 김 프로라고 부른 것도 같은 데 요즘엔 자격지심인지 누가 불러도 ‘뱁새’로 들린다)

 

“14번 홀이라면 제가 더블 보기를 기록한 레이크 코스 5번 홀 말씀인가요?”

뱁새는 ‘실수’라는 말이 목에 걸렸는지 침과 함께 꿀꺽 삼키더니 후반에 돈 레이크 코스 홀을 하나씩 세어보고 나서 되묻는다.

(이 때만 해도 김중수 프로는 뱁새의 사부가 아니었다. 뱁새는 함께 볼을 치는 선배로 생각했다. 물론 곁눈질로 열심히 배우기 했지만)

 

기억을 더듬느라 운전대를 잡은 뱁새의 눈이 전방주시 의무를 잠시 소홀히 하지만(독자 여러분 운전 중에 잡생각이나  휴대 전화 통화는 절대 안 돼요!) 다행히 새벽 골프를 친 덕분에 일찍 돌아오는 영동고속도로는 차와 차 사이의 간격이 넉넉해 탈이 없다.

 

“그래”

뱁새를 빤히 쳐다보는 김중수 프로의 시선에서 자아비판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날 뱁새는 충주 킹스데일CC 레이크 코스 5번 홀에서 더블 보기를 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파5 홀에서 40미터짜리 어프러치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 넣으면서 이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글 땡값(내기 골프를 할 때 버디나 이글을 하면 타수 차이에 더해서 보너스를 더 받는 것을 말한다. ‘섯다’라는 화투 종목에서 나온 말인데 워낙 널리 사용해 비속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미 늦은 듯 하다)을 두둑히 챙겨 캐디피까지 도맡아 낸 뱁새는 더블 보기의 참담함 따위는 진즉 잊고 신이 나 있는 상황이다.

 

“음, 일단 세컨 샷을 온 그린 못 시켰으니까 한 번 실수한 거구요. 어프러치를 가까이 붙이지 못해서 두 번째 실수했고, 그 다음부터는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은데요”

뱁새가 그 홀 티잉 그라운드부터 홀 아웃 하기까지 상황을 하나 하나 떠올리며 답한다.

 

“그 홀에서 당신이 실수한 것은 네 가지야!”

조수석에 앉은 김중수 프로는 운전석에 앉은 뱁새 쪽으로 몸을 45도쯤 틀어서 돌아 보며 단호한 어투로 말을 하는 데 '네 가지'라는 말에 특히 힘이 들어간다.

 

그의 말투에서 장난기가 전혀 묻어 나지 않아 뱁새는 ‘뭔데요?’라는 반문조차 하지 못하고 김 프로가 말을 이어가기를 기다린다.

 

“당신이 말한 대로 세컨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한 것이 첫번째 실수지. 그런데 더 큰 실수는 어프러치인데, 홀을 지나가면 급한 내리막 퍼팅이 남는데 왜 그렇게 지나가게 쳤어?”

김 프로가 뱁새에게 다시 묻는다.

 

“그거야 그 전까지 제가 형님에게 한 타 차로 지고 있어서 어프러치로 칩 인을 노린 건데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천을 듣는 자의 목소리는 말끝으로 갈수록 점점 작아지기 마련이다.

 

그랬다.

그 홀에서 뱁새의 그린 주변 어프러치는 열 댓 발짝 정도 남았다.

그날 동반자 네 명이서 하는 스크라치(타수 차이에 따라 승부를 내는 내기 방법)외에 뱁새는 김중수 프로와 토탈 스코어를 겨루는 내기를 따로 했다.

그래서 13번 홀까지 한 타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14번 홀 칩 인(그린 주변에서 볼을 굴려 곧바로 홀에 집어넣는 것으로 실력도 있어야 하지만 행운도 따라야 할 수 있다)으로 어떻게든 따라 잡아보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뱁새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그 홀에서 더블 보기를 기록하면서 파를 기록한 김 프로와 오히려 3타 차이로 벌어졌다.

(이날 동반 라운드한 이들은 뱁새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 모두 KPGA 프로로서 KPGA 챔피언스 투어를 뛰고 있는 짱짱한 '현역'이다. 타임머신을 탄 탓에 시간대가 왔다 갔다 해서 독자가 헷갈릴까봐 짚고 넘어가자면 뱁새는 이날 현재 아직 KPGA 프로가 아니다.어프러치와 퍼팅 솜씨가 귀신 같은 이경주 프로와 엄청난 장타를 날리는 김기종 프로가 그들이다. 이런 강자들과 스크라치도 마다 않는 뱁새를 ‘간이 배밖으로 나왔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멘탈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 두 선배 얘기는 뱁새가 기회가 되면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 실수를 했으면 그 홀은 어떻게든 파를 세이브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지 한방에 만회하겠다고 하면 안되는 거야”

김 프로가 ‘안 봐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계속한다.

“그리고 그 다음 파 퍼팅은 왜 그렇게 살살 쳤어?”

김 프로는 뱁새를 계속 다그쳐 묻는다.

 

“너무 급한 내리막이라 어떻게든 홀에 붙여서 ‘보기’로라도 막아볼 생각으로요”

'말이 물어보는 것이지 무슨 답을 해도 한 소리 들을 것이 뻔한 상황'임을 아는 뱁새는 번개처럼 머리를 굴려 변명을 생각해 보지만 마땅한 답이 없자 사실대로 답한다.

 

뱁새의 파 퍼팅은 급경사 내리막을 찔끔찔끔 굴러 홀을 다섯 발짝이나 지나갔다.

거기서부터  두 번 더 쳐서 더블 보기로 마감한 것이다.

 

“그 정도 경사면 아무리 살살 쳐도 홀 가까이에 멈추지 않을 것 아냐. 그렇다면 거기서는 승부를 걸어야지. 어차피 안 들어가면 확 지나가는데. 그걸 비비면(퍼팅 스트로크를 시원하게 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갖다 대다시피 하는 것을 말한다) 죽도 밥도 안 되는거지. 다섯 발짝 남으나 열 발짝 남으나 그 다음에 투 퍼팅 아냐? 그것이 세번째 실수야”

김 프로의 말이 동방불패(임청하가 나온 무협 영화인데 뱁새 세대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가 날린 바늘처럼 뱁새의 가슴에 날아와 꽂힌다.

 

돌이켜 보니 그랬다.

어프러치를 너무 과감하게 한 나머지 급한 내리막 두 발짝 퍼팅이 남자 당황한 뱁새는 그린 밖에서 칩 인을 노리던 기세는 어디로 가고  '어떻게든 살 궁리'만 했는데 결과는 이러나 저러나 더블 보기였다.

그러니 김 프로 말대로 ‘들이대기라도 해볼 걸’하는 후회를 이제서야 하는 것이다.

(흑흑. 왜 그 때는 넣어볼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아쉬워요!)

 

“그나저나 세가지 말고 제가 또 무슨 실수를 한 건가요?”

뱁새가 '네 가지 실수'라는 김 프로 말을 트집이라도 잡으려는 듯 고개를 뻣뻣이 쳐들며 말한다.

 

“당신이 지고 있을 때 승부 흐름을 너무 급하게 가져간 것이 네번째 실수지!”

김 프로의 지적은 바늘보다 열 배는 큰 표창이 되어 날아와 뱁새에게 정통으로 꽃힌다.

그리고 꼿꼿이 섰던 뱁새의 고개는 '풀썩'하며 떨어진다.

 

“그 홀에서 세컨 샷 실수를 어떻게든 파로 막았다면 그 다음 홀에서 당신이 이글을 해서 오히려 한 타 앞섰을 것 아냐!”

표창에 달린 끄나풀이 팔랑거리며 뱁새가 받은 충격의 여운을 알린다.

 

듣고 보니 그랬다.

어떻게든 따라 잡아보려고 서두르기만 했지 후반 5번 홀 다음에 남은 네 홀(15~18번홀) 중에 파5가 있고 그 홀에서 뱁새가 가끔 투 온도 하니 승부를 길게 가져갔다면 기회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뱁새의 폐부를 파고 든다.

 

그럼 ‘선생질’하는 김중수 프로는 그 후반 5번 홀에서 어떻게 쳤냐고?

그의 세컨샷도 뱁새 것처럼 똑같이 온 그린 하지 못하고 프린지에 떨어졌다.

뱁새보다 먼저 어프러치를 한 김 프로는 홀보다 두 발짝쯤 짧게 남겨서 오르막 파 퍼팅을 했다.

이리 저리 한참 브레이크를 살피더니 보기 좋게 '닦아 넣으며' 파를 기록한 것이다.

‘홀 주변 상황까지 감안해 일부러 그렇게 어프러치 했다’는 게 김 프로의 설명이다.

 

우리가 아는 대로 뱁새는 그 다음 홀 파5에서 멋진 어프러치 이글을 기록해 단숨에 두 타를 따라잡았다.

하지만 그 이후 세 홀에서 피차간에 올 파를 기록하며 역전을 시키지 못하고 결국 김중수 프로에게 한 타 차로 무릎을 꿇었다.

이글로 돈은 땄어도 진짜 승부인 스트로크는 진 것이다.

(내기가 진짜 승부라는 분들도 계시겠죠? 흐흐)

 

누군가 실수로 타임머신 다이얼 2014년 11월 어느 날로 돌린 덕분에 우리는 뱁새가 지금의 사부로부터 과거에 어떤 것들을 배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한가락 하는 선배 프로들과 라운드 하면서 실력이 조금씩 늘어 KPGA 프로 테스트에 도전할 용기도 얻게 됐으리라는 것도 함께 말이다.

 

그나저나 KPGA 프로 테스트 첫날 뱁새가 1번 홀 그린 주변에서 홀을 향해 굴린 그 볼은 거의 2주째 굴러가고 있단 말인가?

(다음편에서도 그 얘기가 나오지 않으면 애독자마저도 등을 돌릴 수 있다는 편집자의 진심 어린 충고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é.naver.com/satang1

 

김용준 프로가 쓰는 엑스페론 골프볼은 진한 소금 물에 띄우면 무게 중심이 모두 잡혀서 화살표가 위로 오게 뜬다. 이렇게 중심을 찾아서 퍼팅하면 몇 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 다른 회사 볼은 사진에서 보다시피 화살표가 무게중심과는 전혀 관계 없다.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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