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뱁새도 했는데 나는 왜 못해! 2

입력 2017-09-07 14:13 수정 2017-09-25 10:43
“김사장님은 프로 라이센스 하나 있으시죠?”

뱁새가 볼과 한참 씨름을 하고 있는 데 언제 뒤에 왔는지 모진렬 프로가 뜬금 없이 물었다.

 

그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아마추어 골퍼들을 가르치는 경험 많은 프로다.

나중 일이지만 뱁새는 크지 않은 체구인 그가 티샷을 멀리 보내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가 뿌려대는 스윙을 보면 환갑이 지난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다.

젊어서는 얼마나 호쾌한 스윙으로 상대를 압박했을까.

 

“네? 없는데요”

뱁새는 연습하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모 프로를 돌아본다.

 

“김사장님 실력이면 프로에 도전해도 될 것 같은데요”

모 프로가 내친걸음 말을 잇는다.

 

“아이고, 제가 어떻게 감히 프로님들처럼 칠 수 있겠어요?”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 뱁새는 저도 모르게 오른손으로 뒤통수를 긁는다.

 

“아니에요! 내가 보기엔 충분한데요 뭘!”

모 프로가 바싹 다가오며 뱁새와 눈을 맞춘다.

 

“별 말씀 다 하십니다”

아니라고 손을 내저으면서도 뱁새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눈가에 하회탈 중 양반탈 같은 주름이 진다.

 

“김 사장님 유에스지티에프(USGTF)라고 미국골프지도자협회 테스트가 있는 데 한 번 도전해봐요. 내가 보기엔 충분할 것 같구만!”

모 프로는 빈말이 아닌 듯 하다.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모 프로의 '공치사'에 솔깃했는지 모르지만 뱁새는 모 프로의 입을 주시하며 답을 기다린다.

 

“하루 잘 쳐서 77타 안쪽으로만 치면 돼요. 참, 김 사장님은 나이가 있으니까 79타만 쳐도 될 거여요. 테스트가 1년에 몇 번씩 있으니까 한 번 봅시다”

모 프로가 자기 사무실 쪽으로 발을 옮기자 뱁새 발걸음이 저도 모르게 그를 따라간다.

 

“오, 마침 다음달 1일에 테스트가 있네! 이거 신청하면 되겠네! 김사장님 주민번호가 어떻게 되시죠. 지금 내가 바로 신청해 드릴 테니”

모 프로가 PC에서 USGTF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간 뒤 선발전 공지 배너를 확인하고 바로 참가 신청 메뉴를 누른다.

 

지금은 2014년 6월9일이다.

(우리가 잠시 방심한 틈에 누가 타임머신 다이얼을 더 과거로 돌린 모양이다.

이왕 왔으니 어찌 된 일인지 좀 더 지켜 보고 가자!)

 

참, 전 회(15회) 주관식 문제 답은 14다.

(문제가 뭔데 답을 얘기하느냐고 묻는 독자는 전 편을 안 읽었거나 건성으로 본 것이다. 아니면 기억력이 떨어진 것이니 휴식이 필요한 상태거나. 전 편을 보러 다녀오기 바란다)

 

이날(6월9일)은 뱁새가 처음으로 골프를 ‘취미가 아닌 그 이상의 어떤 것’으로 삼은 기점이다.

그 무렵 가뜩이나 머리 복잡하고 가슴 아픈 일이 많았던 뱁새는 그 날부터 골프에 몰입한다.

채를 잡은 지 1년이 못 돼서 싱글을 기록하고 2년이 조금 지나 첫 언더파를 친 그지만

이날 이전과 이후는 골프를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밖에.

 

(테스트는 한 달 뒤이지만 타임머신을 탄 우리는 다이얼을 살짝 돌리는 것만으로 여러 날을 뛰어 넘어 바로 현장으로 가 볼 수 있다)

야호!

 

(그 이듬해 KPGA 프로 테스트 첫 홀 프린지에서 홀을 향해 굴러가던 그 볼은 어떻게 되었냐고? 곧 알게 될 것이다. 혹시 조급한 분들은 뱁새와 직접 통화를?)

 

타임머신 다이얼은 2014년 7월1일에 맞춰진다.

@#$%^%&*

@#$%^%&*=?

(애독자는 ‘?’가 뭔지 쉽게 답할 수 있다. 모르시는 분들은 제발 좋은 일에 전편을 읽고 오세요)

 

충남 공주시 프린세스CC 마지막 홀에 서 있는 뱁새 가슴이 얼마나 빨리 뛰고 숨은 가쁜지

라운드를 한 것이 아니라 달리기를 한 것인가 하고 의심할 정도다.

18번 홀은 짧고 유난히 좁은 파4로 왼쪽은 해저드 오른쪽은 OB다.

 

현재 뱁새 스코어는 3오버파.

이 홀에서 참사를 겪지만 않는다면 USGTF 프로 테스트 실기에 합격할 수 있다.

(실기를 통과하고도 4일짜리 이론 교육 및 시험을 또 통과해야 티칭 프로 자격을 준다)

OB를 두 방 연거푸 낸다면 여태 잘 해온 것이 소용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

뱁새는 평생 처음으로 ‘시험으로써 골프’를 치르느라 진이 다 빠지고 있다.

 

‘붙고 싶다’는 욕심은 ‘붙으려면 몇 타를 쳐야 하는가’ 따위로만 생각을 몰고 갈 뿐

'일관된 샷을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프리 루틴이나 셋업을 점검하는 쪽'에는 마음이 닿지 못하게 만든다.

마지막 티 샷을 앞두고 뱁새 생각은 딱 한 가지뿐이다.

‘죽어도 왼쪽 해저드 쪽으로 죽어야 한다’는 것.

 

뱁새는 3우드를 잡았고 그의 바람(?)대로 볼은 왼쪽 해저드로 날아간다.

실수를 한 직후에 뱁새가 흔히 내지르는 '으악' 하는 비명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적당한 드롭 지점을 찾고서도 혹시나 오소 플레이(잘못된 자리에 볼을 드롭하고 치면 2벌타를 받을 뿐 아니라 다시 쳐야 한다. 시정하지 않고 어물쩡 넘어가다 다음 홀 티샷을 해버린 이후에 걸리거나 마지막 홀 그린을 떠난 뒤에 적발되면 실격이다. 아마추어인 뱁새가 이런 룰까지 아는 걸 보면 범상치 않다!)가 될까 봐 캐디를 통해 경기위원에게 재확인하는 뱁새가 가상하다.

 

해저드 벌타를 하나 받고 언덕을 넘어 보이지 않는 핀까지 110미터 남짓한 곳에서 치는 세 번째 샷을 앞두고 뱁새 손이 가느다랗게 떨린다.

‘해저드에 빠지긴 했지만 이번에 올려서 투 펏으로 마무리 하면 합격’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뱁새가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하고도 평정심을 찾을 수 없는 듯 서둘러 볼에 셋업하는 것이 아슬아슬 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뱁새의 피칭 웨지 샷은 힘이 얼마나 들어 갔는지 가서 보니 볼은 온 그린 하긴 했지만 홀을 20미터쯤 훌쩍 지나쳐 내리막 퍼팅을 남기고 있다.

 

‘합격했다. 쓰리 펏을 해도 77타로 합격이다’라고 뇌까리며 자신을 달래보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어서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고 답을 기다리는 그 짧은 순간과 티칭 프로 테스트 통과를 목전에 두고 퍼팅을 할 때 중 심장박동이 더 빠른 것은 언제일까?

  1. 사랑을 고백할 때

  2. 티칭 프로 테스트 합격을 가를 퍼팅을 할 때

  3. 거의 같다.

  4. 둘 다 별로 안 뛴다


정답은?

 

일단 4번을 고른 사람은 강심장이거나 목석이다.

1번을 고른 사람은 로맨티스트이지만 ‘인생의 참 맛(?)’은 아직 모르는 분들이다.

(애독자 여러분, 혹시 바로 위 한 줄 때문에 뱁새 쫓겨나서 오갈 데 없어지면 후원금 모아서 사글세 방이라도 얻어주세요)

 

뱁새는 어땠을까?

그렇다.

때로는 '속으로는 답을 냈어도 말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뱁새는 떨리는 가슴을 안고도 그 먼 거리 퍼팅을 멋지게 갖다 붙여서 탭인(툭 쳐 넣어서 볼을 홀에 넣는 것이라고 한 번 설명했던가요?)으로 홀 아웃 한다.

최종 스코어는 76타로 40세 이상 합격 기준인 79타는 무조건 넘었고 젊은 사람 기준 점수인 77타도 당당하게 깼다.

그리고 나중에 4일짜리 교육을 받고 USGTF 티칭 프로가 됐다.

(막간을 이용해 뱁새를 조금만 추어올리면 USGTF 이론 교육 때 골프 규칙 시험을 봤는데 50 문제 중 49문제나 맞춘 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누군지는 해당 협회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여러분은 누군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쭐!)

 

KPGA 테스트 얘기를 하다가 느닷없이 USGTF 티칭 프로가 된 얘기를 하느냐고?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타임머신 다이얼을 누가 잘못 돌린 탓이다.

(과연 다음 회 때는 굴러가던 볼의 운명을 들을 수 있을까? 참, 이 자리를 빌어서 턱도 없이 부족한 뱁새에게 꿈을 준 모진렬 프로께 감사드린다. 그가 없었다면 프로 골퍼로서 오늘의 뱁새는 없을 것이다)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e.naver.com/satang1

 

김용준 프로의 미국골프지도자협회(USGTF) 라이센스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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