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자락, 강화도 마니산을 탐하다

입력 2017-09-07 13:43 수정 2017-09-07 13:43

한반도에서 가장 氣가 쎄다는 곳, 강화도 마니산.
주말 맞아 모처럼 찾아 온 아들(사위)에게 '좋은 기운 마니 쐬러 마니산 가자'고 꼬셨습니다. 한치 망설임 없이 입고 온 조종복을 벗어 걸더니 등산용품 수납장을 열어 주섬주섬 챙겼습니다. 기능성셔츠와 바지, 팬티 그리고 신발과 모자까지... 몸에 딱 맞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모양은 갖췄습니다.

사는 곳이 서울 한강의 서쪽이라 마니산까지 차로 40분 남짓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함허동천을 들머리로 하여 정수사갈림길 > 정상 > 참성단 > 삼칠이계단 > 단군로 > 마니산 관광단지로 하산할 것입니다.

 

이른 아침, 함허동천 야영장이 기지개를 켭니다. 텐트 안에서 나온 야영객들은 부시시한 모습으로 찢어지게 하품을 합니다. 그들 모습에서 지난밤의 주석이 어떠했는지 얼추 감이 잡힙니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계곡을 따라 걸었습니다. 마니산과 함허동천의 유래가 적힌 안내판 앞에 이르자,계곡 너럭바위 위로 미끄러지는 계류가 발길을 잡습니다.

 

그 너럭바위에 '涵虛洞天'이 음각되어 있습니다. 조선 초 승려인 '己和'가 마니산 정수사를 중수하고 이곳에 수도했다 하여 그의 당호인 '함허'를 따서 '함허동천'이라 이름이 붙였다고 합니다. 풀이하자면,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긴 곳'이랍니다.
그러나 오늘은 구름이 해를 가렸습니다. 산뜻함은 덜해도 걷기엔 그만인 날씨입니다.

 

고갯마루 갈림길에 올라섰습니다. 세갈래길이지요. 곧장 넘어 400m만 가면 천년고찰 '정수사'입니다. 마니산 동남쪽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신라 선덕여왕 8년(639년)에 회정스님께서 이 일대를 두루 둘러보다가 이곳에 이르러 '불자가 가히 삼매 정수할 곳'으로 필이 딱 꽂혔답니다. 그리하여 이곳에 절을 세워 精修寺라 이름하였다지요. 그후 조선 세종 5년(1423년)에 차의 달인이라는 함허스님이 중창을 하면서 경내에서 솟는 맑고 깨끗한 석간수에 홀딱 반해 절집 이름을 淨水寺로 바꿨다고 합니다.
지금도 茶人들은 정수사를 차의 성지로 여길 만큼 아낀답니다. 정수사를 이야기할 때 또 하나, '대웅보전 꽃살문'을 빼놓을 수 없지요. 통판에 조각하여 화려하게 채색해 놓은 우리나라 유일의 화병이 있는 꽃살문입니다.

몇해 전 정수사를 찾았을 때, 해우소에 들러 속을 비워내고 복장도 여민 다음, 화려하나 담백한 채색의 꽃살문에 빠져 쉬 자리를 뜨지 못했었는데, 오늘은 정수사 꽃살문을 가슴 속에만 담고 곧장 참성단 방향 비탈길로 올라 붙습니다.

 

이내 시야가 확 트이더니 해풍이 살랑댑니다. 비로소 하늘과 바다, 그리고 산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사방 어딜 둘러보아도 그림입니다.

 

아찔한 바위벼랑 위로 낮게 드리운 잿빛 구름이 조화로운 능선 바위턱에 아들은 털썩 주저앉습니다. 애써 힘들지 않은 척 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아들아,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이런 풍경 보기가 쉽지 않으니 오늘 실컷 눈 호강이나 시켜 둬라"
"저요, 이런 풍경 지겨우리만치 맨날 보잖아요"

앗! 그렇습니다. 아들이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하는 '빨간마후라'인 것을 잠시 간과한 것입니다.

 


능선을 따라 정상에 이르는 암릉구간이 결코 만만치가 않습니다. 암릉길에서 굽어본 바다와 섬 그리고 바닷가 마을 풍경은 한 폭 그림이었지요. 산과 바다의 기를 오롯이 충전하기 위해 호흡을 크게 하며 낙타등을 빼닮은 날선 암릉길을 조심조심 걸어 마니산 정상에 닿았습니다.

 

마니산(摩尼山469.4m)
통나무에 산이름을 음각한 정상표시목이 그 어느 산에서 본 어쭙잖은 정상석과 달리 정감이 듭니다. 산꾼들은 기를 모으느라 통나무를 끌어안기도 하고, 정상 바위에 좌정해 뭔가에 몰입해 보기도 하고... 모두들 기 충전이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실제 마니산 정상에서 L-ROD로 기를 측정한 결과, 65회전이 나와 기가 쎈 곳으로 증명되었다고 합니다.

 


참성단에 서서, 걸어온 암릉길을 돌아다 봅니다. 유순한듯 보이지만 등줄기 좌우로 산비탈이 가팔라 신경이 곤두서는 코스입니다. 단군왕검이 천제를 올린 제단, 참성단이 있어 영험스런 神山으로 대접받고 있지요. 氣수련가들은 이곳 마니산을 일러 "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기도, 솟구쳐 오르기도 하는 보기드문 靈山"이라고들 하는데, 글쎄입니다.

 

참성단은 1964년 사적 제136호로, 참성단 내에 있는 수령 200년이 넘은 소사나무는 천연기념물 50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개방으로 인한 훼손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됩니다. 강화도 상공으로 여객기가 시시때때로 지납니다. 단군왕검이 천제를 지낸 聖山 위로 말입니다.

 

참성단에서 내려와 북쪽 능선인 단군로를 따라 걷다보면 삼칠이(372) 계단이 나타납니다. 이 계단을 역으로 오르면 육수 꽤나 쏟아내야 하는 마의 계단으로 통합니다. 마치 더위 먹은 견공처럼 헥헥거리며 오른다 하여 '삼칠이계단'을 '땡칠이계단'이라고들 하지요.

 

단군로를 따라 마니산 국민관광지 주차장으로 하산, 버스를 이용해 차를 놓아 둔 함허동천 주차장으로 원점 회귀 하였습니다.

 


"오늘 애썼다. 뭘 먹지?"
아들은 즉시 강화도 맛집 검색에 들어갔고 그렇게 찾은 곳은 '고기말이'집이었습니다. 맛이 어떻더냐구요? 뭐~ 한번으로 충분했습니다. ㅎ



함허동천 주차장 > 야영장> 정수사 갈림길 > 마니산정상 > 참성단 > 삼칠이계단 > 단군로 > 마니산 관광단지

 

 

 

 

 

 
주말 산에 푹 빠져 사는 트레킹 매니아로서 산행 관련 기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山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월간지(3종:월간 봉제기술/배관기술/플랜트기술)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254명 36%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443명 6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