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와 프로포폴

입력 2013-03-29 19:00 수정 2013-07-03 10:21
‘예쁜 여자’를 말한다(29) 예쁜 여자와 프로포폴




최근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엄중한 소재가 하나 있다. 한때 '우유주사'로 알려졌던 프로포폴이다. 본 칼럼은 이미 작년 8월 '예쁜 여자 살인사건'이라는 칼럼을 통해 프로포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예쁜 여자 살인사건' 읽기)




작년 여름 이후에도 프로포폴과 관련된 사건은 계속 진행되었다. 아니, 심화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우선 10월 중순 연예인 이에이미가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구속돼 11월 집행유예 2월을 선고받았다. 




처벌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었지만 에이미 구속 이후 프로포폴이 연예계에 남긴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를 바꿔 2013년 1월 박시연, 장미인애, 이승연, 현영 등의 여자연예인들이 대거 프로포폴 투약 혐의(향정신성 의약품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 언론사들은 그녀들이 프로포폴을 투약 받은 횟수까지 공개하며 취재에 열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사실 두 가지가 있다. 그리고 이는 예쁜 여자 문제와 직결된다.




첫 번째, 프로포폴 사건에서조차도 예쁜 여자는 '간판'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검찰이 여자 연예인들만을 대상으로 프로포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포폴을 놓아주며 실질적인 마약상을 자임한 것으로 의심되는 의사들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박시연, 이승연, 장미인애, 현영 등의 연예인들이 모두 불구속기소, 약식기소 등으로 처리된 것에 반해 의사들은 구속기소되었다. 그들의 죄질이 훨씬 나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내릴 수 있는 판단인 바, 기소된 의사 중 한 명은 의료사고(과실치사) 혐의로 추가 기소되기도 했다.




프로포폴 문제에 깊게 파고들면 이 문제가 일반적인 마약 문제라기보다는 의료 윤리와 관련된 사안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안의 폭발력은 오직 연예인들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이것은 언제 어느 때라도 시선을 집중받을 수밖에 없는 예쁜 여자(혹은 일반적인 연예인들)의 특징이 다시 한 번 부각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비슷한 잘못, 심지어 덜한 잘못을 해도 예쁜 여자는 더 많은 주목과 더 많은 지탄을 받는다.




부각되지 않는 두 번째 사실은 프로포폴과 관련된 예쁜 여자의 '불안'이다. 지난 3월 25일 박시연, 이승연, 장미인애의 공판 현장에서 있었던 한 변호인의 변론을 들어보자.




"세 사람에 대한 시술은 복합적으로 진행됐다. 카복시 시술의 경우 프로포폴 투약이 필요한 것은 의료계의 정설이다. 이들은 연예인으로서 자신을 관리하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시술을 했을 뿐 의존성은 없었다. (…) 여성 연예인으로서 대중이 원하는 아름다움을 유지하길 원했고, 그 대중을 위해서 프로포폴을 투약하며 카복시 시술을 받은 것이다."




이 변론의 진실성을 어디까지 믿을지는 재판부가 판단할 것이다. 다만 프로포폴 중독 혐의로 문제가 된 사람들의 성별 비중은 압도적으로 여성 쪽이 높다. 유흥업소 종사자, 연예인 지망생, 현역 연예인 등 '예쁜 여자'로 추정할 수 있는 여성들의 비중 또한 대단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우연일까?




프로포폴은 일반적인 마약과는 조금 다르게 '수면'으로서 중독을 유발하는 향정신성 약물이다. 극도의 불안감이나 피로감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불안을 해소해 주는 특효약'으로 처음 알려졌던 게 프로포폴 소동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형국이 뒤틀려 마약문제로까지 연결되는 바람에 우리는 프로포폴과 예쁜 여자의 연관성에 대해 좀 더 면밀히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 되었다. 




프로포폴에 중독된 사람이 전부 예쁜 여자는 아닐 것이다. 예쁜 여자라고 해서 전부 프로포폴에 중독되는 것 또한 아닐 것이다. 궁극적으로 '예쁜 여자'라는 표현 자체가 가치 개입적인 것이기 때문에 단일한 명제로 선포할 수는 없는 문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예쁜 여자와 프로포폴의 연관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한다. 




예쁜 여자는 기본적으로 모두 불안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화려했지만 언제나 혼자였다”
이원우 신간 <예쁜 여자>, 2013년 7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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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에 출생한 자칭 “서른 살의 자유주의자”.
'유니크', '연애의 뒷면' 등 두 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
'미래한국', 'StoryK'를 포함한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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