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뱁새도 했는데 나는 왜 못해! 1

입력 2017-09-06 00:09 수정 2017-09-25 10:43
나도 프로가 될 수 있을까?

골프에 푹 빠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 품어보는 생각이다.

실력이 출중한 사람 중에는 실제로 도전에 나선 이들이 여럿 있다.

골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갈 길이 먼 사람 중에도 프로 골퍼를 꿈꾸는 이가 없지 않다.

(에이! 설마? 너무 나간 것 아니냐고? 진짜다. 나는 만났다. 아직 100파도 못 했으면서도 프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상담하러 온 30대 후반 골퍼를)

 

진짜 가능한 일일까?

30대 혹은 40대에 프로 골퍼가 되는 것이.

혹시 실패한다고 해도 도전할 가치라도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즉답을 바라는 대신 적어도 이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말할 만한 자격(?)을 갖춘 소수에 드는 뱁새의 ‘프로 도전기’를 보기로 하자.

(왜 뱁새가 자격이 있냐고 묻는 사람은 ***가 아니다. 애독자 대접을 받으려면 첫 편부터 읽어오는 것이 좋겠다. 유구무언 필자 소개도 빼먹지 마시기를)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다이얼을 2015년으로 돌린다.

@#$%^%&*

('@#$%^%&*’은 타임머신이 과거로 여행할 때 내는 소리라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여기는 서기 2015년 4월 xx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40여 킬로미터 떨어진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이다.

 

저만큼 멀리 뱁새와 비슷한 인물이 보인다 싶어서 자세히 보니 뱁새 맞다.

1번 파5홀 티잉 그라운드(티 박스 아니라 티잉 그라운드가 맞는 말이라고 이미 말했죠. 이제 다시는 말 안 해 줍니다)에 서 있는 뱁새가 빈 스윙을 몇 차례 하는 데 시원 시원하다.

따~악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뱁새 볼은 클래식 코스(10년쯤 전에는 링크스 코스라고 했다가 중간에 이름을 바꿨단다) 페어웨이에 용케 떨어진다.

왼쪽은 수 백 평도 넘는 벙커가 깊은 러프에 둘러 쌓여 놓여 있고 오른쪽은 OB인데도 뱁새 스윙은 거침이 없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250미터 남짓.

뱁새는 3우드를 꺼내 들었다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카트로 뛰어가 백에 집어 넣고 아이언을 하나 빼온다.

자세히 보니 6번 아이언이다.

끊어 가려나 보다.

 

뱁새의 6번 아이언 샷은 ‘휘이익’ 소리를 내며 하늘을 가르더니 페어웨이에 안착한다.

써드 샷(세번째 샷)을 하러 가는 뱁새의 발걸음이 얼마나 경쾌한 지 체중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홀까지 100미터도 채 남지 않은 볼 앞에 선 뱁새 얼굴이 갑자기 약간 어두워진다.

들여다 보니 뱁새 볼은 깊은 디봇에 빠져 있다.

 

뱁새는 생각한다.

‘디봇에 볼이 있으면 볼을 지나서 새로운 디봇을 낸다는 생각으로 볼부터 정확하게 다운 블로우로 치는 법’이라고.

또 ‘모래나 흙 때문에 저항이 있으니 한 클럽 더 잡는다’는 팁도 떠올린다.

(프로가 된 지금의 뱁새가 봐도 맞는 말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보면 그 때 그 사람의 생각까지도 읽을 수 있다. 신기하죠?)

50도 웨지를 잡아든 뱁새는 볼을 정확하게 내려친다고 치는 데 글쎄 볼을 너무 내리 눌렀는지 볼이 낮게 날아가 깃대 옆에 떨어지더니 한참 굴러서 그린 밖 프린지까지 가버린다.

‘괜찮아. 어프러치를 잘 하면 돼’라고 자신을 다독이는 뱁새에게서 내기 골프로 단련된 관록이 느껴진다.

 

그린 바로 바깥쪽 프린지임을 확인하고 퍼터를 잡은 뱁새.

스무 발짝쯤 되는 퍼팅이라면 프린지에서도 이골이 난 그이기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려는 찰라

‘이 퍼터로는 얼마나 세게 쳐야 할까’라는 생각이 엄습한다.

 

그렇다!

뱁새는 오늘 이 퍼터를 처음 들고 나왔다.

(뱁새가 정신이 있는 새 아니 골퍼냐고 묻는다면 골프에 일가견이 있는 독자다. 왜냐고? 함께 보기로 하자)

 

처음 나가는 KPGA 프로 선발전 지역 예선 전날(그러니까 타임머신 타고 가서 본 그 날 기준으로 하면 어제) 뱁새는 무척 초조했다.

다음날 있을 시합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배어 나오고 자주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다 문득 ‘테스트 때는 퍼팅이 당락을 가른다’는 멘토 김중수 프로(당시 56세)의 말을 떠올리는 뱁새.

TV앞에 깔아 놓은 퍼팅 매트(오우~. 제법 열심히 하는데!)에서 몇 차례 퍼팅 연습을 한다.

그러던 중 거실 피아노 옆 플라스틱 박스에 목을 내놓고 놓여 있는 퍼터 하나가 눈에 들어 온다.

그립은 무척 두껍고 헤드는 손바닥보다도 더 넓은 퍼터다.

(용품 업체의 처절한 노력을 알기에 브랜드와 제품명을 밝히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

바닥에 내려놓기만 해도 저절로 에이밍이 되는 듯한 편안함에 뱁새는 잠시 눈이 커진다.

흔히 일자 퍼터라고 부르는 타입인 조강지퍼터(조강지까지 한자인데 뱁새가 한자로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의 가느다란 그립이 주는 예민함 대신 두툼한 그립이 주는 안정감에 끌린다.

짧은 거리에서는 그냥 겨눈 다음 밀기만 하면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다.

그 퍼터로 한참 더 짧은 퍼팅 연습을 한 뱁새는 끝내 결정을 못하고 일단 둘 다 갖고 가보기로 하고 현관 앞에 나란히 세워 두고 잠이 든다.

(공식 시합 때 클럽은 몇 개까지 갖고 나갈 수 있을까? 요건 주관식!)

 

다음날 아침 퍼터 두 개를 다 챙겨 들고 간 뱁새는 클럽 하우스 앞에서 캐디 백을 내리면서 트렁크에 함께 실은 퍼터 두 개를 꺼내 한 손에는 조강지퍼터를 다른 한 손에는 새 퍼터를 들고 잠시 머뭇거린다.

그러다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는 미래에서 온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바로 그 퍼터로 뱁새가 처음으로 실전에서 20미터 퍼팅을 하는 것이다.

(물론 아침에 연습 그린에서 몇 번 굴려 보긴 했지만)

헤드는 그 전에 쓰던 것보다 무겁고 그립은 한참 두꺼운 새 퍼터(뱁새가 중고로 장만했지만 기존 퍼터와 바꿔 쓰기로 한 것이라는 의미로 새 퍼터라고 하자!)로 평소에 하던 스트로크를 해 낼 수 있을까?

그것도 인생이 걸린 중요한 시합에서 애써 인내해 만든 찬스가 불운을 만나면서 찾아온 그 첫번째 위기에서 말이다.

 

뱁새는 그래도 프리 루틴(뱁새의 경우에 볼을 앞에 두고 조금 떨어져 서서 연습 스트로크를 3번 하고 볼에 어드레스 한 뒤 8초 안에 퍼팅 하는 것이 퍼팅 프리 루틴이다. 왜 8초인지는 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을 따른 뒤 스트로크를 한다.

볼은 홀 쪽으로 반듯이 굴러가는데~

 

 

(해외 출장 다녀오느라고 월요일 마감을 놓쳤다. 우선 인기 칼럼니스트인(?) 필자가 잘린 것이 아니냐는 독자의 걱정을 덜기 위해 여기까지 급히 써서 올린다. 다음 편은 최대한 당겨 볼께요. 미안해요 독자 여러분!)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e.naver.com/satang1

'당신도 프로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외치고 주먹을 불끈 쥔 김용준 프로.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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