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서비스를 만나다(1) _ 고객은 왕이 아니다.

입력 2017-09-05 15:39 수정 2017-09-05 15:39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의 생존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를 ‘이야기를 지어내 말할 줄 아는 능력’, 즉 스토리텔링 능력에서 찾았다. 스토리텔링 능력이 있었기에 ‘신화’를 만들 수 있었고, 신회를 기반으로 부족 단위를 넘어서는 대규모 협력이 가능했다고 본다.

역사의 시작을 생각해보자. 그 곳에는 항상 건국신화가 존재한다. 건국신화는 사람을 통합하고 부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건국신화를 통해 부족 간의 관계가 정의되기도 하며, 부족의 성스러운 장소와 상징들이 기억되고 계승된다. 부족의 영웅들은 신화 속에서 살아 숨 쉬면서 그들의 정신은 스토리의 형식을 띄고 후세에 계승이 된다. 우리 역시 ‘단군신화’를 통해서 한민족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하고 ‘홍익인간’의 가치를 공유한다. 늑대 젓을 먹고 컸다는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로마 건국 신화 역시, 로마의 정체성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다. 스토리가 아닌 팩트만을 가지고 부족의 정체성과 가치를 전달하려고 했다면, 가능했을까? 스토리 없이 팩트만을 전달하고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스토리 중에서 가장 잘 기억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자신이 경험한 스토리일 것 이다. 다른 사람들의 스토리보다 자신의 스토리를 더욱 생생하게 기억한다. 공유된 스토리가 아닌 경험한 스토리에는 나의 감정이 더해지며 더욱 생생한 기억으로 남는다. 남에게 들으면 머리에 기억이 되고, 내가 경험한 것은 마음으로 기억되는 셈이다.

어린 시절, 유난히 좋아하거나 싫어했던 선생님에 대한 기억, 유난히 친했던 짝궁, 부모님과의 추억, 대부분이 단편적인 팩트로 기억되지 않고 스토리와 함께 감정이 함께 기억이 된다. 스토리를 통해서 장소와 사람, 사건과 감정이 서로 연결된다. 결국 스토리를 통해서 기억한다는 것은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진 감정에 따라 사실들이 편집되는 셈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프랑스의 작가 크리스티앙 살몽은 스토리텔링을 이야기를 만들어 정신을 포맷하는 장치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스토리텔링은 스토리를 만들어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과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스토리텔링을 고객서비스에 적용한다면, 단순히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을 넘어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야 한다. 서비스는 스토리텔링에서 활용되는 ‘영웅의 귀환’과 구조적인 유사성이 있다. 이 유사성을 생각한다면 고객을 주인공으로 하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미국의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동서고금의 신화들을 연구하면서 공통된 플롯을 발견한다. 비범한 탄생의 비밀을 가진 주인공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에서 자신을 돕는 조력자를 만나고 조력자의 도움으로 성장을 한다. 조력자의 도움을 받은 주인공은 장애요소(갈등, 악당 등)를 극복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치(공동체의 평화 혹은 행복 등)를 가지고 온다. ‘영웅의 여정’이라고 불리는 이 플롯은 신화뿐만 아니라 현대의 영화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대부분 영웅의 여정 플롯이 사용된다. 배트맨,슈퍼맨, 어벤져스, 반지의 제왕 등 수 많은 영화의 플롯으로 사용되었다. 장소와 시대를 구분하지 않고 발견되고, 현재까지도 자주 사용된다는 것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선호하는 이야기 구조이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에서의 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영웅의 여정’은 서비스에서 ‘고객의 여정’과 거의 흡사하다. 영웅이 가지고 있는 결핍의 상태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 고객이 느끼는 결핍의 상태와 흡사하다. 고객들이 느끼는 결핍의 유형은 조금씩 다르다. 필요(Needs)의 결핍일 수도 있고, 욕망(Wants)의 결핍을 수도 있다.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해 가까운 식당에 갈 수도 있고, 단순한 배고픔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해 유명 맛집을 찾아갈 수 있다. 나에게 결핍된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사서 입을 수 있다. 나에게 결핍된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 유형이 무엇이든지, 고객은 결핍을 해소시켜주는 조력자(서비스 접점의 직원)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서 결핍의 상태를 해소한 후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결국 이 플롯에서 ‘조력자’와 가치‘가 중요하다. 즉, 영웅이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의 해결과 주인공의 성장은 조력자를 통해 이루어진다. 또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귀환을 할 때에는 그냥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환원시킨다.

(출처 : 탐스 홈페이지)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설립한 신발 브랜드 ‘탐스(Toms)’의 특징은 ‘one for one'이다. 신발을 한 켤레 사면, 신발이 필요한 제 3세계에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한다. ’one for one'이라고 표현되었지만, ‘가난한 이들을 돕는다’는 것이 이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가치인 셈이다. 신발로 시작된 이들의 사업은 점차 확장되어서 안경도 판매를 한다. 그들의 처음 지향했던 바와 같이 안경을 사면, 사람들의 시력을 회복시켜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 탐스의 기업스토리에서 고객은 주인공이 된다. 주인공들은 어려운 이들을 돕는다는 가치에는 적극적으로 동참하지만, 혼자서는 이 가치를 실현하기 어렵다. 이때, 탐스의 직원들이 고객을 돕는다. 탐스 제품에 담긴 가치와 의미를 설명해줌으로서, 나의 구매를 통해 결핍을 해소하고, 사회를 이롭게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직원 스스로도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탐스와 탐스의 직원들은 주인공인 고객들이 소비를 통해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이자 스승인 셈이다.

서비스에서 스토리텔링을 활용한다면, 회사가 가치가 서비스를 통해 구현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즉, 서비스의 목적을 고객만족이 아닌 회사와 직원이 지향하는 가치의 실현으로 삼는 것이다. 가치의 전달 단계에서 고객은 왕으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몸으로 경험하고, 사회에 퍼뜨리는 주인공이다. 직원들은 왕 앞의 신하가 아니라, 주인공이 성장하고 가치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혹은 스승의 역할을 한다. 고객이 스토리텔링의 청자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 속에서 존재함으로서 스토리를 체화하고 전파하는 것을 최종적인 목표로 한다.

고객에게 기억에 남는 서비스 스토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직원을 고객에게 충성해야 하는 ‘을’이 아니라, 가치를 제공하는 수평적인 ‘조력자’로 대우해야 한다. 조직 내에서 존중받는 직원들이 고객과도 존중받는 관계, 수평적인 조력자 관계를 만들 수가 있다.

 

정도성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최고의 서비스 기업은 어떻게 가치를 전달하는가 저자
현) 멀티캠퍼스 전임강사
전) 삼성생명 고객지원팀 / 법인지원팀
변호사, 아나운서 등 6인의 각분야 전문가들이 생활속에서 유용한 팁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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