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고사성어] 곡학아세(曲學阿世)-뜻을 굽혀 시세를 좇지 마라

입력 2017-08-29 14:51 수정 2017-08-29 17:09
민낯은 위기에서, 이익 앞에서 드러난다. 인간은 포장술이 뛰어나다. 양처럼 온순한 척하다가도 먹잇감이 눈에 띄면 늑대로 돌변해 낚아챈다. 대나무처럼 꼿꼿한 듯한 사람도 이익 쪽으로 허리를 굽힌다. 모두를 한 부류로 묶는 건 분명 오류다. 하지만 뜻을 굽혀 이익에 아첨하는 자들이 세상에 넘쳐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당신이 이익이란 시험대를 통과하지 않았다면 ‘내가 누구’라고 쉽게 장담하지 마라.

한나라 6대 황제에 즉위한 경제는 어진 선비를 널리 구했다. 산동에 원고생이라는 선비가 있었는데 성품이 강직하고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 경제가 그를 불러 박사(博士) 벼슬을 주었다. 나이가 90이나 되는 고령인데다 직언을 잘하는 원고생은 다른 신하들에게 ‘눈엣가시’였다. 신하들이 경제에게 거듭 간했다. “원고생은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 폐하를 괴롭게 할 사람입니다. 그의 등용은 불필요한 걱정거리를 만드는 것이오니 부디 거둬주시옵소서.” 경제는 쏟아지는 ‘중상모략형 상소’를 모두 물리쳤다.

병으로 사퇴한 그를 7대 황제 무제가 다시 불렀다. 당시 함께 등용된 공손흥이라는 젊은 선비가 있었는데 그 역시 원고생을 시골 늙은이쯤으로 깔보고 무시했다. 원고생은 그의 이런 태도를 나무라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학문의 바른길이 어지러워져 잡된 것들이 유행하고 있네. 이대로 두면 학문이 본래의 모습을 잃고 말걸세. 자네는 젊은 데다 학문을 좋아한다는 말도 들었네. 부디 올바른 학문을 닦아 세상에 널리 알려주게. 결코 ‘배운 것을 굽혀 세상에 아부하는(曲學阿世)’ 일이 없기를 바라네.”

공손흥은 자신의 무례함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했다. 또 원고생의 제자가 되어 훗날 황제가 신임하는 신하가 되었다. 인품만한 스승이 없음을 보여주는 고사다. ≪사기≫ 유림전에 나오는 얘기다.

곡학아세(曲學阿世), 배운 것(뜻)을 굽혀서 세속에 아부한다는 의미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바꾸면서까지 세상과 타협하고 권력에 굴복하는 태도를 비유한다. 지식이나 학문으로 권세나 시세에 아첨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가르침과 어긋난 어용학자의 처세를 비꼬는 말로 흔히 쓰인다.

겉모습은 자주 속인다. 니체는 “겸손은 있는 자의 오만이거나 없는 자의 굴욕 둘 중 하나”라고 했다. 겉은 비슷해도 속내는 다르다. 참 당신은 바로 그 ‘속내’다. 뜻을 굽혀서 까지 이리저리 시세를 좇지 마라. 시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게 진짜 소신이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한국경제신문 기자, 한국경제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청소년 경제논술신문 생글생글 커버스토리 집필,
한국경제TV '오늘 한국경제' 진행, 한국직업방송 '신동열의 취업문을 여는 경제상식' 출연.
KBS라디오 '세상의 모든 지식' 출연.
저서:굿바이 논리야, 내 인생 10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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