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뱁새 살아있는 전설을 만나다 9

입력 2017-08-30 17:32 수정 2017-09-25 10:43
클럽 하우스 식당에 들어가 예약한 자리를 찾은 뱁새는 재킷을 옷걸이에 걸어 두고 일행을 기다린다. (라운드 끝나고 최대한 빨리 씻고 나오는 것도 매너다. 그렇다고 뱁새가 대충 씻는다고 오해하면 안 돼요!)

조금 지나 전설과 황새 부친 그리고 다른 동반자가 차례로 들어온다.

 

전설이 메뉴를 펼치는 데 ‘설마 이번에도 양보다는 질이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뱁새를 잠시 휘감는다.

다행히 역력한 뱁새의 주린 빛을 읽었는지 양지와 차돌박이가 들어간 보양탕(절대 다른 육류가 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을 시킨다.

“고기 좀 넉넉하게 1인 분 추가해 달라”는 동반자 부탁에 뱁새 귀가 번쩍 뜨인다.

 

300cc 생맥주도 한 잔씩 시키는데 술을 안 마시는 뱁새도 거절은 못하고(어느 안전이라고 입맛대로 다 하랴) 입에 대는 시늉만 하기로 한다.

(술도 안 마시고 기자 생활은 어떻게 했을까?)

나중에 보니 전설도 아버지 황새도 목만 축일 뿐 채 반도 마시지 않는다.

 

오늘따라 뱁새가 유난히 말 수가 적고 조신하다.

묻는 말에 답하는 것 외에는 먼저 나서는 경우가 없다.

(이래서 사람은 오래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식탁 옆에 조리용 테이블을 하나가 놓이더니 거기서 탕을 한 접시씩 떠준다.

야채 먼저 집어서 소스를 조금 찍어 음미하는 동반자들.

뱁새는 고기부터 한(큰) 젓가락 집더니 소스를 듬뿍 찍어 입에 넣고 씹는 둥 마는 둥 하고 삼키기를 두어 번 반복하는 데 눈깜짝할 새에 접시에는 야채만 남는다.

“여기 김프로님 고기 좀 많이 떠 드려”라는 황새 부친의 말에서 역시 한참 먹을 때인 자식(최천호 프로는 스물 일곱살이다)을 키우는 부성애가 느껴진다.

서너 접시 째 비우고 나서야 ‘앗차’ 싶은지 젓가락 속도를 늦추긴 하지만 여전히 꾸준히 먹는 뱁새.

‘위가 느끼는 포만감이 뇌에 전달되기 전인 20분 이내에 빨리 먹어야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어릴 적 들은 말을 여전히 신봉하는 그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반대로 천천히 먹어야 한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분석이다)

‘의식이 족해야 예의를 차린다’고 했던가?

후식으로 나온 과일까지 뚝딱하고 해치우고 매실차를 상에 받고서야 뱁새는 여기가 어딘지 자신이 누구랑 있는 지 분간이 된다.

 

일행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듣고만 있던 뱁새가 드디어 입을 뗀다

“선배님, 저는 어떻게 하면 골프를 잘 칠 수 있을까요”

(물론 선배는 전설을 일컬은 것이다)

전설이 잠깐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답을 한다

“조금만 부드럽게 치면 좋을 것 같다”고

너무 짧은 답이라고 생각했는지 전설은 말을 더 내준다.

“그렇게 강하게 치면 토너먼트에서는 순간적인 실수로 승부를 놓칠 수가 있다”라고.

옆에서 아버지 황새 최병복 프로가 거든다.

“김프로는 꼭 20대 선수들이 치듯이 하데”

‘최근에 2부 투어에서 젊은 선수들의 파워 스윙을 자꾸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배웠나’라고 뱁새는 생각한다.

나중 일이지만 뱁새는 전설의 이 말을 귀담아 듣고 부드러운 스윙을 계속 연습 중이긴 한데 여전히 거칠어서 며칠 전에 나간 대회에서도 그 넓은 페어웨이를 두고 해저드에 몇 방 보내고 짐 싸서 올라왔다.

 

여기까지 읽으면서도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채지 못했다면 애독자 인증 실패.

그렇지.

당연히 18번 홀에서 어찌 됐는지를 물어 봐야지

 

이 대목은 녹화 화면이 없는 관계로 뱁새의 기억에 의존하기로 한다.

“뱁새 나오세요”

“네, 뱁샙니다’

“그래 18번홀에서는 2온을 했나요?”

“흐흐흐. 네, 투온을 하기는 했지만 핀 쪽으로는 못 하고요. 안전한 그린 왼편으로 했습니다”

“핀쪽으로 쏘는 것은 무리라고 보신 거군요”

“네, 제 실력으로 하이브리드로 정확하게 190미터에 떨어뜨려서 세울 수는 없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그린 왼쪽을 보고 풀 스윙을 했는데 온 되긴 됐습니다”

“그럼 이글 찬스가 온건가요”

“아니요. 이글 찬스라기 보다는 스리 펏 위기였지요. 혹시나 볼이 밀려도 해저드를 넘어서 그린에 떨어지게 하려고 있는 힘껏 쳤더니 올라가긴 올라갔는데 거의 그린 뒤쪽 끝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됐나요”

“최상호 프로님이 먼저 어프러치를 하셨는데 홀 가까이에 붙여서 쉽게 버디를 잡았습니다. 저는 스무 발짝도 넘는 내리막 사이드 브레이크 펏이라 만만치 않았지요”

“버디를 못하셨나보군요”

“이미 승부가 기운 터라 대충 치자는 생각이 잠시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저 역시 명색이 프로니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왔다 갔다 하면서 브레이크를 열심히 살폈습니다. 특히 홀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면서 머리 속으로 볼이 어떻게 굴러오면 좋겠다 하고 상상을 해봤지요. 그리고 확신을 갖고 퍼팅을 했습니다. 첫 번째 퍼팅은 먼 거리 내리막을 본대로 잘 굴러서 핀 2미터 남짓한 거리의 오르막 퍼팅을 남겼습니다. 만만치 않은 거리긴 하지만 오늘 퍼팅감이 좋았기 때문에 들어갈 것이라고 확신을 하고 스트로크 했습니다”

‘그래서 버디가 됐나요”

“네, 저도 버디를 했습니다”

최종 스코어는 ‘뱁새 살아있는 전설을 만나다’ 제 1회부터 지금까지 다시 읽어보면서 세어 보라고 하는 것은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밝힌다.

전설이 70타 뱁새는 73타를 기록했다.

동반자 레슨까지 하면서도 전설은 후반에만 4언더파를 기록하며 역전을 했고

뱁새는 제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수 없이 많은 위기를 자초했다.

만화 같은 행운과 그림 같은 퍼팅으로 겨우 겨우 파 세이브 한 홀이 얼마나 많았는지 독자도 알 것이다.

후반에 더블을 한 개 기록했지만 버디 두 방으로 겨우 막으며 후반 스코어는 이븐파.

일찍 와서 어프러치와 퍼팅을 연습해 날을 새워 놓지 않았다면 '에헐질 번 하괴라'.

(옛 시조 ‘두터비 파리를 물고’에서 따 와 봤다)

 

그렇게 전설과의 첫 만남은 긴 여운을 남기고 끝이 났다.

집으로 돌아온 뱁새가 한숨 돌리지도 않고 간 곳은 어디였을까?

 

  1. 드라이빙 레인지

  2. 부모님 댁

  3. 백화점

  4. 정형외과


정답은?

4번 고르신 분들은 뱁새를 너무 약골로 본 것이다. 여간 해선 병원에 안 간다.

3번 고르신 분은 여전히 뱁새를 예의 바른 캐릭터로 본 것.

(한 수 배운 전설에게 보낼 선물을 사러 갔다고요?)

2번 고르신 분들은 누구시죠? 저번에도 그러더니.

 

그렇다.

뱁새는 바로 드라이빙 레인지로 갔다.

뭣 하러 갔겠는가?

부드럽게 스윙하는 것을 연습하려고 갔지.

이래서 뱁새가 독학으로 프로가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실컷 혼 나고도 꼭 제 자랑하고 끝내더라! 베트남 호치민에서 바쁘게 돌아다니다 쓰는 글이라 조금 짧아도 이해해 주세요! 사랑해요. 애독자 여러분)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é.nave.com/satang1

 

 

소속사 엑스페론 골프볼의 장점을 열 올려 설명하고 있는 김용준 프로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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