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뱁새 살아있는 전설을 만나다 8

입력 2017-08-27 21:41 수정 2017-09-25 10:43
이어지는 12번 홀은 363야드짜리 파4다.

전설은 가벼운 드라이버 샷으로 또 페어웨이를 키핑(티샷을 페어웨이에 무사히 보내는 것)한다.

뱁새는 이 짧은 홀에서 드라이버를 잡는다.

힘차게 휘두르자 ‘따악’하는 소리가 나면서 볼은 푸시 스트레이트 구질(밀렸지만 그나마 그 방향으로 반듯이 날아가는 샷)로 날아가는 데 볼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해저드인가요”

뱁새가 캐디를 돌아보는 데 막상 “괜찮을 것 같다”는 답은 전설 쪽에서 나온다.

‘도대체 코스를 어디까지 꿰고 계신 거야?’라고 얄미워 하면서도 전설의 말이 제발 맞기를 바라며 볼을 찾아 나서는 뱁새.

(현재 누가 몇 타 앞서고 있는지 모른다면 새 독자일 공산이 크다. 전 편까지 꼭 읽고 오기 바란다. 이미 봤는데도 기억이 안 난다면 과중한 업무로 기억력 떨어진 것일 수도 있으니 휴식이 필요하다)

 

해저드에 빠졌을 때를 대비해 엑스페론(Xperon) 4피스 볼 하나를 캐디 백에서 꺼낸 뱁새는 “볼 한 개 갖고 갑니다”라고 제법 큰 소리로 동반자에게 알린다.

혹시나 오해(?) 소지가 있을까 봐 그러는 것으로 뱁새에게 배울만한 드문 몇 가지 중 하나다.

(독자 여러분 알까기 하시면 절대 안 돼요!)

 

평소에 선행을 많이 한 덕분인지 갖고 간 새 볼은 필요가 없게 된다.

(글쎄다. 아마추어 친구들 지갑을 털어놓고도 개평 한 푼 안 주고 다 챙겨서 원성이 자자하던데)

 

볼이 얼마나 멀리 날아왔는지 크리크(작은 개울) 직전 러프에 놓여 웨지로도 충분한 거리다.

“여기 있어요”라고 멀리 있는 동반자에게 들리도록 외치고도 바로 볼 쪽으로 몸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참외 밭에서는 신발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조상의 슬기를 배운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러프에 있는 볼도 확인할 때는 동반자에게 알리고 감시할 기회를 주는 것이 먼저라고 전에도 얘기했다)

 

페어웨이 좌측에서 대각선으로 친 전설의 세컨 샷은 핀 우측까지 제법 멀리 굴러간다.

이 때 뱁새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이 보이는데 우리는 이런 것을 ‘회심의 미소’라고 부른다.

그러나 맘씨를 곱게 써야지!

뱁새 웨지 샷은 또 핀을 예닐곱 발짝이나 지나친다.

(아무리 러프에서 친다고 웨지 샷이 그렇게 많이 지나가냐)

 

뱁새가 고개를 좌우로 갸웃 거리며 걸어가는 모양이 아무래도 뒤춤(뒷춤은 틀린 말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온다)에 찬 거리측정기를 의심하는 것 같다.

꼭 실력 없는 것들이 남 탓을 한다.

(혹시 거리측정기 업체에 누가 될까 봐 브랜드는 공개할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 어차피 실력도 뛰어나지 않은 뱁새가 선전해 봤자 역효과다. 그럼, 엑스페론 볼은 어쩌지?)

 

전설이 열 발짝쯤 되는 사이드 브레이크(흔히 옆 라이라고 하는 데 잘못 된 표현이다. 옆 경사 혹은 사이드 브레이크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에서 퍼팅을 하는 데 볼이 딱 필요한 만큼 구르더니 홀에 떨어진다.

버디.

 

“나이스 버디”라고 외치지만 선방을 맞고 뒷목이 뻐근한 뱁새는 파라도 지키자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내리막을 따라 볼을 굴려 보내기로 한다.

스트로크를 하기 직전에 ‘그래도 홀을 살짝 지나쳐서 다음 퍼팅은 오르막을 남기겠다’는 생각을 잠깐 한 것이 기특하기는 뭣이 기특해!

볼은 너무 빠르게 굴러서 이대로 가면 망하게 생긴 찰라에 볼이 뒷벽을 맞고 홀로 떨어진다.

완전 재수다.

버디.

머쓱해 하며 볼을 집어 올리고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숨을 크게 들이 마신다.

 

13번 파4홀은 둘 다 파.

뱁새도 투 온 투 펏(샷 두 번으로 그린에 볼을 올린 뒤에 퍼팅을 두 번 해서 홀을 마친 것)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한 것 같지만 진실은 다르다.

 

뱁새의 아이언 샷은 홀을 한 참 지나쳐 만만치 않은 내리막 퍼팅을 남겼다.

여기서 뱁새가 첫번째 퍼팅으로 겨우 홀에 붙여 위기를 모면한 것이다.

 

(유난히 뱁새 아이언 샷은 핀을 오버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최병복 프로가 한 얘기로는 전설과 치는 ‘보통’ 골퍼는 십중팔구 힘이 바싹 들어간다고 한다. 뱁새 수준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뱁새가 이번 급한 내리막 퍼팅을 할 때 취한 자세가 유별나다.

그립을 무지 많이 내려 잡은(결국 짧게 잡은) 것처럼 보인다.

 

뱁새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자.

 

“뱁새 나오세요”

“네, 뱁샙니다”

“좀 전에 퍼터 그립을 짧게 잡는 것 같은데 맞는지요”

“네, 그렇습니다”

“왜 그렇게 하시는지요”

“급경사 내리막 퍼팅을 할 때는 볼을 조심해서 흘려 보내야 하는데요. 이럴 때는 퍼터 그립을 내려 잡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조금 전처럼 아주 심한 내리막에서 저는 거의 퍼터 샤프트 부분에 손이 닿을 정도까지 내려 잡기도 합니다”

“다른 교습가들은 흔히 퍼터 토우(퍼터 끝 부분)로 치라고 가르치는 데 뱁새님은 좀 다르시네요”

“네, 그것도 한가지 방법이긴 합니다. 그러나 퍼터 토우로 치면 볼이 반듯이 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퍼터를 짧게 잡으면 볼을 달래면서도 직진 스트로크를 할 수 있습니다”

“그거 진짜 맞는 얘깁니까”

“네? 이것은 제가 개발한 이론이 아니고 미국 교습가 데이브 펠츠(Dave Pelz) 선생이 쓴 책에 나오는 얘깁니다”

(어쩐지. 혹시나 순수 독학으로 깨달은 건 줄 알았네)

“그럼 뱁새께서는 데이브 펠츠 선생이 쓴 책을 영어로 읽어봤다는 얘기네요”

“@#$%^&...”

(@#$%^&…은 한자로 묵묵부답으로 번역한다)

뱁새 둥지 책장에 퍼팅 바이블(Putting Bible)이란 책 영어본이 있다는 사실이 그가 그 책을 영어로 읽었다는 증거가 되기엔 부족한 것은 바로 옆에 번역본도 함께 꽂혀 있기 때문이다.

(둘 중 어느 책에 손때가 많이 묻었는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14번 366야드짜리 파4 홀에서도 전설의 드라이버 샷은 흐트러짐이 없다.

뱁새는 페어웨이 우측 110야드 지점에 자리 잡은 벙커를 감지하고 3우드를 잡고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선다.

조금 더 남기더라도 안전하게 페어웨이를 지키겠다는 멋진 전략인데 어디 실력도 없이 실행 가능한 전략이 있는가?

3우드를 잡고 연습 스윙을 하더니 뭣에 씐 듯 무지막지하게 휘두르는 뱁새.

기껏 세운 전략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볼은 왼쪽 소나무에 맞고 튕기는 데 하늘에서도 잔디에서도 뱁새 볼의 움직임을 느낄 수가 없다.

‘잠정구를 치고 나가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데 “왼쪽은 해저드니까 가서 찾아보자”는 캐디 말에 못이기는 척 하고 바닥에 떨어진 티를 주워 들고 후다닥 카트에 오른다.

 

소나무가 촘촘히 심어지거나 러프가 지독하게 깊은 것도 아닌 데 뱁새 볼이 한 참을 찾아도 보이지가 않는다.

어디로 간지로 정확히 모르는 데 어디를 기점으로 해저드 처리를 해야 하나 하고 뱁새가 눈치를 보고 있는 데 캐디가 건너편 홀 페어웨이에 임자 없는 볼을 보고는 “혹시 저 볼 아닌가요”라고 말한다.

유난히 잰 걸음으로 뛰어가 엑스페론 볼임을 확인한 뱁새 눈이 커진다.

(명품 볼이지만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뱁새 볼인 것이 거의 확실하다)

옆 홀 티잉 그라운드에 팀이 나타나기 전에 서둘러 샷을 하려는 순간 “그 쪽은 로컬 룰로 무조건 해저드 처리를 해야 한다”는 캐디 말에 마지 못해 볼을 집어 올리고 제 홀로 돌아오는 뱁새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한 타 먹고 적당한 자리에 드롭을 하고(그래도 나무에 안 가리게 요령껏 드롭 하면서 뻘쭘해 하는 것이 다 보인다) 샷을 하는데 그린을 약간 지나친다.

남의 샷은 볼 새도 없는데 그린에 올라가 보니 전설의 볼은 대여섯 걸음에 붙었다.

 

뱁새가 54도 웨지를 들고 홀에 집어넣을 태세로 어프러치를 한다.

볼이 홀 쪽으로 매섭게 굴러갈 때 “어!” 하고 일행 중 누군가 외치지만 볼이 홀을 스치듯 지나치자 뱁새가 미간을 찌푸리며 주저앉다시피 한다.

전설이 가볍게 투 퍼팅으로 파.

‘왜 3우드를 잡고 그렇게 강하게 샷을 한 거야’라는 후회와

‘이 퍼팅을 넣어야 그나마 보기로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교차한다.

머리가 복잡하면 동작이 매끄럽지 못한 법.

뱁새는 짧은 퍼팅을 놓치며 더블 보기를 기록하고 만다.

 

3타 차.

 

어지간한 상대라면 네 홀이나 남았으니 혹시나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를 일.

그러나 상대가 상대인 만큼 승부를 뒤집으려면 기적이 필요하다는 것을 뱁새는 잘 알고 있다.

힘 자랑하다 폭망한 뱁새가 기적을 바라려면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부드러운 샷을 되찾아야 할 터.

그런데 고약한 성미가 어디 가겠는가?

 

15번 홀 파3 둘 다 파.

16번 홀 파4 둘 다 파.

17번 홀 긴 파3 둘 다 파.

어찌어찌 하며 파는 해오고 있지만 뱁새 샷은 거칠다 못해 난폭하다.

 

마지막 홀 522야드짜리 파5홀에는 맞바람이 살살 불고 있다.

 

뒤에 서서 기다리는 동안 심호흡을 연거푸 하고 이를 단단히 무는 뱁새 앞에서 전설은 임팩트 존에서 폭발한다는 느낌을 주는 드라이버 샷을 날린다.

환갑을 훌쩍 넘긴 선수에게 기대하지 못한 강력한 힘에 뱁새는 눈이 동그래지고 입이 벌어진다.

 

제 순서가 되자 겨우 정신을 차린 뱁새.

셋업을 하는 데 스탠스가 여느 때보다 넓은 것이 몸에 힘이 바싹 들어갔다는 증거다.

‘짧은 파5홀이라도 티샷을 할 때부터 투온을 염두에 두고 힘을 잔뜩 줘서는 안 된다’는 지론은 어디 두고 무지막지하게 휘두르는 데 이것이 얻어걸린다.

카트가 230~240미터 남짓 남은 전설의 볼 옆을 지나가도 제 볼이 보이지않자 뱁새는 ‘분명의 잘 갔는데’라고 뇌까리며 마른 침을 삼킨다.

그러나 곧 걱정은 환희로 바뀐다.

전설 볼과 말뚝 한 개(보통 50야드 혹은 50미터마다 하나씩 꽂는다) 차이를 내며 저만치 멀리 가 있는 뱁새의 볼.

어마어마하게 날아온 것이다.

 

핀은 그린 오른쪽 3분의2를 가로막은 해저드를 지나 그린 한가운데 꽂혀 있다.

뱁새 볼은 남은 거리가 190미터 정도.

 

‘투 온 시켜서 이글을 하고 혹시 최 프로님이 물에 빠뜨려서 보기라도 하면 동타 아닌가’라는 데까지 순식간에 생각이 미치는 것으로 봐 셈 하나는 똑 소리 난다.

(아이고! 자랑이다. 그래)

 

전설은 우드를 들고 그린 왼쪽보다 더 왼쪽을 노리는 낌새다.

부드러운 샷이 그린 왼쪽 앞 적당한 자리에 떨어지는 데 약간 밀렸어도 해저드에는 빠지지 않았을 거리만큼 나간 것이다.

 

‘핀을 바로 보고 쏴서 마지막 승부를 걸어볼 것인가?’

아니면 ‘그린 왼편에 갖다 놓고 다음을 기약할 것이냐’

뱁새 머리 속이 바쁘다.

핀을 노리다 실패하면 당연히 ‘퐁당’이다.

 

뱁새 손에는 24도 하이브리드가 들려 있다.

풀 스윙을 하면 딱 190미터 나가는 클럽이다.

연습 스윙을 두 번 하고 볼에 어드레스 하는 뱁새.

손은 막 시작할 때만 쓰고 어깨를 끝까지 돌린다는 느낌으로 백스윙을 한다.

그리고 호쾌하게 클럽을 뿌리는 데...

 

(해외 출장 갈 예정이라 혹시 다음 회가 늦어질 지 몰라서 길게 썼어요.다음 회에서 만나요)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é.naver.com/satang1

 

 

심한 내리막 퍼팅을 할 때는 퍼터를 내려잡으라는 조언이 들어 있는 '퍼팅 파이블'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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