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뱁새 살아있는 전설을 만나다 7

입력 2017-08-23 16:28 수정 2017-09-25 10:43
자존심만 센(실력은 없으면서라는 문구가 생략되었나?) 뱁새도 실패에서 뭔가를 배우기는 배울까?

그래도 사람이니까 그러겠지?

(새라서 확실하지 않다고요? 이것 보세요. 까치도 더 이상 허수아비 안 무서워합니다!)

다만 늘 뒤늦게 깨달음을 얻는 것이 문제지만.

 

직전 홀에서 낭패를 겨우 면한 뱁새가 이번 홀부터는 작전을 바꾸는지 눈 여겨 볼 일이다.

(전 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독자를 위해 간략하게 브리핑 하고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애독자라면 이미 알고 있다. 전 편을 꼭 읽고 와야 한다는 것을)

 

이어지는 11번 파4홀.

길지 않은 홀이지만 페어웨이가 약간 좁은데다 뱁새 드라이버가 떨어질만한 자리에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전설은 (뱁새가 보기에는) 뜻밖에 드라이브를 잡고 호쾌하게 휘두른다.

볼은 보란듯이 페어웨이 한 가운데 안착한다.

 

뱁새가 하이브리드를 꺼내 든 것이 더 뜻밖이지 않은가?

과연 뱁새는 자신만의 길을 가는 지혜를 어느 새 얻은 것일까?

(말이 쉽지, 어디 스타일이 순식간에 바뀌는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선 뱁새가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스윙이 말할 수 없이 빠르다.

(무슨 마음은 무슨 마음! 안 봐도 뻔하지)

 

어깨가 채 돌아가기도 전에 후려 치는 데 볼이 어디로 갔는지는 동반자들의 눈길을 따라가보면 알 수 있다.

멍하게 있는 뱁새를 제외한 나머지 네 사람은 고개들 들어 하늘을 한참 올려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다시 내리는 폼이 꼭 닭이 물을 한 모금 머금고 삼키는 모양과 흡사하다.

(꼭 비유를 해도!)

 

그렇다.

말도 못하는 뽕샷(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하늘 높이 떴다가 툭 떨어지는 샷으로 *볼의 일종)이 난 것이다.

 

카트는 망연자실한 뱁새를 100미터쯤 태우고 가다가 페어웨이가 시작되기도 전에 뱁새를 떨꾸고 나머지 일행만 싣고 저 멀리 사라진다.

 

3우드와 하이브리드 그리고 6번 아이언을 갖고 홀로 남겨진 뱁새.

신세가 처량하다.

(그래도 그 정신에 클럽은 3개나 챙겼네! )

 

남은 거리는 250미터도 넘어 보인다.

볼은 제법 깊은 러프에 있고 그린까지는 상당히 오르막.

거리목(그린 중앙까지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말뚝 혹은 나무)이 가까이에 없어서 정확한 거리도 알 수 없다.

 

어차피 한 번에 온 그린 시킬 수 없다면 아예 안전하게 끊어갈까 하는 생각을 뱁새가 안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판사판’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곤 어금니를 꽉 깨문 뱁새의 손에는 어느새 3우드가 들려 있다.

‘깊은 러프에서는 되도록 우드를 잡지 마라’는 조언도 모른단 말인가?

 

혹시 다른 이유가 있을 지도 모르니 모른 척 하고 당사자에게 물어보기로 하자.

“뱁새 나오세요”

“아, 지금 해설할 정신 없어요. 상황이 심각하단 말이에요”

“앗, 죄송합니다. 그래도 독자의 알 권리 때문에 꼭 물어볼 것이 있어서요”

“독자의 알 권리요? 음. 그럼 물어보세요. 대신 짧게요”

(신문기자 출신이라더니 ‘독자의 알 권리’라는 말에 흐릿하던 눈동자에 잠시 빛이 돌아온 것 같기도)

 

“러프에서는 우드보다 하이브리드가 나은 선택 아닌가요”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런데 제가 지금 제 정신이 아니어서요. 그럼 이만”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뱁새는 3우드 샷에 속상한 마음을 실어 보내는데 아! 글쎄, 정통으로 볼을 맞혀 낸다.

마음 급한 뱁새가 그나마 프리 루틴(스윙을 하기 전에 밟는 일련의 동작들. 예를 들어 연습 스윙을 두 번 하고 셋업을 하고 목표를 한 번 흘깃 본 다음 치는 따위)을 빼먹지 않은 덕분일까?

아니면 이슬비에 풀이 촉촉해져서 클럽이 잘 빠져나간 때문일까?

 

어쨌든 뱁새 볼은 포대 그린(페어웨이보다 한참 위에 있는 그린) 밑까지 총알처럼 날아간다.

그 멀리서도 봤는지 황새 부친이 “굿 샷”하고 외치는 데 진심이었까?

 

그나마 희망의 불씨를 살려 놓은 것에 흡족해 하며 뱁새가 발걸음도 가볍게 그린 쪽으로 걸어가는 사이

전설이 한참 몰입했다가 아이언을 시원하게 휘두른다.

잔디가 조각 나며 흙과 함께 하늘로 흩어지고 볼은 높게 떠서 그린 쪽으로 날아가는 것이 걸어가던 뱁새 눈에 들어온다.

다운 블로우(볼을 맞히고 나서야 잔디를 파는 스윙으로 정석으로 꼽는다)가 정확하게 이뤄진 것이다.

 

전설 보다 먼저 샷을 하고 그린 가까이로 걸음을 옮긴 다른 동반자들 입에서 나온 “나이스 샷” 소리가

조금 전 뱁새가 3우드 샷을 했을 때 나온 감탄사보다 더 큰 것으로 보아 볼이 또 핀에 붙었나 보다.

 

뱁새가 지나치면서 보니 전설이 친 자리는 핀까지 120~130미터쯤 된다.

거리측정기(거리를 재는 망원경으로 프로 골퍼들도 공식 대회가 아닐 때는 많이 가지고 다닌다)도 없고

야디지 북을 보는 것도 아닌데

전설은 어떻게 거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또 거기에 맞춰 그림 같이 갖다 붙이는 것일까?

 

혀를 내두르는 뱁새.

그러나 이것 역시 끝내 전설에게 물어보지 못한다.

다만 벤 호건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골퍼들은 목측(눈으로 거리를 재는 것)으로도 거리를 야드 단위까지 정확하게 맞혔다는 전설을 들은 적이 있어 짐작만 할 뿐.

 

홀까지 남은 거리를 정확히 알아내려고 현장답사(?)에 나선 뱁새 눈에 핀 옆에 바싹 붙은 볼이 하나 보인다.

전설의 볼이다.

(전설의 샷만 보다 보면 골프 참 쉽게 느껴지죠?)

 

뱁새 볼은 핀까지 40미터도 넘게 남은 상황.

뱁새는 58도 웨지를 꺼내 들고 높게 띄워서 핀 옆에 세우는 샷을 시도한다.

 

연습 스윙을 할 때 왼쪽 겨드랑이를 잘 붙여서 어깨 회전으로 치는 것에 신경을 쓴다.

매끄러운 바디 턴 스윙이 나오면서 볼은 부드럽게 그린에 떨어지더니 핀 쪽으로 흐른다.

그러나 볼이 홀을 대여섯 발짝 남기고 멈춰 서자 뱁새가 발을 구른다.

 

만만치 않은 거리에서 브레이크를 이리 저리 살피더니 볼을 경사 따라 흘려 보내는 뱁새.

그런데 이것이 또 홀에 떨어진다.

뱁새의 파 세이브.

(벌써 몇 번째야?)

 

전설은 가볍게 버디를 하는 데

짧은 퍼팅인데도 흔히 말하는 뒷벽치기 따위를 하지 않고

볼이 ‘꼴까닥’ 하고 떨어질 만큼만 스트로크를 한다.

 

브레이크를 정확하게 읽어야 가능한 방법이라고 뱁새는 생각해 본다.

 

역전.

전설이 드디어 한 타 앞서 간다.

 

뱁새가 머리를 흔든다.

아마 잡념을 털어내려는 듯 하다.

 

이어지는 12번 홀에서는 어떤 운명이 뱁새를 기다리고 있을까?

 

(왜 한 홀 얘기뿐이냐고? 시합에 나와서 첫날 턱걸이로 컷 오프를 통과하고 내일 기적처럼 잘 쳐야 하는 상황이라 일찍 자야 하는 데 애독자가 눈에 밟혀 눈을 비비며 쓰는 것을 이해하기 바란다)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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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투어에서만 43승을 거둔 최상호 프로에게 골프는 과연 쉬운 것일까?



정규투어에서만 43승을 거둔 최상호 프로에게 골프는 과연 쉬운 것일까?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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