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아파트 분양권이라도 사야하나?

입력 2017-08-21 18:12 수정 2017-08-21 18:12
가난한 예비 신혼부부인 선영과 나는 신혼집 때문에 다투고 있었다. 마침 우연한 기회에 나는 북한 개성신도시의 아파트 분양이 있고 그 모델하우스가 용인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모델하우스에 가서 상담원에게 북한에 있는 아파트 입주가 통일이 되기 전에 가능한 것인지 물었고, 상담원은 분양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인데 통일되면 대박날 것이고 설사 이른 시일 내에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집값은 무조건 뛰니까 투자하라고 권유하였다. 그 후 내가 다시 방문했을 때 개성아파트 모델하우스는 없어지고 평양2차 분양 모델하우스가 생겨났다. 평양 근교에 지어진다는 이 아파트의 분양권에 선영은 당첨되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투자 때문에 나와 선영은 예산이 줄어들어 전셋집이나 수도권의 미분양 아파트를 찾기에도 역부족이 되었다. 나와 선영이 집을 산다면 발코니와 같은 서비스 면적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은행 몫이 될 것이다. 내가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와 상담하자 그는 나에게 “은행에 가라”고 하였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전국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8.2 부동산대책을 쏟아냈고 시장은 현재 하락세를 보이면서 관망하는 추세이다. 부동산 가격의 비정상적인 폭등은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침은 물론 근로의욕을 감퇴시킨다. “갭투자로 올린 엄청난 수익”, “보유 아파트 30채가 넘는 아줌마” 등의 소식을 듣고 누가 열심히 일하려고 하겠는가? 더구나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주거비 부담으로 인하여 젊은 세대는 결혼을 미루거나 회피하려 하고 있으며 아기를 키울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점의 근원에는 부동산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나와 선영의 이야기는 2017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 작품인 윤고은 작가의 “부루마블에 평양이 있다면”이라는 소설을 축약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이와 같이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인하여 남한에 신혼집 한 칸을 마련하기 어려운 소설 속 예비 신혼부부는 결국 평양 아파트 분양권을 청약하여 당첨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통일이 된다면 대동강을 바라보게 될 이 아파트 분양권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신혼집을 구했다는 알 수 없는 안도감은 당장 오늘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더 많은 대출을 요구하고 있다. 대출만 하면 아직 건설되지도 않은 계획만을 가지고 아파트 분양권을 팔고, 전매할 수 있는 선분양제도를 이용하여 평양에 아파트를 구입할 수도 있다니 말이다.

이 문제를 법적으로 생각해 보자. 우선 평양 아파트 분양권은 이번 8.2 부동산 대책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나와 선영은 분양권을 자유롭게 전매할 수 있다. 즉, 8.2 부동산 대책의 주요 내용인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소유권 이전 등기 시 전매제한, 양도소득세 강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LTV 및 DTI 일괄 40% 적용, 3억 원 이상 주택(분양권, 입주권 포함)의 경우 자금조달계획 및 입주계획 등의 신고 의무화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영토인 평양 시내에서 아파트 분양을 할 수 있으며 평화통일이 된다면 이 아파트의 재산적 가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이 아파트 분양 사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관련 결의안 위반으로 볼 수도 없다. 이는 IAEA 사찰팀의 방북허락을 골자로 하는 결의안 제825호, 경제제재를 규정한 결의안 제1718호, 북한의 금융기관 감시와 현금거래 통제한 결의안 제2087호, 대북무역금수조치를 강화한 결의안 제2094호, 북한의 항공·선박 운송 차단과 핵실험 관련 외교관과 정부대표를 추방하는 결의안 제2270호, 석탄 수출 제약과 구리·은·아연·니켈 등 4대 광물 수출을 금지한 결의안 제2321호는 물론 석탄·철·철광석 수출 금지 및 희토류와 수산물 수출금지를 통해 외화획득경로를 차단하고 해상활동을 봉쇄하며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 무기 금수 조치를 규정하여 지난 달 채택한 결의안 제2371호 등에 포섭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평양 아파트 분양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사실상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실제 건설 공사를 실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계약이 유효하게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그 목적이 가능하고 적법하며 사회적으로 타당하여야 한다. 그런데 평양 아파트 분양 계약은 현실적으로 그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결국 평양 아파트 분양권 계약은 민법상 불가능한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평양 아파트 분양자들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그로 인한 하자 있는 의사에 기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이다. 여기서 기망이라 함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거래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당해 거래에 임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거래로 인하여 재물을 수취하는 자에게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된다. 우리의 사례에서 나는 북한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위험성에 관하여 상담원으로 충분한 설명을 들었기는 하였지만 아파트 입주라는 목적달성이 불가능함에도 이러한 설명을 통하여 오히려 분양에 따른 입주 가능성과 투자 가능성이 있다고 기망을 당하였고 그 기망에 의해 하자있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이기에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결국 평양 아파트 분양권 계약은 민사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무효행위에 해당하고, 평양 아파트 분양자들에게는 형사적으로 사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부동산 값 폭등과 북핵 위기 상황을 살아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뭔지 모를 묘한 설득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이유는 그만큼 오늘 하루를 버티고 살아가기가 어렵다는 반증일 것이다. 부동산 값이 안정되어 젊은이들이 마음껏 사랑하고 가정을 꾸려 예쁜 아이들을 많이 낳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어 평양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날이 실제로 오길 바라마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며 마친다.



오일석

고려대학교 법학박사

(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사이버안전훈련센터 겸임교수

(현)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총무이사

(현) 한국사이버안보법정책학회 상임이사

(현) 한국에너지법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변호사, 아나운서 등 6인의 각분야 전문가들이 생활속에서 유용한 팁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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