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의 마음을 얻는 방법

입력 2012-11-20 00:00 수정 2012-11-20 00:00


'예쁜 여자'를 말한다⑳ '예쁜 여자의 마음을 얻는 방법

다시 한 번 황제의 비유법으로 돌아가자.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면에서 황제의 삶은 예쁜 여자의 삶과 닮아있다. 옛 황제들이 하루 세 끼의 식사를 하는 과정 속에서도 그 슬픈 이중성은 극명히 드러난다.

역사상 가장 오래 재위한 황제인 중국 건륭제를 기준으로 하면 황제가 한 끼 식사를 할 때 올랐던 음식의 종류는 통상 6∼70종이다. 당연히 어선방(御膳房)이라 하는 전용 주방에서 만든 것이었고 여기에 4명의 태비가 보내온 20여 종에 이르는 요리가 추가됐다. 한 입씩만 먹어도 양이 적은 사람은 지쳐서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이 많은 음식들은 통상 은그릇에 담겨있었다. 때가 됐다 싶으면 어린 내시들이 뚜껑을 열고 음식을 담아낸다. 이 때 은수저를 이용해 음식에 독이 있는지를 살피는 과정이 덧붙여진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징후가 발견되면 내시들이 먼저 음식을 먹어보도록 한다. 그 순간에도 산해진미 진수성찬은 식어가고 있었겠지만 어쩔 수 없다. 황제는 모든 사람이 순식간에 자기를 해치는 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한시도 경계를 늦출 수 없었던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은(Ag)은 독에 반응하는 금속이다. 황제들이 은그릇과 은수저를 사용했던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만약 은의 이러한 속성이 없었다면 황제는 아마 독살의 공포 때문에 한 끼의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황제가 시도 때도 없이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것은 터무니없이 커다란 권력이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권력을 얻기 위해 자신이 한 노력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태어나 보니 그렇게 되어 있었을 뿐이다.

조금만 사리분별을 할 수 있을 정도로만 성장을 해도 온 세상 모든 사람이 온전한 자기 자신이 아닌 권력 때문에 자기 앞에서 벌벌 긴다는 사실을 황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며 그것 때문에 수도 없이 절망했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예쁜 여자와 닮아 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권력의 하나로 작용하는 미모를 갖고 있는 여자의 경우, 마냥 행복할 것 같지만 결코 그런 것만은 아니다. 바로 그 미모 때문에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인간관계가 왜곡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예쁜 여자의 경우는 황제보다 상황이 좀 더 암울하다. 눈앞의 남자가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지 아니면 그저 한때의 즐거움을 목적으로 접근하는지를 알아낼 방법은 없다.

황제에겐 은수저라도 있었지 나쁜 남자를 알아낼 금속 같은 게 존재할 리도 없다. 하루 세 끼 식사시간만이 아니라 24시간 내내 경계를 늦출 수 없다.

피상적인 관계들에만 둘러싸인 채로 일생을 마감할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은 모든 예쁜 여자가 공유하는 정서의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은수저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개체가 발견되는 즉시 예쁜 여자는 그것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박경리의 <토지>에 등장하는 히로인 '최서희'는 소설 역사상 가장 도도하고 콧대 높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두 말할 것도 없는 예쁜 여자였던 그녀는 영리했고 당당했고 자존심도 강했다.

하지만 박경리가 정말로 정확했던 것은, 그런 최서희가 어떤 남자를 택했는지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서희는 자신의 머슴과 결혼했다.

예쁜 여자에 대해서 그저 단선적인 시선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러한 서희의 선택에 대해서도 그저 일차원적인 분석만을 내놓을 것이다. 루저(loser)에 끌리는 예쁜 여자도 많이 있다는 둥, 역시 예쁜 여자는 도도해서 자기의 머슴이 되어 줄 남자를 찾는다는 둥 말이다.

틀렸다. 머슴이 필요했다면 애초에 머슴이었던 남자와 왜 굳이 결혼까지 하겠는가? 예쁜 여자 서희는 격동하는 자신의 인생 속에서 은수저가 되어줄 남자를 찾았을 따름이다.

만약 예쁜 여자로 하여금 당신을 은수저로 생각되도록 만들 수 있다면 게임은 순식간에 당신에게 유리해진다. 이것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압도적 유리함이다. 그녀는 오직 당신이라는 프리즘을 기준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쁜 여자를 유혹하는 비법 같은 게 이 세상에 존재할 리는 없지만, 비법에 가까운 딱 한 가지의 진실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은수저가 되어라. (계속)
1983년에 출생한 자칭 “서른 살의 자유주의자”.
'유니크', '연애의 뒷면' 등 두 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
'미래한국', 'StoryK'를 포함한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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