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뱁새 살아있는 전설을 만나다 6

입력 2017-08-20 21:18 수정 2017-09-25 10:43
전반을 마친 일행은 스타트 하우스(클럽 하우스와는 따로 있는 카페테리아 같은 곳)에 자리를 잡는다.
점잖을 빼느라 아침에 밥공기를 추가하지 못해 제법 시장한 뱁새는 메뉴를 서둘러 훑어본다.
그래도 간신히 체통을 지키는 뱁새.
“형님이 고르시죠”라는 최병복 프로의 말에 군말 없이 전설의 입을 주목한다.
좌장인 전설이 시킨 메뉴는 뭐였을까?

1. 두부 김치에 막걸리
2. 순대
3. 짜장면(옛날에는 자장면만 맞는 말이었는데 최근 짜장면도 표준어가 됐다. 제대로 알고 있는 것 맞죠?)  두 개를 네 명이서 나눠 먹도록
4. 맥사(맥주와 사이다를 적당히 섞은 것으로 골프장에서 특히 인기다)

정답은?

이 문제는 답을 바로 알 수 밖에 없다.

잠시 후 작은 접시가 하나씩 놓이더니 일행은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가운데 놓인 큰 접시에서 뭔가 한 덩어리씩 자기 앞으로 옮긴다.
그것을 포크로 찍은 채로 나이프로 잘라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뱁새가 게걸스럽게 먹으면서도 썩 마땅해하지는 않는 폼으로 보아 메뉴가 뭔지 독자도 눈길을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 메뉴는 다름 아닌 ‘수박’이다.
아침도 시원찮게 먹고(그러길래 누가 공기밥 시키지 마래?)

죽자 살자 연습하고

나인 홀을 혼신의 힘을 다해 돌았는데

메뉴가 수박이라니?

그러나 어디까지나 아직은 한참 때(?)인 뱁새만의 불만이고

전설을 비롯한 다른 동반자는 수박씨를 하나씩 골라내는 점잖은 신공까지 선보이며 칼질을 한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한 덩어리를 털어 넣고는 테이블 중앙 큰 접시를 바라보는 뱁새.
역시 음식의 양보다는 질에 신경을 쓴 것이 명문골프장답다.
수박이 딱 네 덩어리뿐 더는 없어서 입맛만 다실 수 밖에 없는 상황.
이걸 누구 코에 붙이냐는 게 뱁새 쪽 평가지만 어느 안전이라고 먹는 걸 타박하랴.

앗!
얘기가 여기까지 흘렀는데도 뭔가 찜찜하지 않다면 애독자가 아니다.
전편을 안 본 게 틀림없다.
마지막 홀에 뱁새의 열 발짝짜리 파 퍼팅이 홀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어찌됐는지 궁금하지도 않다면 뻔하다.

어떻게 됐느냐고?.
(첫 회부터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전편은 보고 물어보는 것이겠지요?)

우리는 그 결과를 나중 일이지만 전설의 입을 빌어 알 수 있다.
전설은 라운드가 다 끝나고
“퍼팅 잘 하네”하고 뱁새를 칭찬했다.
(정확히 칭찬인지 아니면 뱁새가 다른 얘기는 다 흘려 듣고 제 듣기 좋은 말만 기억하는지는 나중에 알게 된다)

그렇다.
뱁새의 볼은 기가 막히게 홀로 떨어졌다.
그렇게 전반을 한 타 앞선 뱁새.
어깨가 식기 전에 빨리 후반이 오기를 고대한다.

이어지는 백 나인(후반 아홉 홀을 그렇게 부른다).
흐리기는 하지만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는 날씨가 여름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한다.

후반 첫 홀 티잉 그라운드.
뱁새가 어느새 배고픔도 잊고 흥을 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첫 홀부터 가벼움의 대가를 치른다.

첫 홀은 오른쪽 도그렉(도그렉이 뭔지 전에 설명했죠?) 파5.
야디지 북을 꺼내 보니 페어웨이가 꺾이는 부분에 작은 벙커가 하나 있다.

그것만 넘기면 200야드도 채 남지 않아 쉽게 2온을 할 것 같다고 판단한 뱁새.
실수를 하면 주로 볼이 밀리는 것까지 감안해 약간 벙커 좌측을 보고 강력한 드라이버 샷을 날린다.
볼은 ‘쇄액’하는 소리를 내며 벙커 쪽으로 날아간다.

“굿 샷”이라는 일행의 외침에
“넘어갔을 것 같다”고 캐디까지 한마디 얹자 뱁새의 어깨가 으쓱 하고 올라가는 것을 눈썰미 좋은 사람만 봤을 것이다.

나중에 전설이 페어웨이 중앙을 보고 부드럽게 티샷을 하는 것을 보고 3온 작전이라는 것을 간파한 뱁새.
한 타 더 벌릴 수 있는 찬스가 왔다는 생각과 동시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한다.
전설의 티샷을 보고 나서야 이 홀에서 벙커를 넘겨 2온을 노리는 전술을 편 것이 과연 옳았느냐 하는 생각이 뱁새의 머리를 스친 듯 하다.

 

아니나 다를까.
전설을 내려준 카트가 벙커 너머까지 가는 동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볼을 찾는 뱁새에 눈에 아무데도 흰색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다.

설마 하는 걱정은 이내 현실이 된다.
뱁새 볼은 단 한 뼘 차로 벙커를 넘지 못한 것도 모자라서 그만 턱 바로 밑에 박혔다.

밸런스를 잡아놓아 여느 볼보다 10야드는 더 나간다고 자부하는 엑스페론 골프볼로도 벙커를 넘기지 못한 것으로 보아 애초에 무리가 아니었는가 하고 짐작만 할 뿐이다.
‘아악’하고 외마디 비명이 뱁새 입에서 터져나오지만 전설은 눈길만 한 번 주고 말없이 저만치 페어웨이 한 가운데 있는 자신의 볼 쪽으로 가서 여전히 말 없이 우드 샷을 시원스럽게 날린다.

뱁새 처지는 곤궁하다.
벙커 턱은 높지 않지만 볼이 반도 넘게 묻혀서 아이언은 택도 없다.
꺼내기만 하자니 잘못하면 200미터 가까이 남을 수도 있는 상황.
(2온이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쌤통이라는 사람이 있다면 나쁜 독자다. T T)

한참을 머뭇거리다 할 수 없이 54도 웨지를 든 뱁새.
이럴 때는 손으로만 치려다간 낭패를 볼 수 있으니

다운 스윙 때 손은 되도록 쓰지 말고

왼쪽 겨드랑이를 잘 붙여서

몸통과 팔이 함께 돈다는 느낌으로 스윙하자고 궁리를 한다.
(이럴 때는 제법 프로 같단 말이야. 흠흠)

작전대로 멋지게 탈출하면서 제법 거리도 낸 뱁새.
남은 거리는 160미터 남짓이다.

한숨 돌리고 전설을 보니 뱁새가 허우적대는 동안 저만치 100미터 안쪽에서 웨지 샷을 준비하고 있다.

순간 뱁새는 잡생각을 한다.
‘아 여기서 못 올려서 보기를 하고 최 프로님은 버디를 하면 한 방에 역전 아닌가?’라는.

이런 생각이 스윙에 도움이 될까?
그걸 말해야 아나?
뱁새는 6번 아이언을 잡고 무지막지한 플라이어(볼이 약간 떠 있는 상황에서 파워 스윙을 하면 나오는 샷으로 평소보다 수 십 미터나 더 날아가는 어처구니 없는 *볼. *는 이제 독자도 다 아리라 믿는다)를 낸다.
볼이 핀을 지난 것도 모자라 그린을 훌쩍 넘어서 내리막 라이의 러프까지 굴러가는 동안 뱁새의 벌어진 입은 다물어질 줄 모른다.

전설은 두어 번 연습 스윙을 하더니 ‘착’ 소리를 내며 웨지를 떨구는데

볼이 부드러운 2차 방정식 그래프(이것 모른다고 너무 걱정 마시기를. 필자도 잘 모르면서 한 번 써본 것임)를 그리며 날아가 한 번 튀더니 핀 근처에 멈춰 선다.

“으악!”
이 소리가 절로 튀어나온 것은 누구 입일까?
절대 전설이나 황새 부친 혹은 캐디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니라는 것만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일까?
뱁새는 내리막 라이 어프러치를 두고 또 생각이 많다.
어떻게든 파 세이브를 해서 동타라도 지켜야 한다고.

그러나 사공이 많으면 아니 생각이 많으면 골프에서는 망하기 마련.
그 좋던 뱁새 어프러치는 어디 가고 또 강하게 쳐서 홀을 한참 지나간다.
(새벽에 어프러치를 한 시간을 했네 어쩌네 자랑하더니 꼴 좋다)

예닐곱 발짝은 족히 남은 퍼팅.
그것도 두 발짝도 안 되는 전설의 버티 퍼팅이 예정(?)된 현실이 무겁게 뱁새의 부리를 내리 누르는지 얼핏 봐도 이를 악문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뱁새가 누군가.
백돌이 때부터 선배 골퍼들에게 내기로 얻어터지며 단련된 강심장 아닌가?
(글쎄다. 어떤 대회에서는 3퍼팅을 7개나 했다는 소문도 있던데. 쉬잇!)

아까 써먹었던 손가락 들어서 브레이크 가늠하기 수법(에임 포인트 익스프레스라고 엇비슷한 것을 유명한 프로들이 하는 데 늦깎이 독학 골퍼 뱁새가 그 전문 기술을 정말 알고 있는 것일까?)을 또 선보이는 뱁새.
셋업을 하고 목표를 보고 볼을 보기를 두 번 반복하더니 시원하게 스트로크 하는 데
이번에도 마법같이 볼이 홀에 빨려 든다.
버디 한 것 보다 더 좋아하는 뱁새가 시야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전설의 볼도 부드럽게 홀로 떨어진다.

버디.

뱁새와 전설은 10번홀 현재 동타!
쫓기던 자와 쫓던 자가 동점이 되면 누가 유리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곧 실증되지 않겠는가?

(왜 분량이 다시 줄었냐고 나무라기 없기. 시합이 있어서 지방에 내려와서 연습 중이면서도 고단한 몸을 이끌고 쓰는 것이어요)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

cafe.naver.com/satang1

 

피니쉬를 유지한 채 볼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있는 최상호 프로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가상통화의 미래, 어떻게 생각하세요?

  • 현대판 튤립 투기이며 화폐로 인정받지 못할 것 798명 59%
  • 결제·지급 수단으로 인정받아 은행 대체할 것 544명 41%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