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를 말한다⑲ '예쁜 여자가 '눈 앞'에 나타났을 때'

많은 남자들은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난 예쁜 여자 앞에서 본심을 숨긴 채 이솝 우화 속 '여우'처럼 행동한다.

여우가 먹을 수 없는 포도를 신포도로 규정한 채 툴툴거리며 발걸음을 돌렸듯, 예쁜 여자 앞에 선 남자들은 사랑하고 싶은 진심을 숨기곤 그녀의 단점을 찾아내려 애쓴다.

'빛나는 두 눈은 써클 렌즈 때문이다. 높은 콧날은 의사의 작품일 것이다. 아름다운 입술 속은 담배 냄새로 진동할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할 수 없다. 사랑하면 지는 거다….'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이런 식의 자기 최면은 예쁜 여자 앞에서 자신감을 상실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비루한 진실을 감춘 채 살아간다. 그런데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해 보이는 그녀를 바라보면 자신의 비루함이 더욱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녀가 날 사랑할 리 없을 거라는 자기혐오가 두껍게 영혼을 감싼다. 남자가 신포도를 바라보는 여우가 되는 것은 바로 이 열등감을 덮기 위한 위장술이다.

돈이 많아야만, 능력이 좋아야만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제멋대로 착각한 남자들은 본격적으로 '예쁜 여자 신포도 만들기 작전'에 돌입한다. 그녀들을 속물로 단정 짓기 시작하는 것이다.

‘된장녀’ 열풍은 예쁜 여자에 대한 피해 의식이 발로된 결과였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그렇게까지 돈과 명품에 집착하는 예쁜 여자는 없다(그냥 여자 중에서는 있다). 구조적으로 있을 수가 없다.

그녀가 진정 예쁜 여자라면, 왜곡된 에너지 속에서 살아가는 통에 돈과 명품이 갖고 있는 사회적 의미를 제대로 감각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 스스로가 명품이다. 과연 또 다른 명품의 존재를 필요로 할까?

그러나 남자들은, 아니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남녀가 똑같다. 예쁜 여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정작 당사자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보지도 않고서 겉모습만으로 자신의 엉뚱한 상상을 진실로 확정짓는다. 자기혐오가 피해의식으로 발전되었을 뿐인 이 현상은 예쁜 여자의 인생을 한없이 외롭게 만든다.

예쁜 여자들은 외로움에 관해서만큼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어린 아이와 거의 다를 것이 없는 상태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도 있지만 인기 만점인 예쁜 여자일수록 외로움에 취약하다.

예쁜 여자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선 좋은 차와 비싼 식당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신포도 논리'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한 발상이다.

차는 있으면 좋은 것이지만 그 이유는 '편하기 때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당신이 그녀의 마음을 얻었다면 차종은 아무런 관계가 없고, 자주 고장나는 벤츠보다는 언제나 히터가 따뜻하게 나오는 티코가 훨씬 낫다.
만나서 얼마나 비싼 데이트를 하느냐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스타 쉐프의 비싼 요리가 있어야만 예쁜 여자와의 데이트가 성립한다고 생각하는가?

때때로 그런 것도 좋기는 하겠지만 그건 그녀가 예쁜 여자여서가 아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그런 식의 안락함을 좋아한다. 예쁜 여자 역시 그 연장선에 있을 뿐이지 결코 그녀가 본질적으로 돈 먹는 하마인 것은 아니다.

그녀를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기본에 충실할 일이다. 데이트란 본질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만남임을 되새겨야 한다.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이 식상한 진실이 예쁜 여자의 세계에서는 오히려 ‘신선한 진실'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예쁜 여자를 사랑하는 건 조금은 쉬운 일이 된다.

진정으로 예쁜 여자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포커스는 그녀들의 취약점을 공략하는 역발상에 철저히 맞춰져야 한다. 즉, 예쁜 여자 특유의 외로움과 불안을 채워 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와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는 것을 욕망하게 마련. 예쁜 여자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야만 하는 그녀들이 원하는 것은 ‘안정감’이라는 점을 언제까지나 잊으면 안 된다. (계속)
1983년에 출생한 자칭 “서른 살의 자유주의자”.
'유니크', '연애의 뒷면' 등 두 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
'미래한국', 'StoryK'를 포함한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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