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회 뱁새 살아있는 전설을 만나다 1

입력 2017-08-02 18:38 수정 2017-09-25 10:41
뱁새가 전생에 선한 업이라도 쌓은 것일까?
(필자는 종교적 편향이 없음을 밝혀둔다)
진심을 담은 황새의 충고에도 분을 못 이겨 왼손에 든 무언가를 황새의 목이라고 생각하고 우그러뜨리던 작태를 생각하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닐 것 같은데.
(왼손에 들었던 무엇이 뭔지 모른다면 전편을 건너 뛴 것이니 전편을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무명 프로인 뱁새에게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그것은 바로

‘살아 있는 전설과의 만남’이었다.
그것도 필드에서.

황새 부친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황새에게 얻어 맞은 상처가 채 아물기 전이었다.
(아무래도 뱁새를 늘씬하게 패 줬노라고 황새가 집에 가서 자랑을 했나 보다. 입이 있으면 말을 해라! 최천호 프로!)

황새는 족보 있는 집안(?)이어서 부친도 프로 골퍼다.

최병복 프로(55).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에서 아카데미를 하고 있는데 프로 지망생을 주로 가르친다.

최근에는 중국 선수도 가르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다.

 

황새 아버지 최병복 프로가 전화 너머로 말했다.
“이보시게 뱁새! 혹시 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을 좀 내줄 수 있는가”
(뱁새가 아니라 김 프로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한데. 어쨌거나 뱁새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자격지심이다)

황새에게 놀란 가슴이 아직 진정이 안 된 뱁새는 약간 경계하는 목소리로 답한다.
“네.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요”

아버지 황새가 말을 이었다.
“좋은 자리에 초대하려고. 이번 주 토요일 아침에 곤지암씨씨에서 함께 라운드 합시다”

곤지암씨씨라는 말에 뱁새의 동공이 커졌다.
명문 구장인데 한 번도 못 가본 뱁새에게 필시 솔깃한 얘기였을 터다.
그런데도 뱁새는 나름대로 노련한 사업가(갑자기 인간이 되었군)답게 애써 담담한 척 답한다.
“네. 티업 시간 보내주시면 시간 맞춰 가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누가 오시는지요”
(하수 주제에 불러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달려갈 것이지 어디 그 와중에 동반자가 누군지 따지다니)

속히 훤히 들여다 보이는 뱁새의 억지 점잖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황새 부친은 답한다.
“최상호 프로님과 라운드 하기로 했어”

‘최상호 프로’라는 말에 뱁새의 동공이 화~악 커졌다.
곤지암씨씨란 말을 들었을 때보다 열 배는 더 크게 말이다.

동~공~확~대
(한자를 쓰면 더 임팩트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나 배움이 짧은 것을 탓할 수 밖에)

뱁새 가슴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노련한 사업가라더니 천만의 말씀이다.
뱁새가 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 묻는다.
“그 최상호 프로님 말씀인가요”

아버지 황새가 답한다.
“또 누가 있겠어. 내 사부님이라 가끔 불러주시는데 이번에 나에게 한 사람 데리고 오라고 하시길래 후배님이 생각나서 말이야”

뱁새는 감격했다.
‘황새에게 백주대로에서 얻어터지고도 아야 소리 한 번 안 하기를 잘 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왜 황새가 그렇게 센지 짐작이 가고 부러웠다.

최상호 >최병복 > 최천호로 이어지는 계보가 그려졌다.

(직계가 아니라도  여전히 올려다 봐졌다)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골퍼는 한국에 몇 명 되지 않는다.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 중에서도 으뜸이 바로 최상호 프로다.

여기서 최상호 프로의 화려한 이력을 늘어놓으며 한 회 정도를 거져 메워 원고료를 챙기는 것은 어떨까 하는 꾀가 얼핏 뱁새의 뇌리를 스쳐간다.
그러나 우려먹기도 정도가 있지 이러다간 밥줄이 통째로 끊길 수도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서 도리질을 쳐서 욕심을 떨쳐내는 뱁새의 의지 또한 가상하다.
그러니 잘 모르는 독자는 검색엔진에 ‘최상호 프로’라고 꼭 쳐본 후에 다음 회를 읽기 바란다.
(혹시 검색창을 띄운 김에 ‘김용준 프로’라고도 쳐보면 안될까? 김용준 프로라고 검색하면 황정음과 어쩌고 저쩌고 나오는 데 그 자는 절대 뱁새와 동일 인물이 아니다. 같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뱁새가 안 했을 리 없다. ㅋㅋㅋ)

‘최상호’라는 한 마디에 뱁새의 가슴은 설렌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뱁새가 간 곳은 어디였을까?

1. 드라이빙 레인지
2. 백화점
3. 부모님 댁
4. 소속사인 엑스페론골프 본사

정답은?

2번을 고른 독자는 뱁새를 아주 예의 바른 사람(혹은 새)으로 본 것이다.
혹시 한 수 배울 고수에게 드릴 선물을 사러 갔을 것이라고 생각하다니.

3번을 고른 독자는 누구시죠?

뱁새는 그 날부터 시작해서 매일 2시간 넘게 칼을 갈았다.

무더위 속이 아니었다면 크게 칭찬 받을 일도 아닌 것은 뱁새도 안다.

한 수 배운다고 표현하든 도전이라고 말하든 뱁새에게는 너무나 즐거운 준비기간이었다.

다만 너무 덥다는 핑계로 연습 그린에 가서 숏 게임을 연마하지 못한 것이 뱁새는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토요일이 됐다~.

 

지난 회까지 다 읽은 독자라면 이번 회가 이쯤에서 끝날 때가 됐는데 하고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그 정도면 애독자라고 할만하다.
(이제 겨우 6회째 쓰면서 애독자를 바라다니)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é.naver.com/satang1

 

살아 있는 전설 최상호 프로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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